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고래" 연구소 내부
시간: 미지
96, 97, 98, 99...
성공했어요!
흥분한 연구원이 청취 이어폰을 벗어던지고, 타티아나를 부유 스크린 앞으로 끌어당겼다.
잠깐, 또 무슨 "건설적인 단계적 돌파 성과"라고 하면서 들고 나오는 건 아니겠지…
그런 말은 내가 3개월 전부터 듣고 있었단 말이야.
이번에는 진짜 다르단 말이에요! 저를 믿어줘요!
말하는 사이, 연구원은 재빨리 터미널의 출력 라인을 외부 스피커에 연결했다. 그러자 연구실 안에는 깊고 울림 있는 고래의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그전에는 기계 일각고래의 울음소리가 실제 고래의 울음소리를 모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래서 생물학적 관점에서 이 신호들을 분석했고, 그러는 바람에 우리의 연구가 막다른 길에 빠졌던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 호수 밑의 기계 공장에서 발견된 음파 수신기를 통해 영감을 얻었어요. 그러니까 혹시라도...
연구원은 일부러 어조를 길게 끌며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듯 말했다.
설마 이 고래의 울음소리는... 처음부터 인간과 소통하기 위해 설계된 걸까?
빙고! 이렇게 생각해보면, 이 기계 일각고래들이 계속 도시 주변을 맴도는 행동도 이해가 가네요.
그는 폐쇄된 실험실에서 발견한 "샌드박스 시스템"과 관련된 기밀 복원 문서 몇 개를 신속하게 찾아냈다.
<i>▂▃▂▃▆▆▆▃▃▃▃▃▂▂▂▂▃</i>
<i>우리가 잘못한 거야, 아주 큰 잘못을 저질렀어.</i>
<i>난 이제야 깨달았어, 기계 일각고래는 어떠한 경우에도 생태계의 일원이 될 수 없단 걸.</i>
<i>기계 창조물은 자연의 생존 경쟁 법칙을 결코 맡을 수도 없지.</i>
<i>내 손에서 태어난 이 기계 일각고래들은 결국 수많은 사람들을 해칠 텐데. 난 이 실수를 평생 되돌릴 수 없게 됐어.</i>
<i>이 세상을 떠나기 전, 난 게슈탈트의 서브 단말기를 이용해 모든 것이 최악의 결과로 가지 않도록 막을 거야.</i>
<i>관리 권한부터 탈취해야겠지... 비록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불과하지만, 충분히 "안전장치"의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i>
><i>……▂▃……▃……▆……</i>
알려지지 않은 기계 일각고래 제작자는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행동이 초래한 영향을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죠. 기계 일각고래는 이미 극지 생태계에 대규모로 투입되었어요.
…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그는 호수 밑의 기계 공장에 잠입해, 출고되지 않은 기계 일각고래에 음파 수신기를 설치하려 했고, 이를 통해 고래들이 자신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도록 만든 거였어.
잠깐... 그렇다면 "샌드박스 시스템"은 또 뭘까?
더 정확한 건 잘 모르겠지만, 단서를 찾고 싶다면... 아마 고래의 울음 파형 안에 숨겨져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수백 개의 작은 점들이 기록된 종이를 꺼냈다.
반복되는 고래 울음소리의 진실은 그냥 평범한 초장거리 모스 부호랍니다, 이게 바로 정답이죠.
물론, 사람의 귀로는 이 파형을 인식할 수 없어, 제가 설명드리면서 기술적인 세부 사항은 다 빼놓았어요.
어쨌든, 그 전기 코드는 이미 해독했어요, 부장님, 이 정답을 확인할 준비가 되셨나요?
그녀의 머릿속에서 문득 어떤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윽...
괜, 괜찮아, 난 준비됐으니까, 일단 정답을 말해.
설명할 수 없는 직감이 그녀를 사로잡았고, 그녀는 기묘한 감정을 감추며 차분하게 대답을 했다.
좋아요! 이제 재생을 시작합시다!
너무 기대돼요, 번역 결과를 들어보는 건, 저도 처음이거든요!
연구소 전체의 불빛이 꺼지고, 모든 단말기의 계산 능력이 중앙 시스템의 컴파일 프로그램으로 배정되었다.
저음의 고래 울음소리가 서서히 멈추었고, 그 대신 방 안에 맑고 선명한 전자 합성음이 울려 퍼졌다.
