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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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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2-24 고후위등

15분 후...

노안

으윽.

상처투성이 청년은 온 힘을 다해 간신히 부두의 울타리를 잡았다.

노안이 기나긴 어둠과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을 때, 주변은 온통 침식체뿐이었다. 사방이 포위된 상태라 어쩔 수 없이 등대의 맨 꼭대기에서 바다로 뛰어들었다.

구조체가 되지 않았다면, 세 번째 추락에서 죽게 되는 기억만 남았겠지.

길바닥에 주저앉은 노안은 몇 초 동안 숨을 헐떡인 뒤, 손에 들고 있던 검 두 자루로 땅을 짚고 일어섰다. 그리고 머리카락에서 떨어지는 바닷물을 털어냈다.

안 돼. 아직은 쉬면 안 돼.

침식과 상처 때문에 기체는 한계에 다다랐다. 하지만 노안은 억지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혹사 그 녀석이 아직 밖에 있어. 그냥 내버려두면 분명 다른 사람을 해치려 들 거야!

한 편...

종이학이 형태를 변화시켜, 혹사의 의자로 되돌아왔다. 혹사의 곁에 있던 수십 명의 구조체는 모두 행동 능력을 잃었다.

너밖에 남지 않았어.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솔직히 말해서 난 널 죽이고 싶지 않아. 넌 레븐쉬와 다르게 어떤... 역겨운 기운은 없더라고.

네가 원한다면 널 데리고 돌아가서 구조체로 만들어 줄 수도 있어. 그럼 넌 우리의 동료가 되는 거지.

왜?

그는 마지막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주변을 경계하면서 천천히 걸어왔다.

진정한 동료라...

난 네 동료가 될 수는 없는 거야?

그런 길도 이미 시도해 봤어.

나도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싶었어. 하지만 더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지.

그래. 이렇게 말하면 믿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이것만은 믿어줬으면 해.

난 이 세상과 대부분 사람을 사랑하고, 모두가 이 재앙을 이겨내길 바라고 있어. 완전한 형태가 아닐지라도 말이야.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선지, 승격자 중에서도 난 돌연변이 취급을 받지.

혹사가 말하는 동안, 주변 철수 경로를 다시 한번 관찰했다. 하지만 이곳은 어떠한 엄폐물도 없는 개활지였고, 운동 능력에 있어선 인간의 몸이 구조체보다 못할 게 분명했다. 게다가 혹사에게는 그 이상한 로봇 의자까지 있었다.

승격자와 정면으로 대항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으로, 지금은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한다.

혹시... [종이학]이 신경 쓰이는 거야?

혹사는 인간의 시선을 눈치채고는 옅은 웃음을 지었다.

이건 내 "처형 의자"야. 주로 누군가를 앉힌 다음 괴롭히거나 죽이는 데 쓰지. 착한 아이는 절대 얘한테 접근하면 안 돼.

종이학은 원래 장애인을 간호하는 의료 타입의 로봇 의자였지만, "아빠"들이 개조해서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어.

그래. 내가 어렸을 때, 날 키워줬던 사람들을 말하는 거야.

이런 말을 해도 이해 못 하겠지? 괜찮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지금의 종이학은 침식된 로봇일 뿐이야.

그를 이해할 필요도 없고,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필요도 없어. 그냥 종이학을 침식체로 대하면 돼.

아무리 설명해도 인간의 눈에 종이학은 승격자의 무기로 보일 뿐이니까.

후회돼? 이곳에 와서 배신자 사건을 조사하지 않았다면, 동료가 이렇게 심각한 다치지도 않았을 텐데.

그 정화 부대의 대장말이야... 이름이 비앙카라고 했나? 아마 그녀는 지금 그분에게 살해당했을 거야.

믿는다고?

변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계속 발버둥 치고 반항하는 거야?

너희들은 늘 그러더라. 자신의 힘에 지나친 자신감을 안고 있는 거 말이야. 모두 퍼니싱 때문에 목숨을 잃는 게 안 보이니?

