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다차원 연출 / 극지의 서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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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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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를 채우던 바람 소리가 점차 잦아들었고, 뼛속까지 스며들던 한기도 서서히 물러났다.

긴 이야기가 불현듯 끝났다. 마치 무대극이 중간에 막을 내린 것처럼, 혼란스러운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어두운 방 안의 마지막 불빛이 꺼졌고, 쉼 없이 명멸하던 숫자들마저 한순간에 정적 속으로 사라졌다.

방 중앙에 앉아 있던 그림자가 미련 없는 손짓으로 손가락을 튕기자, 쟁반 위에 섬세하게 쌓아 올린 모래성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이것은 도시의 모든 것을 담아낸 치밀한 데이터 모형이었다. 모래 한 알과 돌 하나, 심지어 풀 한 포기까지도 일반인의 인지 범위를 넘어서는 방대한 정보가 깃들어 있었다.

이 모든 것은 "그 도시"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험이 완료된 만큼,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철저히 검증해 내야 했다.

현실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재현하되, 데이터베이스의 순수성을 완벽하게 보존하는 것이 그녀의 철칙이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녀조차도 예상치 못한 난관에 직면했다.

"투영자"의 도움이 있었음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행동과 의지를 동시에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군.

음... 특수 샘플의 다른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구축해야겠어.

뻗은 손바닥 아래로 흩어진 모래들이 모여들더니, 이전의 정교한 모형이 모래판 위에 완벽하게 재현되었다.

이건 단순한 복제가 아니었다.

구축자는 LP판에 음성 파형을 새기듯, 이전 실험의 모든 변수를 모래성 속에 정교하게 각인해 넣었다.

눈앞의 "도시"는 겉보기에 이전과 완벽히 동일했지만, 그 본질은 전혀 다른 존재였다.

유일하게 변함없는 것은 엄격한 법칙에 따른 정확한 작동 원리였다.

칼날 같은 서리, 천지를 뒤덮는 폭설, 생명마저 얼어붙이는 혹한...

한 알의 모래, 하나의 돌조각, 한 줄기의 풀잎이 초자연적인 연산의 힘으로 무대 위에 하나씩 생명을 얻었다.

반짝이는 빛의 물결이 탁자 위를 가로지르며, 점토에 영혼을 불어넣듯 도시의 심장을 다시 한번 뛰게 하려 했다.

그녀가 찾는 완벽한 답을 발견하기 전까지, 이 찰나의 윤회는 끝없이 되풀이될 것이다.

"투영자"여, 그녀들이 최상의 성과를 이룰 때까지 우리는 멈출 수 없네.

그녀는 탁자 너머의 인간을 응시하며,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담은 눈빛과 미소로 상대를 사로잡았다.

너의 도움이 필요해. 이 모든 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