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멋진 공연이군.
할아버지도 오셨어요!
포뢰가 공연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오자 때마침 낮에 오매탕을 파는 노인을 만났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어둠에 싸인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도 그렇고 이 도시도 그래. 꿈처럼 화려하지만 타오르는 감정을 붙잡지 못하면 순식간에 사라질 것 같아.
모두가 널 좋아하는 것 같아.
네? 그런 가요?
응, 일 처리가 다 끝나면 여기 남을 생각 없나?
여기는 적당하게 바쁘고 적당하게 한가하고, 여기서 살면 작은 고민도 가끔 있겠지만 금방 풀리거든. 삶의 하루하루가 큰 변화가 없어서 실망할 리도 없어. 만약 어느 날 갑자기 소확행이 찾아오면 또 축제가 열리지, 마치 네가 온 것처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괜찮아. 넌 아직 갈 길이 멀어서 천천히 생각해도 돼.
내일 아침 일찍 배 타러 부두에 간다고 들었는데, 일찍 쉬거라.
노인은 등 뒤에서 "땡땡 북"을 꺼낸 후, 노래를 흥얼거리며 천천히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노인의 뒷모습이 골목 입구에서 완전히 사라진 후에도 포뢰는 그의 목소리가 이 여름밤 안에서 오랫동안 울려 퍼지는 것만 같았다.
네 덕분에 우리 모두 좋은 꿈을 꿨어. 고맙구나.
————
몽롱한 새벽. 포뢰는 푹신한 공간에서 깨어났다.
익숙한 방에 왠지 모르게 선명한 색깔을 잃었고 단조롭게 흑백만 남아있었다.
더 수상한 건 포뢰는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눈앞의 광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전구랑 그의 형제들이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포뢰는 웃으면서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아침의 첫 배를 탔다.
전구의 말처럼 배에서 내려 얼마 가지 않았다. 포뢰는 심지어 한 걸음만에 길 끝에 도착한 것 같았다.
그녀의 앞에 나타난 것은 거친 파도가 일렁이고 있지만 소리 없는 짙푸른 바다였다.
그녀는 배낭을 내려놓고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런 다음, 양손을 입가에 대고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대어 님..... 어디 계세요?
어디 계세요...
외침을 응답하는 건 차가운 메아리뿐이었다.
대어를 찾지 못한 포뢰는 마음이 급했지만 당장 더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도시로 돌아가 다음 출항을 기다렸다.
전구랑 그의 형제들은 포뢰가 돌아온 것을 열렬히 환영했고, 그녀를 위해 또 한 번 축제를 열었다.
두 번째 출항, 역시 아무런 수확도 없었다.
포뢰는 노인의 도움으로 마을에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작은 집을 찾아 장기전을 준비했다.
세 번째 출항, 여전히 수확이 없었다.
네 번째, 다섯 번째... 몇 번째인지 모를 만큼 여러번 출항했다.
포뢰는 여러 번 출항했지만 돌아노는 건 실망뿐이었다.
기상, 배 타기, 대어 찾기, 빈손으로 돌아오기. 이것이 포뢰의 일상으로 됐다. 너무 반복되다 보니 삶에 이런 일밖에 없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이 변함없는 순환은 출발 전에 했던 결심을 야금야금 잠식했다.
그래서 포뢰는 민간요법으로 선생님을 치료하려고 시도를 했고, 또 다른 곳으로 가서 대어의 흔적을 찾는 것도 시도했다. 하지만 결국은 선생님을 구할 수 있는 제2의 방법을 찾지 못했다.
내일도 대어의 눈물을 찾지 못한다면 선생님의 병은 어떡하지?
포뢰는 늘 이런 걱정과 불안을 안고 잠들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이를 악물고 선생님을 살리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몇 날 며칠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포뢰는 꿈을 꾸게 되었다.
꿈속에서 그토록 찾던 대어와 마침내 만나게 됐다.
우와!!! 대어 님! 드디어 뵙게 됐네요!!!
안녕하세요! 혹시... 가능하시다면 저에게 눈물을 주실 수 있을까요? 사람을 구하는데 필요해서요.
……
대어는 그녀의 인사와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어 님, 어디 가세요??? 대어 님, 대어님!!!
대어는 역시나 응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포뢰한테서 점점 더 멀어졌다. 포뢰가 아무리 쫓아가도 멀어지는 거리를 좁힐 수 없었다.
대어 님의 도움이 없으면... 우리 선생님은...
대어는 끝까지 대답하지 않았고, 포뢰는 대어를 향해 달려가다 점차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대어, 부두, 마을... 심지어 그녀가 밟았던 땅도 계속해서 멀어져 갔다.
그리고 모든 것이 사라졌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래의 울음소리가 그 빈자리를 대체했다.
대, 대어...
아니야, 아니야, 이건 현실이 아니야.
고래의 울음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고 포뢰의 세계에는 온통 고래로 채워졌다.
소녀의 이야기도 이렇게 막을 내렸다.
————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포뢰는 여관에서 깨어났고, 급급히 단말기의 시간을 봤다. 그녀는 배우와 춤을 춘 것이 바로 어젯밤인 것을 거듭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다행이다, 그냥 꿈이었어.
꼬마 아가씨, 방금 비명소리가 들렸는데, 괜찮아?
아... 네, 그럼요, 멀쩡해요, 걱정 마세요.
그래, 그럼 우리도 출발해야겠어. 오늘 첫배가 곧 출항할 거야.
알겠어요! 바로 출발하시죠!
포뢰는 문밖을 향해 응답을 하고 손으로 가슴을 여러 번 토닥였다.
괜찮아. 괜찮아. 걱정하지 마. 그냥 꿈이었어.
대어 님을 반드시 찾아내고야 말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