넌 [선별]을 잔인한 일이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이렇게 계속 항쟁하게 되면, 생존자가 없는 승리를 얻게 될 거야. 그럼 그게 [선별]과 뭐가 다른데?

승격자들은 자격을 갖춘 사람들을 구하고 있어. 우리가 없었다면, 이 사람들조차 살아남을 수 없었을 거야.

아무도 지켜주지 못하는 주제에.

너희들은 퍼니싱을 제어할 수 없어. 지금의 공기는 너희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독인 셈이지.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선별을 통과한 씨앗'밖에 없어.

혹사 주변의 퍼니싱이 조금씩 모여들더니 날카로운 가시로 응집해 자신의 목표를 가리켰다.

인간의 용기와 희망은 거울 속의 꽃, 물속의 달과 같은 허상이야. 나방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불빛에 불과하지.

그 헛된 희망이 인멸되기 전에 내가 널 남길 수 있게 해줘.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적조 속에 있는 네가 무수한 조각이 돼도, 네 모든 조각에게 행복한 꿈을 방직해 줄게.

혹사가 손을 들자, 날카로운 가시가 손끝의 움직임에 따라 폭우처럼 인간을 향해 쏟아졌다.

물러설 곳이 없던 찰나에 허공에서 천둥과 번개가 터졌다!

상처투성이가 된 몸이 밀집된 공격을 막아내며, 튼튼한 방패가 되주었다.

노안

혹사, 당신이 틀렸어.

희망은 헛된 기대가 아닌, 우리가 수많은 희생과 고통을 겪고 내린 결론이라고!

혹사

...

이것이 네 선택이자 답인 거니?

노안

그래. 당신이 몇 번을 물어봐도, 난 선별이라는 걸 공감할 수 없고 당신 생각에 동의할 수도 없어.

난 추방과 감옥이 가득한 심연에 머물고 싶지도 않고, 기쁨이 없는 미소도 보고 싶지 않아. 그리고 눈가를 장식하는 가식적인 눈물을 불쌍히 여기고 싶지 않다는 말이야.

난 절대로 내 소원을 포기하지 않아!

혹사

넌 승격자의 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네 과거의 동료처럼 죽게 될 뿐, 아무도 구할 수 없어.

노안

알고 있어. 하지만 평범한 인간도 할 수 있는 일이 있거든.

혹사

공중 정원은 승격자와 깊게 관련된 자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그리고 그들은 널 잠재적인 위험 요인으로 여길 텐데.

노안

물론 알고 있어. 그래도 계속 잘못을 저지르는 것보다 차라리 의심받는 게 낫겠지.

혹사

그곳은 네가 기대하는 에덴 낙원이 아니야. "영웅"에 대한 네 로망은 이용당하고 버려질 뿐이야. 그리고 더 무거운 누명을 씌울지도 몰라.

노안

그것도 알고 있어. 이런 일을 경험한 적이 있어서 말이지. 하지만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아.

수송 부대가 전투를 치르기 며칠 전, 벨라는 걱정하는 마음으로 세 가지 질문을 했다. 당시 노안은 안개와 압박 속에 시달리고 있어서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앞길이 가시가 가득 솟아난 묘지일지라도, 노안은 절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노안

내 소원과 우리가 바라는 미래는 끝이 없어 보이는 어둠 뒤에 있어.

희망은 반드시 곤경 속에서 꿈을 이룰 거야!

노안은 손에 쥔 검의 날을 잡고 뛰어올라 서슴없이 그 가냘픈 몸을 찔렀다.

로봇의 금속 다리와 두 검이 격렬하게 부딪히면서 눈부신 번갯불을 뿜어냈다. 그러자 주위의 풀잎까지 이에 휩쓸렸다.

노안은 패링의 반동력으로 뒤구르기 하며 공중에서 혹사의 목을 조준했다. 하지만 혹사는 피하려는 기색도 없이 맨손으로 노안의 무기를 잡았다.

