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0 유운경몽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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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0-4 넘지 못하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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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솔직하게 자백하시죠? 왜 갑자기 나타나 남의 검을 빼앗아가시는 거예요?

정말 들어준다는 거야?

당연하죠.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 갑자기 이러시는데 분명 이유가 있을 거잖아요.

만에 하나 제가 무슨 잘못을 해서 폐를 끼쳤다면 그건 또 제가 사과해야 할 부분이고요.

알겠어...

어차피 이제 무력으로 네가 대어 찾는 것을 막을 수도 없게 됐으니.

전구는 포뢰의 거대한 검을 보며 침을 삼켰다.

대어를 안 찾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불행만 가져다줄 테니까.

전구는 품에서 쭈글쭈글한 담배 한 갑을 꺼냈다. 담뱃갑의 겉포장은 누렇게 변색됐지만 전체적으로 깔끔했다. 자세히 보니 담뱃갑 내부에 낡은 사진이 붙어 있었다. 그것은 전구와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어느 여성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깊게 들이마셨고, 표정은 매우 슬퍼 보였다.

입에서 뿜어져 나온 담배연기가 공중에서 흩어진 후, 전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담배는 몸에 안 좋으니 꼬마 아가씨는 절대 따로 배우지 말고.

그딴 거 배울 생각도 없는데요.

그때 난 어리고 말라서 학교에서 자주 괴롭힘을 당했어.

내가 일진에게 또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때, 메이가 그들을 다 쫓아내고 나를 구해줬어. 그리고 손수건을 남겨주며 상처 좀 닦으라고 했어.

그녀의 미소는 햇빛 아래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어. 그때 난 생각했지... 이게 바로 사랑이야!

형님은 그게 바로 첫눈에 반한거라고 자주 말씀하셨지.

근데 내가 보기에는 보통 첫눈에 반한다는 게 모두 얼굴에 반하는 건데...

크흠, 아니, 못 들은 걸로 해줘.

그 이후로 난 조용히 그녀를 지켜봤어. 아침 일찍 아무도 없는 틈을 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를 책상 안에 놓았고, 그녀가 당번인 전날에는 몰래 청소까지 다 했어, 그리고 시험 볼 때 다 작성한 답안지도 무심한 척하며 그녀에게 보여줬어...

그런데 말입니다... 과연 그분도 이런 것들을 원했을까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내가 최선을 다해 그녀에게 잘해주고 내 사랑을 표현했다는 점이지!

그녀는 너무 예뻤거든. 마치 땅 위를 걷는 태양처럼, 일거수일투족이 내 메마른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어.

전구는 팔을 내밀어 그의 건장한 이두박근을 과시했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근육 만든 것도 다 그녀를 위한 거였어!

그때까지만 해도 우린 자주 연락했고, 너무나 행복했어. 그러다가... 그 저주받은 대어가 우리 삶에 끼어들어 모든 사람들에게 불행을 가져다줬어.

심심할 때 언제든지 찾아와. 난 항상 여기 있어.

너만 좋다면 난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메이

정말 어떤 일이든 다 괜찮아?

당연하지!

메이

동쪽에 대어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 물고기의 눈물이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하거든...

알겠어. 나한테 맡겨. 바로 출발할게.

난 그때도 좀 허약한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폭우, 홍수, 산사태, 노숙, 굶주림... 온갖 고난을 겪고 마침내 대어를 찾았어. 하지만 그의 눈물을 가지고 돌아왔을 땐 이미 모든 것이 늦어버렸어.

메이의 거처는 이미 비어 있었고, 이웃들한테 물어봤더니 옛날에 날 괴롭히던 그 남자와 약혼하고 다른 도시로 이사 갔다고 하더라...

그녀에게 연락을 시도해도 응답은 없었어.

전구 형님...

미안해요... 괜히 슬픈 기억을 소환했군요.

그런데 자초 지중을 들어보니 대어 님하고 아무 상관 없는 것 같은데요?

어떻게 아무 상관 없어? 대어를 찾으러 가지 않았으며 내가 인연을 놓치지 않았을 텐데.

전부 다 대어의 탓이야. 메이를 잃은 후 내 생활은 엉망진창으로 변했어.

그 이후로 난 얘들하고 술로 마음을 달래며 며칠 밤을 보냈어. 그리고 한 가지 도리를 깨우쳤지.

절대 대어를 찾으면 안된다고.

불행해질 수 있다고.

그런 말로 자아기만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방금 그쪽이 "대어"를 언급했을 때, 눈꺼풀이 엄청 심각하게 떨렸거든요. 사실 그쪽도 긴장해서 자아기만을 하고 있다는 말이죠.

쉿! 꼬마 아가씨, 그만해! 말하면 안 돼.

야오지와 주변의 몇몇 사람은 포뢰의 질문을 듣고 급급히 포뢰에게 달려가 그녀의 입을 막고 뒤로 물러나게 하면서 포뢰의 "팩트 폭격"을 막았다.

아악!

야아아아아아아아아!!!

포뢰도 순순히 물러서지 않고 야오지의 손을 덥석 물었다. 통증을 느낀 야오지는 난리 법석했다.

그건 그냥 현실 회피 행위잖아요. 문제를 모두 남의 탓으로 돌려서 자기만 마음 편하게 하는 거잖아요.

어린 계집애가 뭘 알아! 사랑은 원래 이렇게 복잡한 거야!

