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0 유운경몽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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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0-1 "막말"의 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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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 젠장.

야, 세상사는 다 돌고 도는 거야! 우리 힙합파를 건드렸으니 반드시 배로 갚아준다!

대사는 우렁차게 말하면서 왜 자꾸 뒷걸음질 치는 거죠?

흥!

엥? 대문은 저쪽에 있고 그쪽은 창문인데...

포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마는 먼저 한쪽 창문을 부수고 도망가 골목 끝에서 사라졌다.

주마 형님. 기다려주세요.

나머지 똘마니들도 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연달아 창문을 통해 도망쳤다. 그러다 보니 낡아서 위태롭던 창문이 결국 부서져 바닥에 잔해를 남겼다.

앗! 겨우 돈 좀 모아서 수리했는데...

……

참 멀리도 도망가셨네...

선생님, 다시 고쳐서 쓸 수 있는지 제가 한번 확인할게요.

그냥 두거라, 내가 정리하마.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며 포뢰 곁을 지나 창문 쪽을 향했다, 포뢰는 왠지 모르게 선생님의 대답에서 수상함을 느꼈다.

왜?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인데.

음, 선생님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아서요. 몸이 불편하신가요?

아니. 난 아주 건강하단다. 단숨에 5층을 올라가도 힘들지 않아…… 콜록으으으으윽.

선생님!

이 지경인데 어떻게 괜찮다고 말하세요!

선생님이 힘을 잃고 무릎을 꿇게 되자 포뢰는 급급히 곁으로 달려갔다. 선생님의 두 눈은 새빨갛게 변했고 사지도 통제 불가했다.

괜찮아.

포뢰는 애가 타 눈물을 흘렸고 선생님은 떨리는 손을 내밀어 그의 눈물을 닦아줬다.

어휴, 감기처럼 며칠 지나면 나을 줄 알았는데. 이 파니니가 생각보다 강력하네.

네? 그럼 이렇게 된 지 한참 됐다고요? 왜 저한테는 숨기셨어요...

이런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그랬어.

음... 선생님은 늘 이런 식이네요.

저도 이제는 걱정만 끼쳐드리는 어린이가 아니라고요.

어떡하죠? 어떡하죠? 아... 무슨 약이라도 써야 하는 거죠?

괜찮아. 걱정해 줘서 고마워. 하지만 이 병증은 약 먹어서 고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약... 약을 먹으면... 보통 약은 효과가 없을 수도 있겠네요.

혹시 그 전설이 생각난 거야?

네! 제가 듣기로는 산에 오래 산 신선이 있고, 그분에게는 만병을 통치할 수 있는 신약이 있다고 해요!

신약만 있다면 선생님이 그 "파 무슨 니니"병에 걸려도 두려울 필요 없죠.

아니다. 오늘 볼일이 많아 힘들어서 그런가 봐. 안방에 가서 좀 쉬면 괜찮아질 거야.

선생님은 포뢰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몸을 일으켰고 포뢰는 묵묵히 선생님의 행동을 주시하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안 돼요.

응?

선생님께서 계속 저를 돌봐주셨잖아요. 지금은 선생님께서 몸이 편찮으시니까 제가 은혜를 갚을 차례죠!

포뢰는 고개를 들어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소녀의 눈빛에는 결심이 담겨 있었다.

꼭 가야만 하겠어?

네. 반드시 가야 합니다.

후... 그래, 내가 계속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다가는 내 형제들이 날 비웃을지도 몰라.

잠시 기다려줘.

선생님은 옆의 벽을 두드렸다. 그러자 벽 속에서 스퍼 기어가 맞물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굳게 닫혀 있던 나무 벽이 갑자기 열리면서 목갑 한 개가 벽 뒤에서 튕겨져 나왔다. 포뢰는 손을 내밀어 물건을 받았다.

검. 이. 다?

목갑을 보니 그 위에는 붓글씨로 큼직하게 세 글자가 새겨겼다. 바로 "검. 이. 다"였다.

길을 떠나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니 그것을 가지고 가거라, 나 대신 널 지켜줬으면 해.

목갑을 열었더니 고박한 향기가 풍겼고 주위로 퍼져 나갔다.

햇살이 창문 틈새로 흘러들어와 검을 비춰주었고 그 위에 새겨진 글씨가 금빛으로 반짝였다.

선생님은 포뢰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포뢰도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했다. 그녀가 손을 뻗어 검자루의 붉은 리본을 움켜쥐자, 따뜻한 온기가 손바닥에 전해졌다.

선생님, 제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