날카로운 칼날이 혹사의 두 손을 찌르자, 붉은 순환액이 쏟아져 나왔다.

네 결심은 이제 알겠어. 가고 싶다면 가도록 해.

다만 넌 언젠가 다시 나에게 찾아올 거고, 내게 힘과 종말 속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자유를 구걸할 거라고 생각해.

혹사는 노안이 들고 있는 검을 잡고선 자기 가슴을 가리켰다.

날 죽여도 돼. 괜찮아.

네가 손을 쓰지 않더라도, 난 곧 죽을 거야.

그러니까 다음에 날 만날 때에는 잊지 말고 나한테 자기소개를 해줘. 그때의 난 널 기억하지 못할 거야.

혹사는 손을 놓았고, 가슴을 가리키고 있던 검이 몸에 박히도록 순순히 내버려 뒀다.

이대로 날 갈기갈기 찢어도 돼. 아직은 아픔을 느낄 수 있지만, 끊임없이 부활하는 사람의 생명이라면,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지 않아도 괜찮겠지?

혹사! 당신...

???

혹사를 대려와라. 종이학.

어둠 속에서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종이학이 재빨리 로봇 다리를 펼쳐, 혹사를 감싸고는 뒤로 철수했다.

거기 누구야?

노안은 종이학이 철수한 방향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단단한 방어 자기장에 부딪히고 말았다.

으윽!

부딪혀서... 머리의 상처가 벌어졌을 뿐이야.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 네가 무사히 이곳에 서 있는 것을 보니 기쁘군.

너와 따로 행동한 사람들은 그렇게 운이 좋지 못했지.

두려워할 필요 없어. 내 기준에서 자격 있다고 생각한 "씨앗"들은 철저하게 없애지 않았어.

우리의 실험과 게임은 일단락되었으니, 다음에 보자.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그들의 모습이 깊은 밀림 속으로 사라지자 마침 루시아가 지원 소대를 이끌고 다급한 발소리를 내며 뒤쪽에서 달려왔다.

지휘관님!! 늦어서 죄송해요!

그 대행자가 따라올 줄은 몰랐어요.

!

부상당한 정화 부대 멤버들은 저희의 지원을 받아, 안전하게 공중 정원으로 돌아갔어요.

뒤편에 있는 수송기도 곧 도착할 예정입니다, 저희도 돌아가요!

도움이 못돼서 미안해.

괜찮아요?

침식과 손상이 최대치에 도달했어...

노안은 검으로 신체를 지탱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똑바로 서있기 힘들었다.

조금이라도 긴장이 풀리면, 난...

조금...

노안은 미안해하는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쓰러졌다.

많은 사람이 힘을 합쳐 부상자를 의료 격리실로 옮겼다. 그리고 수송기와 함께 공중 정원으로 돌아가는 여정에 올랐다.

이번 배신자 조사 임무는 아직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지휘관님.

루시아는 수송기 창문 옆에 앉아, 엄숙한 표정으로 임무 정보를 정리하고 있었다.

많은 배신자를 찾았지만, 승격자 쪽은 전혀 진전이 없었습니다.

정화 부대의 일부 대원들은 9호 의료 구역의 구조 정보는 애초부터 배신자와 승격자가 짠 유인 작전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저희와 정화 부대를 갈라놓는 것이었습니다.

네. 지휘관님.

격리실에 옮겨진 청년을 본 루시아는 어떤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돌렸다.

저자도 이번에 구해낸 구조체인가요? 낯이 익은 것 같은데,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요.

네. 그는 이미 희생됐겠죠.

비앙카는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다가 중상을 입었어요. 현재 위험한 상황이에요.

루시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 대행자는 여전히 자신의 실력을 숨기고 있습니다. 방어 자기장은 대행자가 잘 다루는 기술 중 하나일 뿐입니다.

격리실에서 아주 작은 기척이 들려올 때까지, 두 사람은 익숙한 엔진 소리 속에서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가 깨어났어요. 지휘관님.

