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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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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0-2 선인과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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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한 산길 옆에는 부서진 석상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세월마저 그 안에 각인된 향불의 냄새를 빼앗아 가지 않았다.

귀를 기울여 들으면 먼 옛날의 종소리와 낮고 잔잔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새와 짐승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좀 더 나아가자 석상을 타고 자란 식물들이 점차 산길을 뒤덮었고, 구분하기 힘든 짐승의 발자국만 남았다.

후, 후……

선인은 대체 어디 있지?

포뢰는 눈앞의 숲을 헤치고서 이마의 땀을 닦아냈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안 되겠어. 진정하고 잘 생각해 보자. 선인을 찾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인연"이라고 들었어. 그 옛말이 뭐였더라……

아! 맞다! "인연은 말할 수 없을 만큼 절묘하다"였어!

일단 이쪽으로 가자.

포뢰는 다시 걸음을 내디뎠고, 직감과 인연에 모든 것을 맡긴 채 각종 잡생각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음... 여기 왔던 것 같은데. 경치가 다 비슷해서 말이지.

아니, 내 직감을 믿어야 해. 선인은 바로 앞에 계실 거야.

어? 물소리다.

역시 직감을 믿어야 해!

역시 여기에 샘이 있었네. 정착하기 좋은 곳인데.

포뢰 앞에 나타난 건 호수였다. 높은 곳에서 흘러내린 몇 줄기의 시냇물이 이곳에 모여 하늘을 비추는 파란색 원형 거울을 이루었다. 호수의 존재로 인해 이 숲은 마치 최고의 화백이 거침없이 창작해낸 한 폭의 천지 수묵화 같았다.

이건……

수려한 경치 속에 서 있어서 그런지, 멀지 않은 나뭇가지에 아무렇게 걸려 있는 비단옷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포뢰는 다시 그 옷을 눈여겨봤다. 그 옷에는 심지어 원숭이한테 긁힌 자국이 있었다.

이럴 수가, 장난이 참 지나치네.

포뢰는 주변 인기척이 없는걸 확인하고 앞으로 다가가 옷을 주어서 반듯이 정리한 다음 호수 옆에 있는 큰 바위에 올려뒀다. 바람에 날아갈까 걱정돼 또 자갈을 주워 옷 위에 올렸다.

포뢰가 옷 정리를 끝낸 뒤, 누군가 물에서 걸어 나오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를 들은 포뢰는 황급히 등을 돌려 손으로 눈을 가렸다.

??

어! 이건 내 옷인데?

제... 제가 옷을 망가뜨리진 않았어요!

??

하하, 그렇겠지. 날 스승으로 모시려던 고슴도치 머리 원숭이가 한 거일 거야. 좋은 의도로 나쁜 결과를 낳은 셈이지.

아무튼 꼬마 아가씨, 옷을 찾아줘서 고마워, 구~

별말씀을... 혹시 이 산속 어디에 선인이 있는지 아세요?

??

내가 바로 선인인데.

네? 정말요? 선인 제가...

응?

포뢰는 신나서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보았다. 수증기 속에서 드러난 선인이라는 존재는 뜻밖에도 판다 한 마리였다!

뭐야, 표정이 너무 빨리 변하잖아!

아니요, 아닌데요. 그런 일 없는데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지금 눈에 빛이 다 사라졌어!

에헴! 어쨌든 이 산에서 선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자는 확실히 나밖에 없단 말이지.

판다는 옆에 있던 옷을 집어 들었다. 그 옷 위에는 "선인"이라는 큰 글자가 새겨져있었다.

판다는 멋지게 한 바퀴 돌더니 옷을 다 갈아입었다. 옷이 딱 맞아떨어진 걸 보니 정성스럽게 재단한 후 판다의 몸에 맞게 제작된 것이 분명했다. 확실히 허세 부리는 게 아닌 것 같았다.

괜찮아. 네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거든.

선인을 찾아오는 사람마다 너와 똑같은 반응을 보였거든. 하여튼 너희 인간들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니까.

내 머리 위에 <미션> 아이콘이 달려야 평범한 판다가 아닌 선인이라는 걸 인정해 줄 거야?

폐를 끼쳐서 정말 죄송합니다...

에이~ 내가 너무 정색했나? 다들 내 표정이 시종일관하다고 그랬었는데?

긴장은 풀고~ 방금은 장난친 거야. 일단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는지 말해봐.

아주 중요한 일이 있어서 찾아뵙게 됐어요, 선인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래, 편하게 말해보렴. 자네는 내 옷도 주었고 심지어 산중 시련도 다 통과했으니.

감... 감사합니다! 사실 우리 선생님께서...

선인!

그래. 상황 파악 완료!

네? 아직 제대로 설명을 시작하지 않았는데요?

방금 한줄기 검은빛이 스쳐 지나갔는데 자초 지중을 다 들은 것 같아. 너희 인간들 말로는 뭐라고 했더라... 아~ 맞다. "스토리 스킵" 눌렀단 말이다.

???

괜찮아. 중요하지 않아~

도와주고 싶지만... 미안. 네 선생님을 구할 수 없어.

왜냐하면 나에게 중요한 신약 재료인 "대어의 눈물"이 없기 때문이지.

그게 뭐죠?

말 그대로 "대어"님의 눈물이야. 그것을 찾아야만 모든 질병을 치료하는 신약을 만들 수 있어.

하지만 지금 어디에 있는지 나도 모르거든. 회사 발령 나서 동쪽으로 보냈다던데...

그럼 대어님을 찾아서 눈물 좀 부탁하면 신약을 제작할 수 있다는 거죠?

그렇지!

알겠어요, 그럼 바로 내려가서 그분 찾아뵙겠습니다!

동쪽은 좀 위험한데.

괜찮아요. 선생님만 치료할 수 있다면 어떤 위험도 두렵지 않아요!

좋아! 활기가 넘치는군!

그럼 조심해서 가. 좋은 소식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