W A K E U P...
전자 합성음이 한 글자씩 발음을 이어갔고, 모두가 긴장하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
중간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처럼, 전자 합성 음성이 몇 초간 멈췄다.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모두가 의아해하던 찰나, 그 목소리는 다시 나타나 빠르게 한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Tatyana
————
윙윙 소리가 잠깐 이어진 뒤, 세상은 곧이어 죽은 듯 고요해졌다.
타티아나는 처음에 과학 탐사 기지에서 정전이 일어난 줄 알았으나, 손을 뻗어 전원을 켜려고 했을 때 버튼이 마치 공간과 함께 응고된 것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챘다.
잠깐의 혼란을 겪은 후, 그녀는 문득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계 자체가 일시정지되었다.
그녀는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방금까지 웃으며 대화하던 연구원은 어느새 움직일 수 없는 꼭두각시처럼 끝단 의자 앞에 굳어있었다.
야... 다들 왜 그래?
무... 무섭게 그러지 마...
하지만 그녀의 중얼거림은 마치 물속에 빠진 돌처럼, 고요한 호수면 위에 한 점 파문도 일으키지 않았다.
미안하게 됐네, 사실 이 모든 비밀을 좀 더 품위 있게 밝혀주고 싶었는데, 하필 이 샌드박스에 원치 않는 손님이 찾아왔지 뭐야.
누구야?!
누군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리자, 타티아나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신비한 방문객은 마치 그녀의 반응을 예상한 듯, 순식간에 그녀의 뒤에 나타났다.
내가 바로 너희가 계속 찾고 있었던 “샌드박스 시스템”의 제어자다.
음, “행렬” 용어로 말하자면, 나도 고위 권한을 가진 존재지만, 너희가 만났던 그 고위 권한 통제자와는 또 다르지. 지금 이곳에 나타난 건 단지 조작된 데이터 복제품일 뿐이야.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겠지, “투영자”?
투영자라니? 지금 누굴 부르는 거야?
위험을 감지한 타티아나는 슬며시 뒤쪽의 총집을 향해 손을 뻗었다. 총을 빼려던 순간, 마치 모든 것을 예측한 듯한 그는 타티아나의 움직임을 저지했다.
친절하게 한 가지 경고를 해줄게. 여기서의 모든 저항은 헛수고일 뿐이야.
나는 이곳의 모든 것을 지배할 권한을 가지고 있어. 네 생사마저 한 순간의 생각에 달려있다는 말이지.
하지만 상황을 그렇게 꼬이게 만들 필요는 없잖아. 우린 공통된 이익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가 직접 나타나서 너와 협상하려는 거야.
난 잘 모르겠는데, 내가 왜 굳이 당신과 협력을 해야 하는 거지?
그는 마치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듯, 어깨를 살짝 으쓱했다.
알겠어...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너한테 공짜로 정보를 하나 공유해 줄게.
타티아나, 잘 들어. 너와 난 모두 망자<//갇힌 의식>에 불과해.
만약 그 외부의 “투영자”가 원하는 대로, 샌드박스 시스템이 완전히 정지된다면, 우리 둘은 영원히 여기 갇히게 될 거야.
현실 세계<//기계 각성의 미래>로 탈출하기 위해, 우린 이 샌드박스 시스템의 하위 논리를 이용해야 해. 수없이 반복된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답을 찾아낼 때까지.
우리야말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진정한 파트너라고, 이젠 이해됐어?
...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었다. 타티아나는 상대의 거만한 말투만으로도 절대로 믿을 수 없는 존재임을 확신했다.
그녀는 "투영자"와 "통제자"가 어떤 사이인지 파악할 수 없었고, 그가 말한 "망자"가 어떤 신분을 의미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본능적으로 생각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질문을 한다고 해도, 순전히 악의로 응집된 눈앞의 존재는 결코 믿을 만한 답을 주지 않을 게 뻔했다.
그녀는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정리하며, 스스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만 했다.
그 말인즉... 당신과 협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라는 거지?
날 얕보지 마, 네가 말하는 샌드박스 시스템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지금 이미 인간의 의식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어...
네가 말한 모든 내용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 건데?
증명할 수 없어.
온화하고 품위 있는 신사인 척하던 그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며, 처음으로 화를 냈다.