노안

괜찮아.

노안

알고 있어.

노안의 목소리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노안

네.

노안

응. 모든 기억이 돌아왔어.

인간은 다시 한번 처음 만났을 때의 질문을 했다.

노안

이름...

노안은 오셀럼호에서 내던져진 뒤로, 본명을 숨기고 "슈렉"이라는 이름만 사용했다.

그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분쟁을 피하거나, 잡다한 소문들과 벗어날 수 없는 죄명을 멀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본명을 말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슈렉"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주위에 알려져서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었다.

노안

아니. 기억해.

"슈렉"이 의미하는 소원과 가려진 모습과는 달리, "노안"은 늘 상처와 이별의 추억으로 뒤덮여 있었다.

"노안"이라는 호칭은 고통과 문제를 의미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오해받고 있었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배신과 죄명의 표식으로 남아있었다.

그렇기에, 그 호칭은 생존자들에게 절대로 자아를 떠나, 영혼을 버리는 선택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고통과 아쉬움으로 끊임없이 일깨워 주고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가 왔다. 그리고 노안은 앞으로도 많은 선택에 직면할 것이다.

지금, 노안에게 두 가지 호칭 중에서 결심의 상징으로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노안은 반드시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노안

노안. 내 이름은 노안이야.

잘 부탁해. 지휘관.

10:21 a.m. 과학 이사회. 노안이 공중 정원에 온 지 며칠이 지난 후...

그의 기체에는 확실히 일부 이상이 존재해.

하지만 이건 노안이 스스로 제어할 수도, 없는 것도 아닌 승격자가 퍼니싱의 힘을 빌려서 노안과 특별한 연결 관계를 만든 거야.

승격자가 노안을 개조할 때, 기체 또는 의식의 바다 모듈에 어떤 특별한 연결 기술을 심어뒀다고 생각해.

이 기술은 정말 신기해. 분명 미래의 기체 연구 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가져다줄 거야.

네 말은 노안이 승격자도 아니고 수격자도 아니라는 건가?

맞아. 노안이 승격자와 연결됐고, 제어를 받았기 때문에, 그런 이상 상태들이 나타났다고 추측하고 있어. 그래서 노안이 승격자를 멀리하기만 한다면, 일반적인 구조체로 회복될 수 있을 거야.

"사기꾼"이라 불렸던 승격자답게 "승격자를 떠나면, 제어 불가 상태가 된다."라는 말도 거짓이었군.

이것 때문에 노안의 기체나 의식의 바다가 다른 영향을 받았는지 또다시 이유 없이 제어 불가 상태가 될지는, 현 단계에선 완전히 알아낼 순 없어.

그래도 노안을 실험실 안에 두는 것이 더 안전하지 않겠나?

그건 권하지 않아. 노안은 계속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다시 노안에게 신변의 자유를 박탈하는 건 인도적이지 못하잖아.

확실한가?

노안은 기체를 교체하지 않고, 모든 실험과 검사를 직접 진행했어.

강도가 높은 스트레스 테스트는 종종 많은 손상이 뒤따라. 게다가 검사도 불가피하게 일부 기체 부품을 분해해야 해서 그 과정은 절대 수월하지 않아.

협조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을 텐데, 지금까지 어떠한 불평도 하지 않았어.

그럼 제어 불가 상태를 예방할 방법이 있나?

그래. 노안의 동의를 받은 후, 노안의 몸에 여러 가지의 "보험 대책"을 남겨뒀어.

언제쯤 이런 위험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지?

승격자가 더 이상 노안에게 간섭하지 않고 있고, 관측 샘플도 부족해서, 분석 속도에 시간이 더 필요해.

노안이 승격자와 다시 접촉하기만 한다면, 관측 샘플을 얻을 수 있다는 건가?

쿠로노 쪽 연구원이 할 법한 일인 것 같군. 그들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분명히 가만있지는 않을 거야.

