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0 유운경몽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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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0-6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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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내린 다음 북쪽으로 가. 대어는 그곳에 있단다."

북쪽이면... 상 북, 하 남, 좌 서, 우 동이니까. 맞네~ 여기 위로 가야겠어.

출항 후 시간은 매우 빠르게 지나갔다. 포뢰가 배의 모양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목적지에 빨리 도착했다.

배에서 내려 북쪽으로 가는 길에서 본 풍경은 전구가 말한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산이라고 하기에 활력 넘치는 계곡도 없었고 그렇다고 거센 파도가 있는 바다도 아니었다.

길가의 산과 바다는 포뢰 등에 걸린 검과 물병이 부딪치는 맑은 소리를 경청했다.

엄청 조용하다.

오는 길에 어떤 어려움도 없었어. 어젯밤 꿈처럼 순조로워...

포뢰는 힘껏 고개를 저었다. 최대한 그 악몽을 잊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손을 들어 이마에 대고 해안선의 끝을 바라보았다.

아닐 거야. 아닐 거야. 아무리 그래도 일단 시도는 해봐야지.

대어 님... 어디 계세요?

대어 님...

설마...

의기소침한 포뢰의 얼굴에 물방울이 떨어졌다. 그녀가 황급히 고개를 들었을 때, 어느새 눈앞에 물기둥이 나타났다.

물기둥 주위에는 무지개의 빛깔이 은은하게 보였다. 포뢰는 얼굴의 물방울을 닦아내고 옅은 안개를 넘어 물기둥의 근원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파란 고래 한 마리가 나타났다.

안녕. 무슨 일로 찾아왔지?

!!!

혹시 대어 님이세요?

응. 나야.

그럼 혹시...

미안하지만 안 돼.

네? 아직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는데요?

이 극동의 땅으로 찾아온 사람들의 목적은 별다를 바가 없어. 내 눈물을 얻는 것이지. 수천 년 동안 늘 그래왔어.

타인에게 눈물을 제공하는 건 상관없지만, 아쉽게도 난 눈물이 많은 나이가 지났거든. 그러다 보니 거의 백 년 정도 한 번도 눈물을 흘리지 않게 됐어.

네? 그렇다면 전구 아저씨가 그전에 가져간 눈물은 어떻게 된 거죠?

혹시 그 "근육남" 말하는 건가? 그 사람이 가지고 간 건 내가 젊은 시절에 보관해 놓은 눈물이야.

몇 년 전, 난 보관해왔던 마지막 눈물을 선물하고서 과거의 "울보"와 "작별"했어.

작별이요?

그래. 울고 싶으면 울고, 떼쓰고 싶으면 떼쓰는 건 어린이에게 주어진 "특권"이라고 말할 수 있지.

다 큰 어른으로서 눈물처럼 나약한 물건은 필요 없거든.

난 감정이 풍부한 어린 시절, 청년 시절과 작별을 했어.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을 흘리는 간단한 생리 작용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어.

널 돕기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진짜 눈물이 없어서 그래.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지금 이 질문을 제기했다는 자체가 현재의 자네는 이 사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하지.

자네는 아직 열정이 식지 않았으니까, 여기까지 오면서 줄곧 그랬겠지?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과감하게 화를 낼 수 있고 또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살았지?

자네가 이렇게 풍부한 감정을 소유하고 있으니 당연히 울고 싶을 때도 자연스레 눈물이 나겠지...

하지만 나처럼 마음이 메마르면, 지금 당장 날 때려도 눈물이 안 나오고...

그냥 이를 악물고 모든 것을 묵묵히 견디겠지...

열정이 식으면 남는 건 창백뿐이야.

창백함과 메마른 것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 느낌으로는... 대어 님께서는 눈물이 없는 게 아니라 울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느낌? 그게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야?

음... 대다수 상황에서 제 느낌이 다 정확하다고 장담은 못 하지만 그래도 직감을 믿고 싶어요!

왜냐면 대어 님 눈에서 강인한 "의지"가 보이거든요.

제가 전에 만났던 모든 어른들은 어떤 곤경에 처해도 울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자신에게 의지하는 가족, 친구, 연인이 있으니까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람은 진짜 공감을 느끼거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할 수 없어. 그러니 이것은 단지 자네의 주관적인 느낌에 불과해.

엄마께서 말씀하셨어요... "눈은 마음의 창"이기 때문에 뜻을 전할 수 있다고요.

말로 아무리 부정해도 눈빛을 사람을 속이지 않아요.

그래서 사람들의 눈을 보고 깨달았어요... 사람들은 각자 인생의 길을 걷고 있고 각자 평행선에 서있기에 절대 "교차"할 일이 없고... 그러면서 크는 거죠.

정해진 끝점, 그런 인생길 위에서... 다치지 않으려고 또는 다른 이유로 인해 "나약한 나"를 버리는 일... 흑...

내 눈물이 필요하다고 그러더니... 왜 자네가 먼저 울고 그래...

그건, 그건... 저도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지금 제가 횡설수설하는 것 같아요.

그냥 너무 슬퍼서 눈물을 멈출 수가 없어요.

어휴... 방금 자네도 "평행선"이란 비유를 사용했군. 틀린 말은 아니지. 각자 자기만의 평행선에서 살고 가끔 소통을 통해 연락을 하는 거지.

그러나 이런 일방적인 연락 방식을 통해 상대가 과연 어느 정도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거든.

상대가 열정적인 답장을 하든 격한 분노가 담긴 답장을 하든 그들이 사실상 어느 정도 이해가 됐는지 알 수가 없어.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감정을 과도 몰입하면 오히려 상처받기 마련이야.

