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4 그 꽃이 꿈속으로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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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4-8 눈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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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깍... 깍깍깍... 콜록콜록...

콜록콜록... 콜록콜록...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친위병이 포뢰를 향해 비틀거리며 걸어왔다. 그리고 적을 베던 장검은 그의 몸을 지탱하는 지팡이가 돼버렸다.

포뢰의 등 뒤에서 차가운 빛이 번뜩이자, 친위병의 가슴이 꿰뚫렸다.

친위병 눈 속의 빛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움직임이 멈췄고, 손에 있던 무기도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포뢰 님!

괜찮아요. 이 로봇은 악의가 없는 것 같았어요.

그래도 작동을 멈췄네요. 고마워요.

저희도 뒤에서 습격해 오는 잡병을 다 처리하고 오던 참이었어요.

친위병 옆에 떨어진 장검을 주운 포뢰가 눈앞에 있는 다양한 구룡 로봇의 잔해를 바라봤다.

이렇게 많은 구룡 로봇들, 친위병 모델의 로봇들까지 이곳으로 납치해 왔으니, 분명 "요람"이 벌인 짓일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만난 건 로봇들뿐이고, 해커들 모습은 보지도 못했어요.

그들이 산에 숨어 있는 이상, 반드시 그들을 찾아내야 해요.

이제 보니, 그들은 구룡 사람만 납치하는 게 아니라 로봇들도 암암리에 가져다가 제어하고 있었어요.

이러다간 그들 때문에 구룡도 위험해질 수 있어요.

알겠어요. 서둘러 해커들과 실종된 사람들의 행방을 찾아볼게요.

잠깐만요.

포뢰가 손에 들고 있는 장검은 친위병 일형 로봇의 무기였다. 다양한 적을 상대할 걸 고려해 디자인했기 때문에 칼날이 매우 날카롭고 강인했다.

하지만 이 검은 녹이 슬어 있을 뿐만 아니라, 칼날에도 갈라진 곳이 많았다.

어제 이 산에 들어온 후로 한 번도 쉬지 않았죠?

포뢰파로서 구룡의 사람들과 구룡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에요.

안 돼요.

포뢰는 손에 들고 있던 장검을 친위병 옆에 놓았고, 엄한 어투로 뒤에 있는 포뢰파들에게 말했다.

인간의 몸에는 한계가 있어요. 다들 피곤해서 쓰러지면 구룡을 수호할 수 없잖아요.

아직 힘들지 않아요.

이럴 땐, 무리하지 마세요.

앞에 있던 포뢰파가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결국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어요. 다들 잠시 쉬었다 가시죠.

잔도 위에 있던 십여 명의 포뢰파들은 각자 흩어져 편한 곳을 찾아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포뢰 님. 제가 보초 설게요.

함께 서죠.

포뢰는 보초를 서겠다고 말했던 포뢰파와 함께 잔도 옆 누워있는 고목 위에 앉았다.

이 자리에선 그들이 왔던 길과 안개가 낀 산을 볼 수 있었다.

포뢰는 사탕 하나를 꺼내 옆에 있는 포뢰파에게 건넸다.

어?

힘들 땐, 단 걸 먹는 게 좋아요.

고마워요.

포뢰파는 사탕 종이를 벗긴 뒤, 파란색과 노란색이 뒤섞인 사탕을 입 안에 넣었다.

셔요!

헤헷, 매실 사탕이에요.

포뢰도 말하면서 사탕 종이를 벗긴 뒤, 매실 사탕을 입 안에 넣었다.

으윽... 역시 시네요.

포뢰 님은 임무를 나가실 때마다 사탕을 지니고 다니시나요?

네. 오래된 습관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지금은 사탕을 먹어서 에너지 보충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닌가요?

먹지 않아도 되는 것과 먹으면 안 되는 건 엄연히 다른 일이죠.

포뢰는 다리를 흔들며, 산을 덮고 있는 안개를 바라봤다.

야항선에선 이런 경치를 볼 수 없어요.

요즘 시대에 이런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은 아마 구룡밖에 없을 거예요.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많은 곳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사람이 없는 산간 지대, 호화로운 대도시 그리고 대륙 전체를 잇는 철도...

그럼, 아저씨는 많은 곳을 가보셨겠네요. 부럽네요.

……

하지만 아버지는 결국 야항선을 떠나셨어요.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는 야항선을 떠나 세계를 떠도는 스캐빈저가 되셨고, 전 어머니의 손에서 자랐죠.

지난 10여 년간, 아버지가 연락하신 횟수는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예요.

음... 미안해요.

괜찮아요. 저 같은 딸은 잊은 지 오래겠죠.

그리워하다 보면, 꼭 다시 만나는 날이 올 거예요.

네.

포뢰는 상쾌하게 웃으며, 포뢰파의 어깨를 토닥였다.

저도 언젠가 제가 그리워하는 사람과 재회할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있어요.

분명 그럴 거예요.

산속의 안개가 조금씩 짙어질 때쯤, 포뢰가 물고 있던 사탕도 다 녹아가고 있었다.

최근에 쉰 적이 있나요?

점심에 잠깐 잤어요.

알겠어요. 그럼, 계속 보초를 서주세요.

그리고 일이 생기면, 언제든 절 불러요.

알겠어요.

하지만 포뢰가 고목 위에 눕자마자, 산골짜기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둥... 둥... 둥...

적습이에요!

적이 나타나기 전에 꼭 이런 소리가 났었어요.

참... 제대로 쉬지도 못하게 하네요.

구룡 포뢰! 전투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