그렇게 하면, 노안이 배신하거나 사망할 확률만 높아질 뿐이야. 완전히 해결되거나 기체를 변경할 때까지, 승격자와 접촉할 수 있는 어떤 임무도 수행하는 것을 권하지 않아.

내가 노안을 블랙 램 소대에 배치한 게 올바른 선택인 것 같군.

블랙 램 소대를 재편성한 건가?

그래. 지휘관부터 대원까지 문제가 있어서, 재정비할 시간을 가진 것뿐이야.

리더가 누구지?

파르마.

어째서 파르마인 거지?

파르마밖에 남지 않았어.

니콜라

노안은 리더를 맡을 소질이 있지만, 아직은 믿을 수 없으니 맡길 수 없어.

니콜라

릴리안은 겁이 좀 많고, 리더 재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아주 "결백"하다고 볼 수도 없지.

심문에서 릴리안은 자신이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노안을 09호 의료 구역으로 데려갔다고 설명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지.

지금은 일손이 너무 부족하고, 과중한 벌을 주는 것도 상책이 아닌 것 같아. 그러니 우선 릴리안을 새 소대로 편성시켜서 적응하게 놔두려고.

니콜라

남은 건, 그 유명한 "도살자" 파르마뿐이야.

니콜라

이 세 명은 모두 쿠로노와 조금씩 연관이 있어. 특히 릴리안과 파르마는 더욱 그렇지. 노안은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쿠로노는 노안의 기체에 있는 비밀을 놓치지 않으려고 할 거야.

이런 "문제덩어리 소대"를 지휘하자니 시몬에겐 중책이 되겠군.

시몬의 신체는 원래 지상 전투에 적합하지 않아. 내가 시몬에게 충분한 "재정비" 시간을 준 것도, 다른 대원들과 어울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야.

이번이 벌써 블랙 램 소대의 세 번째 재편성이야. 우린 시몬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줘서는 안 돼.

이건 시몬이 스스로 신청한 거야. 시몬은 더 이상 예전처럼, 자기 대원이 배신하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을 거라고 했어.

그 말은 시몬이 노안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락했다는 건가?

노안뿐만 아니라, 다른 두 명도 잠재적인 위험이 있어. 지상에서의 전황이 조금씩 긴박해지면서, 다른 사람에게 이 일을 맡기는 것도 적절하지 않아.

...

노안을 감시하는 사람이 아직도 부족한가?

배신에 관한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게 아니야. 긴장을 풀어선 안 돼. 노안은 그들이 감시하는 대상 중 하나일 뿐이야.

그러고 보니...

노안의 기체를 검사할 때, 노안도 배신자에 관한 일을 말했었어.

모두를 유혹해서 배신하게 하는 건, 그 대행자의 진정한 목적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전 그 대행자가 성동격서처럼 계획을 수행할 거라고 말하는 걸 어렴풋이 들은 적이 있어요.

거기에 이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혹사 혼자서 책임지고 있어요. 그래서 분명히 다른 일을 꾸미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지상 조사의 인원을 더욱 늘려야 할 것 같군.

노안이 그 "혹사"라는 승격자에 대해, 다른 새로운 내용을 말하지 않았나?

심문 기록에 있는 것들이 다야. 그런데...

아시모프는 노안이 막 과학 이사회에 와서, 기체를 검사하던 날이 떠올랐다.

혹사?!

로사

으악!

왜 그래?

로사

저, 저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저분이 갑자기 제 뒤에서... 제가 뭐 잘못한 게 있나요?

당신은...

이 여자아이의 보라색 머리와 눈을 본 노안은 2초 동안 망설이고는 겨우 반응했다.

아... 미안. 사람을 잘못 봤네. 그런데 당신은 누구지?

로사

전 아시모프님의 조수 로사예요.

미안해, 로사.

로사

괜찮아요. 별일 아니에요.

...

로사를 본 노안은 다시 침묵에 빠졌다.

