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잎을 떨어뜨리는 것이자, 수면에 파문을 일으키는 것.
하지만 잎을 떨어뜨리거나 수면에 파문을 일으키는 건 비단 바람뿐만이 아니었다.
문 뒤의 세계는 이런 모습이었군.
거대한 단풍나무 앞에 선 문지기는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봤다.
문 뒤가 어떤 모습인지 모르셨나요?
난 그저 문지기일 뿐이다. 문 뒤의 일은 나와 상관없다.
난 내 뒤에 있는 문을 한 번도 돌아본 적이 없다.
아니면 문이 아예 없었을 수도 있다.
아니요. 문은 항상 존재했어요.
당신이 바로 그 문이에요. 그리고 당신은 이 모든 것을 문 뒤에 가뒀죠.
내가 문이라고?
하지만 이 나무는 내 꿈이 아니다. 난 하나의 조각일 뿐이다.
어쩌면 그건 "당신"이 인간이었을 때의 꿈이 아닐까요?
"그"를 말하는 건가? 아니. 이 꿈은 "그"의 것이 아니다.
"그"는 구룡, 야항선 그리고 "그"의 친구를 한 번 더 보고 싶어 했을 뿐이었다.
당신은 야항선의 승객이었나요?
아닌 사람도 있나?
그 진실이라는 것을 찾기 위해 야항선 위에서 죽었고, 다시 야항선 위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그 진실을 위해 문지기 또는 문이 됐다.
당신과 당신 친구의 이름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당신이 돌아갈 수 없게 된다면, 제가 당신 대신 당신 친구에게 안부 인사를 전할게요.
그리고 원하신다면 당신의 이야기도 전달해 드릴 수 있어요.
허. 이름 따윈 중요하지 않다. 난 그 꿈에서 이미 깨어났다.
이 꿈이 누구의 것인지 아시나요?
모른다. 난 이 나무가 씨앗의 꿈이라는 것만 안다.
씨앗이요?
함영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씨앗을 찾으려고 했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그 씨앗은 하나의 소원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소원은 꿈속에서만 실현될 수 있다.
그 어르신의 소원이었을까요?
전에도 말했지만 난 모른다.
이 꿈은 하나의 소원일 뿐, 진정한 꿈이라고 할 수 없다.
불완전하고 부서진 이 꿈은 입구인 문조차도 불완전하다.
게다가 네가 이 문을 통과한 이상 난 존재할 가치가 없어졌다.
그럼, 당신은 이 꿈속에서 깨어나게 되나요?
그렇지 않다. 우린 이 산의 일부가 됐다.
문지기가 들어 올린 나뭇잎은 곧바로 바람을 타고 물 위로 떨어졌다.
단풍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이곳이 여정의 종착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