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4 그 꽃이 꿈속으로 /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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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4-14 우리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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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벳처럼 가벼운 꿈만이 우리 고향의 홀과 어울릴 수 있었다.

우리의 고향이 지옥과 다름없게 됐다.

우리의 고향이 우리 갈비뼈를 부수는 그 고난의 대답이었다.

…………

내가... 졌다.

아니. 넌 지면 안 돼.

일어나. 넌 지면 안 돼.

초라한 그림자들이 낡은 전당에서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삿갓을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을 잘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 손에서 명멸하고 있는 단말기가 그들의 존재를 알려줬다.

이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전당과 용신 사이에 서 있는 건 살아 있는 인간들이었다.

당신들이 바로 "요람"이군요.

일어나! 넌 지면 안 돼! 넌 불패라고!

넌 위대해! 넌 무적이라고!

난... 난...

용신

내... 소원은... 나는...

기진맥진해 바닥에 쓰러진 용신은 과부하로 실행되기 시작했다는 듯, 온몸에서 주황빛 불꽃이 튀면서 어떤 실에 이끌리는 거처럼 다시 일어섰다.

저 사람들이 강제로 그를 재가동시키려고 해요.

이대로 가다간 승리하든 실패하든 그의 결말은 하나밖에 없어요.

일어나! 네 사명을 잊지 마!

넌 승리를 거머쥐어야 해! 이기고 또 이겨야 해!

용신에게서 깜박이는 붉은빛이 다시 한번 정원을 가로질렀다.

"요람"들의 속삭임과 그들이 단말기를 두드리는 소리가 어우러지면서 웅장한 기원이나 무의미한 찬가 같은 것으로 변했다.

단말기에서 새어 나오는 다양한 불빛에 비친 그들의 너덜너덜한 옷이 미친 무대의 세트 같았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

!!!

공격. 공격. 공격!

기술조차 없는 공격이었다.

힘에서 비롯된 가장 순수한 광기가 용신의 몸에 감도는 붉은빛과 어우러져 빛나고 있었다.

함영이 부서진 갑옷을 입은 용신의 공격을 민첩하게 피하자, 정원의 벽돌에 하나둘씩 공포의 흔적이 남겨졌다.

함영은 용신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후퇴하는 중에 숨 돌릴 틈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용신은 그럴 틈조차 주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해 왔다.

함영!

갑자기 옆에서 나타난 스프너가 용신의 묵직한 일격을 받아냈다.

아무리 격투기에 능한 스프너라 할지라도 이런 괴력의 일격을 겨우 받아낼 수 있었다.

윽...

죽이고, 때려눕혀라!

네 힘은 무궁무진하다!

우리... 죽...

스프너가 용신의 공격을 받아낸 순간을 틈타, 함영도 온 힘을 다해 용신의 행동을 제한하려고 했다.

나... 부탁...

우리를 따르고, 징벌을 내려라!

우리의 숙원을 이루고, 모든 것을 이뤄라!

완성... 부탁...

이렇게 가다간... 저도 더는 버틸 수가 없어요!

신호를 주면 손 떼세요! 스프너. 지금이에요!

스프너와 함영이 동시에 옆으로 피하는 순간, 용신의 묵직한 주먹이 땅을 내리쳤다.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다.

함영은 손에 들고 있던 부채를 접어 비수처럼 움켜쥔 뒤, 용신 앞으로 빠르게 달려가 존재할지도 모르는 "심장"을 조준했다.

"그곳을 명중시키면, 그를 멈추게 할 수 있을지도 몰라."

전자두뇌로 지금의 상황을 연산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어떻게 해야 우람한 용신을 멈출 수 있을지 몰랐던 함영은 본능적으로 그렇게 행동했다.

완성...

함영!

이 늙은이의 부탁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한 얼굴이군.

그럼, 네 마음속엔 이미 답이 있겠구나?

함영?

그래서 네 <문제>는 뭐지?

함영

<마음>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거야.

함영?

<답>을 찾았어?

함영

아니. 난 <마음>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마음>을 가질 수 있을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 모르겠어.

함영?

그게 <답>이야.

함영

아니야. <문제>는 <답>이 될 수 없어.

함영?

어쩌면 <마음>은 계속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충분할지도 몰라.

<문제>라는 건,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닐까?

함영

…………

그럼, <너>는 누구야?

함영?

내가 바로 네 <문제>야.

모든 선택, 비겁함, 망설임, 연민, 죄악, 광기, 그 모든 것이 나야.

함영

넌 내 꿈속에서만 존재하는 줄 알았어.

함영?

나와 그녀는 항상 존재했어.

함영

그랬었다면 정말 그립네.

함영?

그래서 네 <문제>는 뭐지?

함영

난 죄를 짓게 될 거야.

함영?

그럼, 네 <답>은 뭐야?

함영

답을 이미 알고 있어.

…………

안녕.

당신은?

난 네 <답>의 검증인이라 할 수 있지.

검증인이요? 설마 당신은...

용신? 용신의 조각 또는 용신의 원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지.

앞에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온화하게 웃었다.

그럼, 이곳은 당신의 꿈속인가요?

아니. 그렇게 말하는 건 정확하지 않아.

너도 알다시피 로봇은 꿈을 꾸지 않아.

이건 내 작은 소원이 담긴 장소야. "요람"에 개조당했을 때, 난 이 소원을 내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간직했어.

그럼, 당신 "마음"속 소원은 뭔가요?

바로 네 <답>이야.

함영은 가장 노련하면서도 가장 서툰 킬러처럼 목표를 향해 부채를 찔렀다.

미세한 진동이 부챗살을 타고 함영의 손바닥에 전해졌다.

그리고 곧바로 산사태가 일어날 때의 진동처럼 변했다.

잘했어. 고마워.

죽여줘서... 고마워.

…………

아. 생각났어.

네가... 그 비 오는 날 밤의 로봇이지?

비 오는 날 밤의 로봇이라...

당신이 바로 율리시스인가요!?

아... 그건... 내 최초의 이름이야.

…………

그때 구해줘서 고마웠어요.

별거 아니야. 스... 스프너.

난 콜로세움에선 탈출했지만, 다른 우리에 떨어졌어.

이곳은 그곳처럼 출구가 없고, 비 오던 그날 밤처럼 별도 보이지 않았어.

보이는 건 나무와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뿐이었어.

진동이 멈췄다.

함영

부디... 당신이 원하는 꿈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