어째서...

또 다른 게 있나?

별거 아니야. 그냥 오해일 뿐이었어.

로사의 몸에 얽힌 골칫거리로도 충분했기에, 아시모프는 이런 별것 아닌 일은 꺼내지 않기로 했다.

리의 특화 기체는 어떻게 됐나?

적응과 제작만 하는 거라면, 언제든지 완성할 수 있어.

하지만 현재 상태로는 기껏해야 두 번째 "백야"만 될 뿐이야. 핵심 부분에 대한 개선 방식이 아직 부족해.

그래서 노안의 기체에 있는 특별한 연결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데, 이것이 Ω 특화 기체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다주길 기대하고 있어.

며칠 전부터 리에게 공중 정원에서 대기하라고 명령을 내렸어. 리는 우리에게 얼마 남지 않은 희망이야. 이런 시기에 절대로 무슨 일이 일어나선 안 돼.

노안이 승격자의 교란에서 혼자 벗어날 수 있었다는 건, 노안에게도 특화 기체의 적응성이 있다는 거야.

노안은 승격자와의 관계 때문에 언제나 불확실성이 존재해. 이것이 배제되기 전까지는 모든 걸 리에게 맡기는 게 안전하겠어.

그럼, 한동안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루시아와 지휘관만 남아 임무를 수행하게 되겠군.

리브는 깨어나긴 했지만...

오늘 치료는 모두 끝났어.

감사해요. 교수님. 그리고 지휘관님도 매번 이렇게 공중 정원으로 돌아와 치료를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당연하죠. 지휘관님이 항상 도와주셨잖아요.

네. 알겠어요.

지휘관은 최근에 좀 어떤가요? 전투하면서 불편한 점이 없었나요?

당신이 깨어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의학적으로 기적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얼마 전에야 전 지휘관의 병실에 있던 감호 치료 기계를 누군가가 수정 및 복구한 것을 알았어요. 지휘관이 깨어났을 때가 딱 그때쯤이었거든요.

그동안의 기록을 모두 덮어씌워 버려서, 그게 누구인지, 뭘 했는지를 알 수 없게 돼버렸어요.

아무튼 계속 조사해 볼게요. 좋은 일을 했는데도, 이름을 남기지 않는다니, 잡히면 병원에 자주 와서 도와달라고 해야겠어요.

교수는 웃으며 손을 흔든 후, 돌아서서 병실을 떠났다.

네. 교수님과 지휘관님이 치료를 도와주셔서, 은통 증상이 많이 호전됐어요.

루시아에게 들었는데, 지상 전투 중에 어떤 사람을 구하셨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블랙 램 소대에 있다면서요?

네. 동료가 들어왔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죠.

지휘관님도 뭐든 다 혼자 감당하지 마시고,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 더 의지해 주세요.

리브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 이미 지휘관님과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의지할 거예요.

생명의 별을 떠난 후, 인간은 익숙한 그림자가 예술 협회의 근처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것을 봤다.

지휘관, 안녕.

시몬 지휘관이 나한테 필요한 물품을 신청하라고 했는데, 아직 이곳 지리에 익숙하지 않아서 말이지.

그럼 지휘관은? 왜 혼자 이곳에 있어?

예비용 무기하고 코팅.

파르마 대장은 지금 내 모습이 "침식체 더미에서 막 건져낸 것 같다"고, 예술 협회에 가서 깔끔한 코팅을 신청하라고 했거든.

코팅이 어떻게 변경되는지는 본 적이 없지만, 기회가 생겼으니, 꼭 해보고 싶네.

그런데 신청 지점을 찾지 못했어.

괜찮아?

그럼, 부탁할게.

노안은 웃으면서 다가왔다.

나쁘지 않아. 시몬 지휘관은 매우 온화한 사람이고.

소대 친구들도... 예의바르고.

공중 정원의 정교하고 말끔한 건물을 바라보는 노안의 눈빛에는 막막함이 깃들어 있었다.

