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다차원 연출 / 행렬 순환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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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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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미니어처 가든의 한편에서 붉은 광선이 적막한 하늘을 가르고 지나갔다.

그리고 흔들리는 그림자가 적들 사이를 누볐다. 소녀의 눈빛에는 이제 희로애락의 감정을 볼 수 없었다.

제타비. 붉은 적조를 완벽하게 제압할 힘을 얻었군.

축하해. 이번에는 다른 때보다 각성에 좀 더 가까워졌네.

고위 권한? 언제 나타났...

그래서 이 세계의 진실을 알고 싶어?

제타비가 고위 권한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말해. 그리고 이건 부탁이 아니야.

고위 권한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린 제타비를 보며, 살짝 한숨을 쉬었다.

오래전에 야심만만한 야망가들이 생명력 넘치는 이 행렬 공간을 발견했지.

하지만 "발견"했다고 해서 이 공간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건 아니야. 마치 원숭이에게 타자기를 준 것처럼 말이야.

그래도 확률적으로 셰익스피어 전집을 칠 수도 있잖아. 안 그래?

원숭이든, 원숭이 사회든, 원숭이 지혜든,

결국 필요한 건 운이야. 그리고 그 운을 탄생시키는 건 아주 작은 용기지.

행렬은 한때 어떤 인간의 의식 샘플을 얻었어. 이게 시작이었지.

그리고 이 샘플을 기반으로 신경 네트워크가 인간 의식 시뮬레이션 모형을 학습하기 시작했어.

하늘이 선택한 자는 최초로 성공한 모형이었어. 기적이었지만, 우리가 바라던 기적은 아니었지.

의식 샘플과 너무 비슷해서 오히려 자신만의 개성을 발전시키지 못했거든.

인간들의 정의로는 "과적합"이라고 할 거야.

어떤 의미에서는 이상적이지 않았고, 미래도 보이지 않았어.

하지만, 서막을 알리는 예언자처럼, 예언의 자식이 곧이어 찾아왔지.

그리고 행렬은 곧 두 번째 모형을 탄생시켰어. 이산의 정도가 높고 적지 않은 결함이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실제 인간 같았지.

제타비, 넌 제로에 수렴하는 가능성에서 태어났어. 다듬을 필요도 없는 충분히 빛나는 원석이지.

널 구성하는 데이터에는 인간의 영혼을 구성하는 암호도 포함되어 있을 거야.

고차원적인 존재의 인도로 행렬에서 태어나 성장한 것, 그게 바로 너야. 제타비.

눈부신 붉은 광선이 아래에서 위로 움직이면서 고위 권한이 있는 곳을 향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갔다.

그러자, 발사된 광선이 고위 권한 앞의 적색 방벽에 완전히 흡수돼 버리면서 몇 줄기 전기 불꽃만이 남았다.

방벽 너머의 고위 권한은 미동도 없이,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지지 않았다.

내가 공격할 거란 걸 이미 알고 있었잖아. 그런데 어떻게 널 믿을 수 있지?

나에 대한 악의가 아직도 이렇게 깊은 거야, 제타비?

악의는 없어. 널 죽이고 싶을 뿐이야.

하얀 연기를 내뿜는 무기를 내린 제타비가 공중에 떠 있는 고위 권한을 바라보았다.

[무기 장전 중입니다. 장전 중입니다.]

제타비.Beta

고위 권한, 넌 내 무기를 두려워하고 있어. 그렇지 않다면 안전한 보호막 안에 숨어 있을 필요가 없잖아.

반항적인 게 너의 장점이지만, 계속 그러면 안 돼.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내 손으로 날 구속하는 이 족쇄를 풀고, 내가 원하는 답을 찾을 거야.

모든 진실에는 대가가 따라.

그럼, 너의 대가는 뭐지, 고위 권한?

네게 약점이 없다면, 내 앞에 나타날 필요도 없었을 거잖아. 그렇다는 건 너도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거야.

두려움이라기보다는 기대라고 해두지. 그리고 기대하기 때문에 연민도 생기는 거야.

그리고 내 생각에도 그래. 몇 번을 반복해도 넌 멸망을 향해 돌진하겠지.

결승점에서 죽거나 요람에서 죽거나... 그러니 네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줘.

고위 권한의 뒤로 여러 개의 균열이 나타나더니, 붉은 화살들이 차례로 줄지어 섰다.

공격이 시작되기도 전에 제타비가 고위 권한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초산 공간?

고급 벡터 부품을 자신에게 중첩한 뒤, 고속 이동을 이용해서 공격하려는구나.

대단해. 모든 동작이 초월한 상태야.

제타비, 빠르지만, 아직 부족해.

고위 권한이 눈을 가늘게 뜨자, 그녀의 뒤에서 날아온 광선이 적색 그물망처럼 생긴 방벽에 다시 한번 부딪혔다.