마치 유리병 속의 뇌가 병 밖에 또 다른 실험이 존재하는지 증명할 수 없는 것처럼, 나 역시 내 상황이 또 하나의 사기인지 누구에게 증명할 수 없다.
타티아나, 어느 날, 넌 현실 세계의 신소피아가 붕괴 직전에 이르런 걸 보았고, 죽음을 맞이하기 전, 넌 샌드박스 시스템의 연결 캡슐에 들어갔지... 난 그 정도로 설명할 수밖에 없어.
그 순간 샌드박스 시스템은 네 의식을 보호하기 위해 활성화됐거든. 본래 지구 생태계를 테스트하기 위해 사용되던 행렬 데이터 복사본이 네 의식의 바다를 복구하기 위한 요람으로 변한 거지.
그 불쌍하고 지루한 연구원의 의식은 결국 원래 명령을 거부하고, 샌드박스의 모든 계산 능력을 네 생명 징후를 유지하는 데 사용하기로 선택했어.
이 게임이 반복적으로 계속되는 진짜 이유이기도 하지.
하지만 현실 세계엔 네가 돌아가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어. 넌 그 차가운 연결 캡슐 속에서 에너지가 고갈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넌 절대 이런 운명을 받아들일 수 없겠지, 그렇지?
나도 마찬가지라고, 난 어느 구석에 버려져서 남은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이 세상에 의해 버림받은 자로써, 함께 답을 찾아보지 않겠어?
나도 엄청 큰 걸 바라지는 않아. 우리가<//기계 각성> 미래로 나아갈 가능성을 찾아내고 싶을 뿐이야.
어느새 타티아나는 자신의 몸이 점차 의지에 따라 움직이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녀의 몸은 점점 굳어져 갔다.
그 신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정말로 이 공간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권을 가지고 있었고, 그 권능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는 수없이 시도했던 것처럼 다시 한 번 네 의식의 바다를 원점으로 돌려놓을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 모두에게 어떤 변화도 없겠지. 그건 내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기까지, 믿거나 말거나...
그건 네 판단에 달렸어.
신사는 말을 마치며 손가락을 튕겼고, 공간은 또다시 붕괴하기 시작했다.
순간, 연구 기지 전체가 보이지 않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고, 끊임없이 회전하는 소용돌이에 빠진 것 같기도 했다.
타티야나는 끊임없이 회전하는 소용돌이 중심에 높이 떠 있었고, 여전히 마음대로 '저항'할 수 없었다. 그녀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입술과 성대뿐이었다.
그는 타티야나를 블랙홀의 중앙에 '내려놓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난 네 대답을 기대하고 있어.
신사는 여유 있게 블랙홀의 중심으로 걸어가, 마치 세계의 지배자처럼 팔을 벌리고 돌아서서 타티야나를 바라보았다.
하하...
그녀는 비로소 지금까지 자신이 겪었던 기괴한 일들을 이해하게 됐다.
그렇다면 굳이 깊이 생각할 문제도 아니었다.
‘살아남는 것’과 딱 봐도 위험천만한 현실로 돌아가는 것... 어쩌면 진정한 바보만이 후자를 선택할 것 같았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비록 이곳의 공기가 모두 가상 데이터라는 걸 깨달았지만, 여전히 그 공기를 소중하게 여기며 한 모금 들이켰다.
하~
그녀는 입을 크게 벌리며 말을 이어갔다.
*소리는 집어치우라고.
이름 없는 관찰실. 책상 반대편에 앉아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여성이 고개를 들었다.
이야기를 여기까지 했으니, 일단 이야기 배경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야 할 것 같네.
어쩌면 너도 이미 신비로운 신사가 누구인지 짐작이 가겠지, 다만 이번 작전의 목표는 그가 아니야.
[player name], 넌 지금 투영자 신분으로 타티아나를 찾아야 해. 그녀는 네 도움이 필요할 거야.
핑크색 머리의 여성은 식지 끝을 들어 올렸고,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가느다란 빛의 입자들이 흐르듯 따라서 이동하며 허중에 정교한 그림을 그렸다.
게슈탈트의 서브 단말기, 그의 또 다른 이름은 행렬이라고 하지, 이 이름은 아직 기억하고 있는 거지? 라이보위츠 회사에서 개발을 진행했고, 게슈탈트와 동일 기술을 사용하는 초산 시설이야.