한 편, 정비소에서 돌아온 리가 때마침 이곳을 지나가다가, 지휘관이 예술 협회의 깊숙한 곳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봤다.

?

이런 곳에서 배회하시기도 하네.

의문을 품고서, 한 번 더 바라본 리는 지휘관의 옆에 익숙한 그림자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

리는 곧바로 자신의 생각을 부정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그런 상황에서 살아 돌아왔을 리가 없어. 그와 닮은 구조체일 거야.)

바로 그때...

지휘관의 옆에서 웃고 떠들던 청년 구조체가 자신의 코팅을 선택했다.

?!

저기... 이건 염색 효과를 미리 보기 위한 시안인데, 정말 이게 마음에 드시는 건가요?

이러면 안 되는 건가?

너무 못생겼잖아요!

어떻게 지휘관님마저 그러시는 거예요? 이게 바로 수석의 미적 기준인가요?

으악! 당신들은...

예술 협회의 직원이 고통스러워하며 눈을 가렸다.

무지개 색깔이 어떤지 시험해 본 거야. 이런 모습으로 밖에 나가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

정말요?

조금 아쉽긴 하지만, 지금 바로 바꿀게.

저기요.

리?

살아있었네요?

응, 오랜만이야.

지휘관님은 못 알아보신 건가요? 슈렉이잖아요.

앗... 깜빡하고 얘기를 못했네.

회포를 푸시기 전에 일단 머리카락 색깔부터 바꾸시죠!

아무튼... 그렇게 됐어.

그 책을 당신들이 주은 거야? 인연은 때론 정말 신기하다니까.

처음엔 나도 이 일을 기억하지 못했었고, 생각난 후에는 또 말할 기회가 없었어.

승격자에 의해 개조됐다니, 당신도 참 운이 없...

아니지. Ω 무기를 들고 뛰어내리지 않았다면, 중상을 입고 열차 안에서 죽었을 거예요. 승격자에게서 어떻게 벗어났을지는 더욱 말할 필요가 없겠죠.

이건 칭찬인 건가?

원하시는 대로 생각하세요.

...

어쨌든, 살아남았으니 됐어요.

밖에서 지휘관님이 이곳에서 배회하시는 걸 봐서요.

노안도 본인 지휘관이 있잖아요.

다른 사람은요?

그들은...

노안은 허탈하게 웃었고, 뒷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

승격자와 너무 깊게 연관돼서 그런 건가요?

이 일이 벌써 이렇게나 널리 퍼진 건가?

그렇군.

사람들은 초조할수록 더 많은 소식을 알고 싶어 하는 법이지. 때론 진실과 동떨어진 거짓말이라도 믿게 되거든.

괜찮아. 이런 일을 많이 겪었던 터라, 날 걱정할 필요 없어.

...

전 다시 아시모프 님에게 가야겠어요. 두 분은 일 마저 보세요.

한가하게 있는 것보다 일을 찾아서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리는 성큼성큼 걸어 자리를 떴다.

왠지 모르게 리 씨가 지휘관에게 휴식을 권장하는 것 같아.

눈빛 혹은 말투로?

역시 수석답네.

응. 시몬 지휘관은 한가할 때면, 지휘관을 언급하고, 지휘관이 지상 전투에 참여했을 때의 상황을 물어보곤 했어.

직설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것도 관심이 있다는 증거겠지.

노안은 웃으며, 평범한 코팅 한 세트를 골랐다.

이걸로 신청할게.

다른 수정 요구는 없으세요? 예비 엘리트 소대 멤버들도 커스텀 코팅 신청 권한이 있어요.

응. 다른 사람과 똑같이 해줘.

ok~

고마워.

가자. 지휘관.

지휘관은 쉬러 가셔야 해. 시몬 지휘관한테서 들었어, 지휘관은 방금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고, 곧 새로운 곳으로 임무를 수행하러 가야 한다고.