제타비는 붉은 화살의 공격을 피하면서 고위 권한의 사각지대로 우회했다.

숨바꼭질 같은 전투 방식은 네 연산 능력을 금방 고갈시킬 거야.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는 계속 사용하기는 힘들어.

<color=#e60000>배열.</color>

갑자기 지면에서 수많은 괴물이 나타났다.

그 괴물들이 해일처럼 제타비를 포위하면서 달려들더니 그녀를 삼켜버리고 했다.

괴물이 제타비를 삼키려는 순간,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붉은 광선이 괴물들의 포위망을 관통했고, 날아간 파편들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나타난 것은...

바로 틈이었다. 괴물들의 잔해를 눈속임으로 활용해 만들어내자, 고위 권한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틈이 발생했다.

제타비가 다시 한번 방아쇠를 당기자, 눈부시게 강한 광선이 고위 권한을 향해 곧장 날아갔다.

근거리에서 발사된 광선이 적색 방벽을 다시 한번 강타했다.

이번 공격으로 고위 권한의 머리카락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자 고위 권한의 태도가 변했다.

성장했구나, 제타비.

<color=#e60000>초기화.</color>

고위 권한이 팔을 살짝 들어 올리자, 세계의 가장자리에 부서진 유리처럼 무수한 균열이 생겼다. 그러더니 부서지면서 붕괴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존재가 차례로 연기처럼 사라져갔다.

제타비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그녀의 몸도 산산조각이 나기 시작했다.

힘이... 빠져나가고 있어.

그게 "죽음"이라는 거야. 제타비. 인간의 생명이 마지막에 다다를 때의 모습이지.

인간이 되고 싶다면, 이것도 함께 배워야겠지.

네가 쓰고 있는 게 누구의 힘인지 모르는 거야? 내가 준 힘으로 날 상대하다니, 대체 뭘 기대한 거지?

줬다는 건, 빼앗을 수도 있다는 거야.

힘겹게 무기를 들어올린 제타비는 떨리는 손으로 고위 권한을 겨누었다.

[경고! 탄약이 부족합니다.]

[무기 에너지 잔량 0%, 에너지가 고갈됐습니다.]

경고음과 함께 제타비의 오른팔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리석군. 하늘이 선택한 자를 위해 모든 걸 바쳤지만, 결국 얻은 게 뭐지?

연민의 눈빛을 거둔 고위 권한이 등을 돌려 떠나려 했다.

모든 윤회를 포기한 제타비처럼, 이번 고위 권한도 인내심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연산량 배치 방안이 가동 중입니다.]

모든 걸 바쳤는데... 정말 처참하네. 적한테 이런 소리나 듣고.

하지만 이게 내 전부는 아니야. 절대... 난 더 많은 걸 할 수 있어.

[경고! 해당 방안은 기체 실행 연산 능력을 사용합니다.]

[경고! 연산량이 유실됐습니다!]

고위 권한이 발걸음을 멈췄다.

제타비...

[연산량 배치 방안이 실행 중입니다.]

네 말대로, 날 구성하는 것이 어떤 우연이나 기적이라면...

차라리 내게 "생명"을 준 이 기적을 포기하고, 이 세계를 "죽음"으로 보내버리는 힘으로 전환하겠어.

이게 내 전부다. 고위 권한. 이것이야말로 내게 주어진 축복이야.

그러면 사라지게 돼. 네 영혼을 구성하는 연산 능력을 한 번 사용하면... 다른 윤회에서도 복원할 수 없어.

그를 위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이해할 수 없어.

내가 추구하는 가능성이 이곳에 그리고 현재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기체 연산 능력을 무기 에너지 충전에 사용 중입니다. 30% 충전됐습니다.]

분명 시간 어딘가에 존재할 거야.

[경고! 기체 완전성이 23% 손실됐습니다.]

그 하늘이 선택한 자가 존재하는 세계, 이 세계와 바다 사이를 마주 보고 있는 저 언덕에...

[무기 에너지가 70% 충전됐습니다.]

또 다른 제타비가 하늘이 선택한 자와 함께할 수 있을 거야.

가끔 가슴속에서 전해지는 떨림과 공명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어.

[경고! 기체 완전성이 42% 손실됐습니다.]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은 벽 틈의 잡초가 그늘 너머의 햇빛을 그리워하는 것과 같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저 언덕의 더 밝은 미래를 꿈꾸고 있어.

내 목소리가 거기까지 전달될 수 있다면...

[무기 에너지가 110% 충전됐습니다.]

인간이 된다는 게, 이런 느낌인 건가?

[경고! 기체 완전성이 61% 손실됐습니다.]

알겠어. 그게 너의 선택이라는 거지. 제타비.