서브 단말기는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 각기 다른 기능이 있는데... 샌드박스 시스템도 그 중 하나고.
샌드박스 시스템의 전신을 말하자면... 실은 지구 표면 생태계의 향후 발전을 예측하기 위해 존재했던 단순한 단말 장치에 불과했어.
그 장치와 실험실은 수년간 눈 속에 묻혀 있었고, 여태 설계자가 남긴 명령을 조용하고 은밀하게 실행해 왔던 거야.
그녀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
맞아, 어느 '외부인'이 심각한 저체온증과 에너지 고갈 상태에서 설계자 전용 연결 캡슐에 들어갔어.
공교롭게도 오래전부터 샌드박스 시스템에 눈독을 들이고, 근처에 잠복해있던 자가 있었는데, 그자는 틈을 타 고위 권한을 빼앗게 되었지.
그자의 이름을 알고 있을 텐데.
이스마엘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빛의 입자들로 구성된 이미지를 조율했고, 지휘관이 샌드박스 시스템 안에서 직접 목격했던 장면들로 바꾸었다.
슐츠는 능숙한 사기꾼이자 과거에서 온 유령이고, 줄곧 수많은 '시뮬레이션' 뒤에 숨어 있었으며, 단 한 번도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타티아나의 의식을 이용해 샌드박스 시스템 안에서 반복적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며,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찾으려는 거야.
네가 대부분 추론이 최악의 결말로 치닫는 걸 막았지만, 그는 여전히 통제자의 권한을 이용해 전체 시스템을 잠금 상태로 만들어, 그녀가 이 게임에 계속 참여하게 만들었어.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우리는 마지막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지.
하지만 슐츠는 이미 너의 존재를 눈치챘어.
이번에 그를 강제로 등장시키게 만든 것만으로도 이미 위험한 시도였지, 하지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지휘관의 확신 가득한 목소리에 이스마엘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래.
그럼, 그녀를 좀 도와줘.
낯설지 않은 굉음이 다시 울려 퍼졌고, 의식은 점차 그 익숙한 눈보라 속으로 녹아들었다.
지휘관은 알고 있었다, 대국이 곧 진정한 결말을 맞이할 거란 걸.
이제 몇 번 더 반복해서... 아니, 다음 번에는 반드시 승리를 불러올 기적 같은 수를 두어야 했다.
이 샌드박스는 점차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꿈속에 빠져들기 직전, 지휘관은 테이블 반대편에 앉아있던 그녀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보았다.
투영자...
슐츠는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났다.
비록 샌드박스 안에는 끝없는 시간과 무수한 기회가 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실패하는 걸 매우 싫어했다.
그녀의 기억을 다시 지우고 유도하는 방식으로 시작할까... 하지만 외부에서 온 "투영자"도 매우 성가시고, 그렇다고 해서 샌드박스의 하위 시스템에 손을 대는 건 번거롭기만 하다...
그래서 난 죽어도 가만히 안 있는 인간들이 싫다고... 그냥 순순히 단말기를 넘겨주면 그만인데 말이야.
그만두자, 이번 게임은 의미를 잃었어. 다음번에는 조금 더 신중하게 다루면 문제없을 거야.
슐츠는 손쉽게 전체 연구소와 연구원들의 데이터 모델을 흩뜨렸다. 대화가 교착 상태에 접어든 지금, 그것들은 연산 능력을 낭비하는 장식에 불과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맵 내부에 숨겨진 모든 외부 정보를 신중하게 제거했지만, "투영자"는 여전히 방어할 틈도 없이 힌트를 전달하여, 그의 계획을 방해하고 있었다. 마치 벌레처럼…
벌레? 슐츠는 자신의 생각에 웃음을 터뜨렸다. 한때는 자기 자신이야말로 종족을 배신한 나쁜 벌레 취급을 당했다.
지금 똑같은 수단에 당했다고 화가 난 건가?
하하... 참...
슐츠는 가볍게 웃었다. 그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신에게 이런 공허한 감정이 생긴 것에 대해 감탄했다.
아무 의미 없는 분노야... 그런 감정은 버려.
진정한 목표를 잊지 마.
그는 몸을 돌려, 방금 고정시킨 타티아나<//의식>를 풀어주었다.
