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정은 돌고 도는 사계절 내내 계속됐다.
언제부터인가 방랑의 목적이 방랑 그 자체가 돼버렸다.
그리고 방랑은 일종의 관측과 기록의 형태가 됐다.
관측자는 끝없는 하늘과 침묵의 땅처럼, 감정을 배제한 채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록해야 하며, 관여해서는 안 됐다.
하지만 하늘과 땅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사는 삶이란 있을 수 없었다.
관측자가 간섭하지 않더라도, 그녀는 이미 맞물린 수레바퀴에 맞춰진 채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굴러가는 수레바퀴"에 밀려 흰 눈으로 덮인 극한의 땅을 밟게 됐다.
가슴속에 남은 유일한 사명을 위해, 그녀는 방랑하는 동안, 낮과 밤이 뒤바뀌는 것을 수없이 기록했다.
똑같이 인도를 원하는 로봇이 그녀의 앞에 나타나기 전까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