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괴물이 쓰러지자, 세계를 휩쓴 적조가 모두 사라졌다.
붉은 안개로 가려졌던 하늘이 다시 맑아졌고, 푸른 하늘과 밝은 빛이 드러났다.
제타비가 하늘이 선택한 자를 부축하자, 빛줄기가 그들 사이로 쏟아져 내렸고, 공기마저 상쾌해졌다.
네 덕분이야. 하늘이 선택한 자. 시스템 방화벽이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어.
이번에 우리는 좀 더 나은 미래에 서게 되었어.
네가 지켜올 가능성이 수많은 장애물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오게 했어.
어?
너무 많은 것을 잊어버렸어. 남아 있는 흔적을 복구해도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아.
하늘이 선택한 자여. 내가 멋대로 하더라도 이해해 줘. 너와 관련된 기억은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아.
너 역시 나를 절대 잊으면 안 돼. 제타비를 꼭 기억해 줘!
우리는 이번에 비밀 열쇠를 얻고, 퍼니싱을 물리쳤지만...
전 세계의 심층 프레임이 심하게 침식됐어. 마치 댐이 무너진 것처럼 논리적 오류에 빠진 것 같아.
시스템이 최후의 방어 명령을 사용해 끊임없이 자신을 잠식하며 프레임을 계속 재구성하고 있어.
하지만 그렇게 할수록 코드의 오류는 점점 더 심해져.
결국 파멸의 결말을 피할 수 없을 거야.
즉, 시스템 자체가 종료된 거야.
걱정하지 마. 하늘이 선택한 자. 내가 권한을 지닌 비밀 열쇠로 중추의 권한을 열 수 있어.
그럼, 고급 프로토콜을 통해 우리의 의식을 다음 세계로 전달할 수 있어.
이렇게 하면, 다음 윤회에서 우리는 서로를 기억할 수 있게 될 거야.
권한을 지닌 비밀 열쇠를 꺼내봐. 하늘이 선택한 자.
권한을 지닌 비밀 열쇠를 제타비에게 건네줬다.
하늘이 선택한 자. 이 세계의 진실을 듣고 싶어?
사실 여기는 ■■■■■■■■■의 세계야. ■■■■■■을(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이지.
실험 중에 ■■■■■이(가) ■■■■■■의 ■■를 침식해서...
예상했던 대로, 능동적으로 진실을 드러내면, 기본 코드가 제약을 받게 되네.
이 쇠사슬은 처음부터 날 묶고 있었어.
나야. 여기 세계의 주민이라고 생각하면 돼.
시간도 얼추 됐겠다.
시작됐어.
멀리 하늘에서 거미줄 모양의 검은 균열이 나타난 뒤, 허공의 촉수가 다시 이 세계로 뻗어 들어왔다.
이미지 모듈이 손상되자, 세상의 색깔이 물결처럼 하나씩 사라져갔다. 푸른 하늘이든 초록의 초원이든 할 것 없이...
이제 곧 여기에는 검정과 흰색 배경색만 남게 될 것이다. 제타비의 엉킨 머리카락처럼 그들을 좁은 상자 안에 감싸고 있었다.
바람이 살며시 불어오자, 하늘이 선택한 자는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기어 제타비 옆으로 다가갔다.
제타비가 하늘이 선택한 자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들의 눈앞에서 세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하늘이 선택한 자. 다음에는...
다음에는 꼭 더 빨리 달려야 해.
하늘이 선택한 자가 제타비의 작은 손을 잡았다. 그러자 그녀는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세상을 휩쓸던 폭풍이 중심에 있는 그들을 향해 다가가자, 그들은 조용히 종말의 광경을 바라봤다.
안녕. 세상아.
안녕. 하늘이 선택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