그러니 그럴 바에는 차라리 마음의 문을 닫고 감정을 폐쇄시키는 게 더 낫지 않겠어?

사실 나도 의심을 가진 적이 있었지만 결국은 남들처럼 동일한 방식을 택했어.

꿈, 풍요로운 삶, 사랑... 고민할 것이 너무 많아서 눈물 흘릴 시간과 힘이 주어지지도 않았어.

그러니 나와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이... 올바르고 이성적인 선택이야.

네... 사람들은 항상 모든 문제를 누적시키고 마음에 족쇄를 부가하죠.

족쇄에 묶인 채 비틀거리며 나아가다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이 정도 고통은 대수롭지 않다"라고 하면서 쓴웃음으로 눈물을 대체하죠. 그렇게 강한 척하며 다른 사람들 앞에 서 있는 거잖아요.

그게... 더 슬프지 않나요?

대어는 눈앞에서 우는 포뢰를 보며 어쩔 줄 몰랐다.

아니... 정 급하면... 내가 눈물 흘리기 시도라도 해볼까?

죄송합니다.

더 이상 억지 부리며 대어 님의 눈물을 요구하지 않을게요.

포뢰는 눈물을 닦고 몇 차례 심호흡을 한 뒤에야 마음을 가라앉혔다.

대어 님도 그렇고 다른 어른들도 그렇고... 성장의 고민과 삶의 스트레스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어 님의 눈물을 강요할 수 없죠.

이 넓은 세상에 설마 대어 님의 눈물 외에 선생님을 치료할 다른 방법이 없겠어요!!!

이 세상에 파니니를 치료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고 믿어요!

대어는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포뢰도 역시 다른 아이들처럼 감정이 풍부해 방금 전까지 엉엉 울다가 지금은 또 웃고 있었다.

대어 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지금도 그렇다. 방금 엉엉 울던 소녀는 어느새 웃음을 짓고 있었다.

……

자네도 지금 억지 부리고 있는 것 같은데?

울어서 눈이 퉁퉁 부었는데 또 나한테 웃어주면서 위로해 주고...

내가 무슨 고생을 겪었다고 참... 별일도 아닌데 그러네.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거든.

나도 그들이 긍정인지 아부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모함하는 건지 모르겠어.

그럼 자네는? 방금 말했던 그 "고생"은 대체 어떤 의미지?

다 똑같이 심플한데... 또 뭔가 다른 점이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어쩌면 심플한 게 답일지도 모른다. 단순하고 그 어떤 불순물이 없어서 그 두 글자가 유난히 무겁게 들렸을지도 모른다.

대어 님께서도 다른 사람들처럼 눈빛이 계속 외치고 있어요.

마음속의 고독감과 외로움을 외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고생했다는 말이 나왔어요.

대어

어쩌면 그랬을지도...

과거 함께 놀던 판다 형과도 크면서 연락이 뜸해졌어. 가끔은 부탁할 일이 있어서 연락하긴 했지. 그의 만병통치약을 위한 것이거나 돈을 아끼려고 "원 플러스 원" 세일 이벤트 때문이었지.

그 형도 참 그래... 내가 먹지도 못하는 죽순을 엄청 보내주면서 눈물 제공해 줘서 고맙다고 하는데! 근데 죽순 포장에 "적체" 태그 스티커가 붙어있는 거야.

매일 똑같은 삶을 반복하지만 가끔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빨리 도망치고 싶고,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고 싶어.

내 주변에 물고기가 많이 있는 것처럼 보여도 상대가 마음의 문에 닿으려 하면 난 바로 멀어지기 시작해.

이런 삶은... 소리 없는 지옥과도 같아.

대어는 눈을 감고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떠올렸다.

대어

지옥... 신에게 버려진 곳.

하늘의 신이 내려와 어떤 누구를 지옥에서 구원해 주는 건 결국 동화 속에만 존재할 따름이지.

어쩌면...

엥?

머리 위에서 전해온 촉감이 대어의 회상을 중단했다. 눈을 뜬 그의 앞에 포뢰가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그녀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눈빛과 함께 대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존재하지 않는 구원을 기대하기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 있어주고 고민을 들어주는 존재가 있는 것이 어쩌면 더 큰 동기부여가 될지도 모른다.

따뜻한 기류가 포뢰의 손에서 전해졌고, 그 기류는 온몸을 맴돌다가 대어의 가슴에 전해졌다.

이렇게 순수한 눈빛과 따스한 감촉은 대어로 하여금 잊은지 오래된 추억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마지막으로 이런 느낌을 받은 건 어릴 적 어머니께서 상처 입은 자신을 달래주었을 때였다.

포뢰

지금까지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대어는 마치 세월이 자신에게 입힌 갑옷을 벗기고, 수천 년 전의 연약한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 어떤 걱정과 고민이 필요 없었다. 눈앞의 사람이 진심으로 자신에게 관심을 베풀었고 그 어떤 계산과 목적 없이 단 자신의 슬픔을 해소시키려고 했기 때문이다.

포뢰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한 줄기 햇살이 마음속 어둠을 뚫고 들어와 미세한 빛으로 비췄다. 마음속에 쌓인 모든 차가움을 녹일 수는 없었지만, 오랜만에 따뜻함을 느끼게 됐다.

대어

고마워...

눈물 한 방울이 대어의 눈가에서 흘러내렸다.

지금 이 순간, 대어는 오래전 작별했던 과거와 짧은 재회를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