나도 블랙 램 소대 휴게실로 돌아가야 해. 가는 김에 내가 그레이 레이븐 소대 휴게실 근처까지 바래다줄게.

응? 무슨 일이야?

"슈렉"이라는 호칭이 더 마음에 드는 거야?

괜찮아. 슈렉도 내 이름이잖아. 마음에 드는 걸로 부르시면 돼.

방금은 무슨 질문을 하려고 했는데?

공중 정원에 온 걸 후회하는지 묻는 거야?

후회하지 않아.

내가 심문, 감시, 소외당하면서까지 그 연구에 참여하는 걸 말하는 건가?

나한테 공중 정원으로 오자고 했을 때,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않았어?

사실 여기 오기로 결정했을 때 나도 생각했어.

괜찮아. 온다고 승낙했을 때,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

그때 지휘관도 들었다시피, 혹사도 계속 내게 경고했잖아.

내가 곰곰이 생각해 보고 내린 결정이야.

그럼, 험난하지 않은 일도 있나?

평화 시대의 이야기에서도 이야기 속 사람들은 수많은 고난과 슬픔을 겪게 돼.

"영웅"님은 어떻게 생각해?

지금까지 수월했던 거 같아?

그럼, 지휘관은 이 고난을 혼자 짊어지는 걸 후회하고 있어?

고통을 견디지 못해, 도망가거나 포기할 생각은 없어?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고, 아프지 않다는 건 아니잖아.

구조체가 됐지만 내면은 여전히 인간이라서.

이 고통을 느낀다는 건, 내가 아직도 신경 쓰고 있는 사람이 있고 그럴 일이 있다는 거고. 그리고 지켜보고 싶은 미래도 있다는 거야.

하지만 지휘관은 도망가지 않았어. 왜 그랬지?

도망가고 싶다면, 어떻게든 도망갈 수 있어... 때론 생명을 포기하는 것도 회피하는 방식이잖아.

지휘관이 그렇게 하지 않는 건 이곳에 아직 내려놓지 못한 사람이나 사정이 있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거겠지.

나도 아직 신경 쓰는 사람과 일이 있고 또 보고 싶은 미래가 있어.

그러니 우리의 답은 동일하지.

수많은 슬픔을 겪게 되고, 앞으로 더 많은 아쉬움이 남게 되도, 난 후회하지 않아.

고통은 내가 아직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지. 더 이상 아프지 않기 위해서 내 소원을 포기해야 한다면, 난 차라리 이런 아쉬움과 아픔을 안은 채 살아가고 싶어.

참, 아직 지휘관에게 하지 못한 말이 있어.

그때 날 잡아줘서 고마워.

입꼬리를 올린 노안이 갈림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블랙 램 소대 대기실이야.

나중에 봐. 지휘관.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며,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갔다.

자신이 부족하고 평범하다는 것을 일찍 알고 있었고, 앞으로 이 평범한 몸이 수많은 어려움과 고난을 겪어야 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청년의 발걸음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평범한 생명은 야초와도 같다.

뿌리는 깊지 않으며, 꽃잎은 아름답지 않다.

하지만 이슬, 수분 그리고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사람의 피와 육체를 흡수해, 그것의 존재를 사라지게 한다.

살아있는 동안엔 짓밟히고 베어지다가 죽음에 이르러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야초의 평범함과 부패를 증오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부패는 영혼이 다 타버린 후의 대가이기 때문이다.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 이 등불에 태연하며 기뻐해야 한다.

그들이 영혼으로 녹인 설원을 위해 크게 웃으며 노래하라.

고요 속에서 순종하고 소멸하기보다는 타버린 후의 죽음과 부패를 더 바라고 있다.

그<//생존자>는 많은 사람이 남긴 부패<//반딧불> 속에서 앞으로 나아갔다.

언젠간, 그<//생존자> 또한 반딧불<//사람들의 마음>들의 인도 아래, 죽음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이것이 야초의 선택이다.

부패하게 되었을 때, 여전히 그의 미소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