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의 구조체 잔해가 검은 물결 속으로 잦아들었고, 그녀의 창백한 얼굴도 어둠 속에 스며들듯 깊은 바다에 자취를 감췄다.
새하얀 얼음과 깊은 어둠이 뒤섞인 바다는 끔찍한 재앙을 예고하는 듯했다.
안토노프의 지시를 완벽히 따랐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정체 모를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 결정이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우리가 간과한 진실이 있지는 않을까?
무거운 침묵 속에서 서로의 눈빛만을 주고받았을 뿐, 누구도 그 의문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이제 돌아가야 해.
타티아나가 무거운 침묵을 뚫고 먼저 입을 열었다.
그녀의 이름을 새긴 비석으로 그 희생을 기억하자.
그녀가 많은 상처를 남겼지만, 그녀 역시 이 끔찍한 운명의 피해자라고 봐.
고향에서 속아서 끌려오고, 실험 대상으로 취급당하고, 몸도 조금씩 해체되다가, 결국엔 "돌연변이 구조체"의 의식의 바다를 담는 껍데기가 돼버렸어...
그녀가 이곳까지 혼자 도망쳐 온 건, 그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마음뿐이었을 거야.
그녀의 이름으로 이 처절한 기억을 새기자. 이런 비극은 절대 다시 일어나면 안 돼.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할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무거운 침묵 속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갈 채비를 하기 위해 타티아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이 공허한 상실감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가슴 한켠의 불안을 참으며 도시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순간, 그녀의 몸이 허공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발밑에서 강한 힘이 그녀를 움켜쥐었다. 얼음 위에서 필사적으로 버티려 했지만, 순식간에 차가운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숨이 막히고, 뼈를 에는 추위, 산소를 갈구하는 고통이 그녀의 온몸을 휘감았다.
그녀는 자신을 삼키려는 거대한 힘 앞에서 무력했다.
칠흑 같은 심해에서 창백한 얼굴이 불현듯 "모습"을 드러냈다.
수면 위로 새어드는 등대 빛에 비친 "그 존재"의 얼굴은 슬픔과 애정으로 가득했다.
비현실적인 광경 앞에서 그녀의 사고는 멈춰 섰다. 압도적인 공포가 엄습하는 순간, 그녀의 몸은 돌처럼 굳어버렸다.
타티아나는 자신의 내면 깊숙이에서 솟구치는 죽음에 대한 본능적 공포를 느꼈다. 그 순간 그녀의 의식은 완전히 마비되었다.
그래, 난 그저 여기 와서 한 번만 더 보고 싶었는데... 정말 그것뿐이었는데...
이렇게 간절한 내 마음을 왜들 모르는 걸까...
돌연변이 구조체가 얼음장 같은 손으로 그녀의 발목을 움켜쥐었다. 마치 그녀를 끝없는 어둠 속으로 끌어내리려는 것만 같았다.
나도 그저 살고 싶었어... 이 땅을 다시 밟고 싶었을 뿐인데...
왜 이런 작은 소원마저도 이루어질 수 없는 걸까...
괜찮아... 이제야 난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으니까...
자, 이제 이 어두운 바다를 건너... 저 멀리 빛나는 곳으로 가자...
크흑... 켁...
몸부림치며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입을 열수록 차가운 바닷물만 폐 속으로 밀려들어왔다.
바다 깊숙이 스며든 푸른빛이 두 그림자를 감쌌다. 그 차디찬 빛 속에서 그들의 마지막 순간이 더욱 선명해졌다.
그만 발버둥치렴... 이제 곧 편안해질 거야. 희망이란 건 결국 배신으로 끝나니까...
이 잔인한 세상이 우리에게 했던 모든 것을 저주하며 눈을 감자...
구조체의 쇠차가운 손가락이 그녀의 연약한 목을 서서히 감아들었다.
폭...
마지막 숨결을 담은 공기 방울이 수면을 향해 흩어져갔다.
…………
악몽에서 벗어나듯 정신이 들었다. 목구멍이 막힌 듯한 고통에, 기침을 토해내며 그 이물감을 뱉어내려 했다.
숨이 턱까지 차도록 기침을 해댔지만, 목을 조이는 것은 없었다. 그저 악몽의 기억이 현실과 뒤엉켜 있을 뿐이었다.
"투영자"... 이전과는 다르군. 꽤 길게 버티었어.
의식이 이토록 깊이 침잠하는 건 위험하다. 적시에 빠져나오는 법을 배워야 해.
충고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듯, 입가의 흔적을 쓸어내고 악몽의 여운을 떨쳐낸 뒤 다시 의자에 몸을 맡겼다.
벌써 다시 시작하려고?
좋아... 그것이 네 선택이라면, 나는 기꺼이 이 여정의 끝까지 함께하고 싶구나.
그녀의 날렵한 손가락이 공중에서 우아하게 움직였고, 그 손끝에서 마법의 흔적이 빛나는 모래성으로 피어났다.
이번만은 부탁하네. 스스로를 보듬으며 나아가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