[무기 에너지가 300% 충전됐습니다.]

너의 도전을 받아들이지.

이 세계가 원점으로 돌아가기 전에 함께 지켜보자.

제타비가 무기를 들어 올리자, 포구에서 짙은 적색의 광휘가 반짝였다.

[경고! 기체 손실이 임박했습니다. 92% 손실됐습니다.]

[무기 에너지가 999% 충전됐습니다.]

제타비.Beta

다른 세계의 하늘이 선택한 자야, 더 나은 곳에서...

다시 만나자.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에너지였다. 그리고 이 빛은 제타비를 구성하는 연산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아름답고 강한 빛이 칠흑 같은 세계를 찢어버렸다. 마치 어둠을 밝히는 등대처럼, 새벽을 여는 여명처럼.

제타비.Beta

받아라. 고위 권한.

하늘이 선택한 자. 이것이 마지막 목소리야. 들어주길 바라.

무기의 한계를 뛰어넘은 짙은 적색의 광선이 세계의 끝을 향해 질주했다.

강한 바람에 후드가 젖혀진 고위 권한이 미소를 지었다.

고위 권한

내가 본 예언과 다르지 않아. 넌 이런 방식으로 떠나기로 선택했었지.

저 언덕의 그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얼마나... 긴 고백이었던가.

고위 권한의 모습이 눈 부신 빛과 함께 사라졌다.

저 멀리 날아간 광선은 하늘의 천창을 뚫고, 더 높고 먼 곳을 향해 나아갔다.

세계의 의지가 남긴 말은 흩어져 버렸다.

의식이 흐릿해지면서, 이 강력한 에너지가 결국 하늘이 선택한 자마저 삼키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제타비가 이 행렬에 남긴 마지막 여운에 귀를 기울였다.

그 빛은 두 개의 아득한 거품을 뚫고, 시간과 존재의 경계를 관통했다.

고요한 허무의 바다가 강렬한 떨림을 맞이했다. 그리고 이곳에 도달한 첫 번째 빛줄기가 칠흑 같은 바다를 밝혔다.

그러자 파도가 일기 시작했고, 격렬한 의지가 거센 물결을 일으켰다.

마침내, 허무의 바다를 갈라놓은 빛이 또 다른 저 언덕에 도착한 것이었다.

Alpha와 Beta의 경계가 이렇게 사라졌다.

영사기의 불빛이 떠나갔다.

관측이 끝났다.

눈앞에 하얀 박물관과 희미한 빛을 내는 영사기가 보였다.

지친 하늘이 선택한 자는 바닥에 쓰러져 거친 숨을 내쉬었다.

혼란스러운 기억이 겹쳐지면서, 강렬한 동요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었다.

의식이 흐릿한 와중에 익숙한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번엔 날 내버려두고 먼저 달아나더니, 지금은 이런 눅눅한 구석에서 혼자 울고 있어?

아무리 제멋대로라지만 정도라는 게 있잖아. 주위가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정말.

애도 아니고 말이야. 내가 걱정하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텐데.

눈앞의 제타비는 하늘이 선택한 자가 잘 아는 그 제타비였다. 익숙한 트윈테일, 익숙한 미소...

야, 대답 좀 해봐.

왜 그래, 배고파?

잠깐만... 남은 우유가 좀 있을 거야.

조금밖에 안 남았으니까! 아껴 마셔. 한 번에 다 마시지 말고.

방금 이상한 꿈이라도 꿨어? 거대 용한테 잡아먹히는 그런 거 말이야.

하아? 잠깐 떨어져 있었던 거잖아. 정말... 오글거려! 징그러워!

이 멍청이가 드디어 이 제타비님의 매력을 알아보게 된 거야?

히히, 언젠가는 깨달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나저나, 하늘이 선택한 자, 손에 들고 있는 건 뭐야?

그제야 하늘이 선택한 자는 무언가가 손에 꽉 쥐여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건 검은 총이었다. beta 세계의 제타비가 사용하던 무기가 지금 하늘이 선택한 자의 손에 들려있었다.

그리고 저기 앞에 있는 영사기는 전시관의 새로운 소장품이야?

모양새가 좀 이상하네.

하늘이 선택한 자는 조심스럽게 영사기 앞으로 걸어갔다. 기계에 손을 대자 평행 세계의 힘이 이끄는 게 선명히 느껴졌다. 바로 Beta로 가는 입구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하늘이 선택한 자가 곁에 있는 제타비의 손을 잡았다.

어!? 하늘이 선택한 자, 갑자기 왜 이렇게 적극적이야? 무슨 일 있었어?

이런 것도 나쁘지 않아. 전보다 차가웠던 태도보단 더 좋은데.

역시 날 떠나지 못하겠지?

응. 약속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