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가 산골짜기에서 메아리쳤다. 산 중턱까지 올라와서인지 멀리에서 느껴졌던 종소리가 더욱 또렷하게 들려왔다.
벌써 네 번째네요.
주변이 점점 어둑해졌다. 산기슭의 녹색을 띠는 무성한 식물들이 올라갈수록 가을빛을 띠고 있었다.
산 중턱에 있는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가자, 새로운 길이 끊임없이 나타나면서 가을빛을 띠고 있는 이곳까지 이어졌다.
다만 산길과 함께 수없이 많은 로봇이 등장해 스프너와 함영의 길을 막았다.
저 종소리는 로봇들을 제어하는 음성 신호인 것 같아요.
잔도는 구름에 뒤덮여 있었고, 주위 숲엔 고목만이 있었다.
가상의 환경 속에서 싸우는 건데도 조금 피곤하네요.
좀 쉬었다 갈까요?
괜찮아요. 줄곧 빙빙 돌고 있는 곳을 떠난 후에, 적어도 몇백 미터는 올라갔겠죠?
산 정상까지 올라가려면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릴까요?
출발 전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산의 높이는 2천 미터가량이에요.
그러니까 아직 반 정도밖에 오지 못했다는 거군요.
맞아요. 하지만 우리가 이곳까지 오는 데만 반나절 이상이 걸렸어요.
함영은 그 노인을 만난 이후 줄곧 초조해했다.
노인은 "그들"이 유유한테 관심이 많다고 했었다.
"요람"은 왜 유유를 이곳으로 유인하려고 했을까?
함영의 과거 기억이 기억체 속에서 은은한 통증을 일으켰다.
오래전 그날, "요람"은 유유를 인질로 잡은 뒤, 함영에게 그 저열한 목적을 달성하라고 명령했었다.
바로 그날, 유유는 기억과 인간의 자격을 잃었고, 구조체가 됐다.
계속 이대로 나아가는 건...
둥... 둥...
함영. 주변에... 아무... 조심하세요...
말을 끝마치지 못한 스프너는 데이터의 파동에 따라 조금씩 사라졌다.
스프너!
함영은 스프너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결국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
함영의 손도 석양 속으로 천천히 사라졌다.
맞아. 이렇게 가는 건 방법이 아니야.
내가 너희들을 바래다줄게.
문제의 답은 너희들 스스로 찾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