어른도 아니고 연애 경험도 없긴 하지만 이런 대시 방식에 문제가 좀 있다고 생각해요.

여러 사람들의 경험을 방관해서 조금은 알 것 같거든요. 사랑은 서로 주고받는 것이지, 그쪽처럼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고요.

아니! 사랑에 헌신하는 게 내 가슴을 설레게 해! 그런 게 틀린 거였다면 내가 느낀 감동은 뭐가 되는 거야? 그녀 생일날 밤에 내가 빗속에서 연주했던 러브송은 또 뭐가 돼? 그리고 그녀가 나에게 준 이 담배는 또 뭐고!

저기... 그러니까 그게 일방적인 감동이죠.

이게 확 그냥! 너!

맙소사, 그걸 다 말해버리면 어떡해...

당사자만 모른다는 게 바로 지금 이런 상황을 놓고 말하는 거겠죠.

야오지 아저씨 그리고 다른 아저씨도 다 사실을 알고 있는 눈치인데요. 아저씨가 상처 받을까 봐 대놓고 말하지 않은 걸로 보이네요.

설마 너희들도...

아, 아닙니다...

난 사실을 듣고 싶어.

전구 형님..... 오늘 외부인에게 모든 걸 털어놓게 된 이상, 우리도 솔직해집시다.

물론 설렘은 정말 소중하죠. 하지만 뒤틀린 사랑은 없어도 그만입니다.

사실 그 메이 언니가 그쪽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죠?

오래전 떠난 메이 언니보다 계속 곁에 있으면서 같이 말썽 피우고, 소중하게 챙겨주는 친구들이 더 중요하지 않나요?

아니, 메이는 잘못이 없어...

형님!

?!

약속해 주세요. 다시는 그렇게 비굴하지 않기로요, 네?

……

……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네요.

괜찮아.

형님, 담배요.

담배?

야오지과 몇몇 형제들은 전구 손에서 쭈글쭈글한 담배를 빼앗아 한 개비씩 꺼내서 전구 앞에 둘러섰다. 그리고 전구쪽에는 한 사람이 설 수 있는 빈자리를 남겨두었다.

……

그들은 마지막 남은 담배 하나를 담뱃갑과 함께 전구에게 건네주었다. 전구는 담배를 움켜쥐고서는 야오지와 기타 형제들을 쳐다보다가 문득 포뢰도 쳐다보았다.

야오지 아저씨랑 다들 기다리고 있네요.

야오지, 일통, 일만...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난 겉모습만 변했지 속은 예전처럼 나약해서 미안해.

스스로 인생 목표를 정하지 않고... 형제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앞으로 나아갈 용기도 없겠지.

괜찮습니다. 다들 그렇죠 뭐.

타인의 시각에서 봤을 때, 어쩌면 저희를 서로의 도움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그런 존재로 보이고 비웃음 당할 수도 있겠죠.

근데 그러면 또 뭐가 어때요? 적어도 앞으로 가고는 있잖아요. 우리에겐 서로가 있다고요!

얘들아...

형님... 저희는 항상 형님 곁에 있습니다.

그래.

전구는 팔을 들어 눈가에 맴도는 눈물을 닦고, 마지막 담배를 꺼내 담뱃갑을 뒤로 내던진 뒤,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 마지막 빈자리를 채웠다.

얘들아, 지난 몇 년 동안 나와 함께해 줘서 고맙다.

우린 형제인걸요, 어쩌겠습니까?

야오지...

형님...

으음, 근데 왜 분위기가 갑자기 이상해진 것 같죠? 마치 정반대로 바뀐 거 같네요.

그래도 다들 마음에 엉킨 고민을 풀어서 다행이에요. 그럼 저도 이만... 가던 길을 가야 할 것 같아요.

야, 꼬맹이.

네? 설마 또 대어 님 찾는 걸 막을 건가요?

아니... 그게... 너한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서.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줬어.

부두에서 배를 타고 동쪽으로 가. 배에서 내린 후 북쪽으로 반나절 정도 가면 대어를 찾을 수 있다.

근데 우리가 오늘 난리 친 탓에 지금 이 시간에 선원들이 모두 퇴근했어.

보상을 주는 의미에서... 오늘 저녁 우리 형제들이 널 데리고 시내를 구경 좀 하고, 내일 아침 일찍 널 부두로 배웅해 줄게, 어때?

음...

으흠.

전구는 대화를 나누며 단말기를 꺼냈다. 그리고 용의 기둥 밑에 서서 두 손을 머리 위로 번쩍 들고 소리쳤다.

여러분! 여기로 주목해 주세요! 발표 사항이 있습니다!

제가 몇 년 동안 여러분들께 신세 많이 졌습니다!

전구는 목청껏 소리쳤다.

오늘 이 자리를 빌려 모두에게 사과하고, 멀리서 온 꼬마 손님에게도 사과하겠습니다.

오늘 밤, 저랑 제 형제들이 한턱내겠습니다!

행인A

오호라~ 세상에 이런 일이!

행인B

왔다! 왔어!

행인C

앗싸!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신이 나서 연이어 골목길로 몰려왔고, 가뜩이나 좁은 골목길은 발 디딜 틈이 없이 사람들로 가득했다.

다들 이렇게 열정적이고, 배 없이는 못 가니까, 하룻밤만 우리들이랑 같이 있는 게 어때?

그래요... 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