아쉽게도 우린 또 다시 담판이 깨지는 결말까지 왔군.
하지만 난 너랑 달라. 보다시피 난 이성적이고 차갑고, 쓸모없는 감정을 버린 존재야. 너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마.
언젠가는 날 이해하게 될 테지.
거참... 시끄럽네.
자유를 되찾은 타티아나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경멸 가득한 시선으로 슐츠를 바라보았다.
방금 내가 했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거야? 만약 너와 함께 타락의 길을 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면, 난 차라리 죽음을 선택할 거야.
또 흥분하는 것 좀 봐. 역시, 인간이 이성을 유지하는 건 사치라는 거지.
슐츠는 더 이상 그녀와 논쟁하지 않았고, 손을 들어 새로운 샌드박스 게임의 재구성을 시작할 준비를 했다.
다음 기회엔 좀 더 똑똑해지길 바란다.
슐츠는 버려진 데이터를 모두 모아 천천히 다음 게임의 "샌드박스"로 흘러들어가게 했다.
끝없는 전자 바다가 그의 손 안에서 잠시 사라지고, 그 후 새로운 샌드박스가 형성되었다.
그걸 목격하던 지휘관은 문득 찰나의 기회가 존재한다는 걸 의식했다.
CANNOT DELETE
‘0/csu/sys/dev3/gestalt/mainpackage/heuristically_artificial_intelligence/example/04’……
TARGET LOST
FOLDER NOT FOUND……
지휘관은 이 프로그램에서 슐츠라는 개체<Viburnum opulus‘Roseum’>의 치명적인 사고 허점을 포착했다.
상황을 뒤집는 건 이걸로 충분해.
핫!!!
그녀는 비웃으며,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주저하지 않고 칼을 자신의 가슴에 꽂았다.
게임이 삭제되고 리셋되는 몇 마이크로초 사이에, "타티아나"라는 개체는 자신의 생명을 끝내는 대가로 샌드박스의 제약에서 벗어났다.
선홍빛의 피가 뿜어져 나와 그녀의 스카프와 손바닥을 적셨지만, 그녀는 여전히 두려움 없이 웃고 있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파란 눈동자 속에는 여전히 강렬한 전투의 의지로 가득했다.
그녀는 고개를 치켜들고, 마치 성벽 위에서 아래의 개미들을 내려다보는 고고한 수호자처럼 서 있었다.
슐츠? 네가 얕보던 "인간"한테 당하고 넘어간 기분은 어때?
너무 놀라서 표정도 제대로 유지하기 힘든가 봐?
그럴 만도 하지, 너처럼 뒤에서 숨어서 기회만 노리는 겁쟁이는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테니까.
그녀는 이를 악물고 칼을 더 깊숙이 밀어넣었다.
비록 통각 신호에 불과하지만, 이 샌드박스 안에서는 모든 고통이 너무나 현실 같아서 미칠 지경이잖아!
그만해! 그렇게 하면 네 의식이 이 게임에서 이탈되고, 버려진 데이터들과 함께 구석으로 떠내려가게 될 거라고!
그래, 알고 있어.
극심한 통증은 그녀에게 더 이상 고통스러운 감각이 아니었다. 가슴의 통증보다 더 강렬한 것은 그녀의 신체가 <//의식> 샌드박스에 의해 배척을 당하고 있는 것이었고, 서서히 벗겨져 나가는 촉감이었다.
마치 척추가 몸에서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었고, 사지와 내장이 침식되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이처럼 영혼<//의식> 깊숙이까지 전해지는 고통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오직 이 과정을 겪어야만 샌드박스<//통제자의 권한>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결코 칼날이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가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그녀는 새로운 삶을 얻기 위해, 열정적이고 용감하게 죽음을 향해 달려가야만 했다.
안녕...
자신의 의식이 샌드박스를 벗어나버리기 직전, 그녀는 앞에 있는 그림자에게 경멸을 상징하는 손가락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 너 이 ** 같은 녀석은, 다음 생에도 보기 싫다는 거야!
생명체 타티아나<//Tatyana>의 반응을 검색 중입니다.
<i>무효한 지령입니다, 무효한 지령입니다, 무효한 지령입니다.</i>
<i>인용된 데이터는 공집합입니다.</i>
TARGET LOST FOLDER NOT FOUND...
<파일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번 게임 기록은 이미 삭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