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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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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0-3 후기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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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위험했어. 역시 북극... 아니, 판다는 위험하네.

"판다"가 포뢰의 위로에 순순히 떠나자, 다리가 풀린 가이드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가이드는 깔끔한 정장에 묻은 흙을 닦아낼 겨를도 없었다.

가이드 님, 괜찮으시다면 이 손수건을 사용하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단말기

야! 너 위치가 어떻게 된 거야!! 또 어디 이상한 데로 샌 거야!!!

가이드가 포뢰의 손수건을 받으려 하다가 품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는 마치 서커스에서 공을 던지는 곡예사처럼 허둥지둥거렸다.

두 손은 위아래로 휘젓다가 손수건이 땅에 떨어지기 직전에 겨우 잡았다. 움직임이 하도 희한해서 보는 사람도 박수를 치고 싶게끔 만들었다.

후……

그는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품에서 울렸던 단말기를 꺼냈다.

단말기

너 참 대단하다.

가이드가 길을 잘못 안내하다니. 너 때문에 우리 팀만 매번 실적이 C 야!!!

넌 창피하지 않을지 몰라도 난 창피해!

하지만 팀장님, 실적은 제 탓이 아니라 팀장님께서 공금 횡...

단말기

뭐?

아니요. 아닙니다. 팀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바로 반성문 작성하겠습니다.

단말기 건너편의 현장 화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가이드는 필사적으로 단말기를 들고 끊임없이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단말기

반성문 쓴다고 무슨 소용 있겠어! 네가 그놈의 반성을 하도 해서 회사 화장실 휴지가 넘쳐난다.

내일부터 나오지 마.

팀장님, 제발... 그것만은 안됩니다.

온 가족이 저하나만 보고 사는데 제가 백수로 되면 아이들의 학비와 저희 집 대출금은 어떡합니까...

단말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팀장님,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팀장님도 제 사정을 아시지 않습니까? 지금 이 나이에 잘리면 다음 직장은...

단말기

내가 너한테 기회를 주면 누가 나한테 기회를 주지?!

십 년 넘게 이 업무를 했는데 여전히 한 달에 몇 번씩이나 길 안내에 문제 생기고, 난 고객 클레임 처리하느라 머리가 다 빠질 지경이야!!!

야, 그럼 넌 내 머리카락에게 기회를 준 적 있었냐?!

……

저기... 제가 한마디 해도 될까요?

단말기

네, 그럼요~ 고객님, 말씀하세요! 어떤 지시 사항이라도 있으신가요? 직원의 잘못은 방금 제가 엄격하게 교육했어요. 고객님 제발 클레임만은...

아니요, 제가 뭐 "지시"를 내릴 고객은 아닌데요. 그리고 클레임 건 적도 없습니다.

사실은 제가 여기로 오고 싶다고 제기했거든요.

네?

가이드는 무슨 말이라도 하려다 포뢰가 손가락을 입가에 대며 "쉿" 하는 신호를 보내자, 바로 입을 다물고 포뢰와 팀장의 대화를 묵묵히 들었다.

단말기

지금 고객님 말씀은... 직원이 길을 잘못 안내한 게 아니라는 건가요?

네. 게다가 가이드 님이 여기 오면서 구경도 많이 시켜줬거든요. 물살이 빠른 계곡, 가파른 협곡, 무성한 밀림... 모두 제가 있던 마을에선 볼 수 없었던 경치랍니다.

가이드 님께서 도움을 줬을 뿐만 아니라 추가로 또 서비스를 제공해 주셨어요. 그러니까 혼내기보다 오히려 팀장님께서 칭찬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가이드 님에게 별점 만점 5점 드릴게요!

단말기

이거……

어쩔 수 없지. 고객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이번은 그냥 넘어가지.

감사합니다. 팀장님. 감사합니다...

가이드의 거듭된 감사 인사를 전했고 단말기 건너편에선 통신을 끊었다, 한참 뒤에서야 가이드는 몸을 일으켜 두 손으로 손수건을 포뢰에게 건넸다.

고마워요. 꼬마 아가씨. 꼬마 아가씨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거예요.

헤헤, 별말씀을요.

죄송합니다. 결국 대어를 찾지 못했네요.

괜찮아요. "아는 길도 물어서 가라"라고 제 친구가 그랬거든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보면 언젠가는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맞는 말이긴 하죠...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가이드 님은 어서 학교로 마중 나가세요. 제일 위험한 곳을 탈출했으니 나머지 길은 저 혼자서 가도록 할게요.

그건...

가이드는 입을 벌리고 말을 하려다가 주춤했고 포뢰는 그 사이에 배낭을 둘러멨다. 가이드는 자기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는 포뢰를 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꼬마 아가씨, 잠깐만요.

아가씨가 대어의 눈물을 찾는다고 듣긴 했지만... 눈물 담을 만한 건 안 가져온 것 같네요?

그렇네요!

급하게 나와서 해버려서 깜빡 잊었어요.

포뢰의 말을 들은 가이드는 주머니에서 귀여운 토끼 스티커가 붙은 핑크색 물병을 꺼냈다.

제 딸이 예전에 쓰던 물병인데, 지금은 다 커서 유치하다고 안 쓰더라고요.

꼬마 아가씨만 괜찮으시면 이걸로 대어의 눈물을 담으세요.

오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물로 드릴게요.

음... 그래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제가 돌아가면 친구에게 부탁해서 대어의 행방을 알아볼게요. 소식이 있으면 단말기로 알려드릴게요.

우와! 가이드 님! 감사합니다!

감사하긴요... 아가씨가 제 직장을 지켜 주신 거에 비하면 이건 별거 아닙니다.

가이드 님에게는 직장이 그 정도로 중요한 것이군요.

네. 특히 제 나이 또래의 직장인들에게는 더 그렇습니다.

그럼 가이드 님은 혼자 창업하거나 직장을 옮길 생각은 안 해봤어요?

그건 어렵죠. 사실 나이가 들어서 다른 직장 찾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노점상 장사가 또 그렇게 잘된다고 들었는데요.

학교 근처에 작은 가게를 차릴 생각을 안 해보셨어요? 그나마 한가하게 살 수 있고 딸이랑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저에겐 그런 장사 머리가 없습니다.

따뜻하고 착하셔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 같아요!

그러니 적어도 손님 걱정은 안 하셔도 되겠어요.

음... 일리 있는 말씀이네요.

감사합니다. 신중하게 고민해 볼게요! 꼬마 아가씨도 빨리 대어를 찾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