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에 울리던 파도 소리가 완전히 멎었다.
눈을 뜨자 새롭게 변한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넓은 풀밭은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그곳에선 이름 모를 식물이 나무의 뿌리를 휘감아, 흙 속에서 싹을 틔웠다.
귓가엔 새의 노랫소리가 들려왔고, 공기 속에선 촉촉한 꽃향기가 풍겨왔다.
지휘관은 자신이 이 세상에 속해있단 걸 이렇게 와닿은 건 처음이었다.
지휘관은 어렴풋이 뭔가가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기에 지휘관은 밀림의 더 깊은 곳으로 발을 내디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직감이 맞았다는 걸 알게 됐다.
……
오셨군요.
붉은 눈동자의 소녀가 지휘관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고목의 그늘에 앉은 채, 방금 딴 빨간색 들꽃을 쥐고 있었다.
다행이네요. 아직 제 이름을 잊지 않으셨군요.
이제 당신과 작별 인사를 하지 않아도 되니 정말 좋네요.
당신의 선택으로 세상은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어요.
당신이 이 세계의 본질을 파악할 줄은 몰랐어요. 제 예상을 훨씬 뛰어넘으셨죠.
걱정하지 마세요. 이건 나쁜 일이 아니에요.
제가 처음에 했던 말을 기억하세요?
이 세계에선 아무것도 보장할 수 없지만, 딱 하나는 제가 보장할 수 있어요.
당신의 여정이 어떤 종점에 도달하든
마지막까지 함께 할게요.
맞아요.
어떻게 보면, 이곳이 종점이라고 할 수 있죠.
축하해요. 당신의 여정은 이제 끝났어요.
하지만 제 사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죠.
아직 세상의 모든 곳에 빨간 꽃이 가득 피지 않았어요.
전 "신생"의 꽃씨를 세상 모든 곳에 뿌릴 거예요.
당신도 여기서 멈추고 싶진 않으시겠죠?
마지막 순간까지 저와 함께해 주시겠어요?
허... 그렇게 대답하실 줄 알았어요.
정말 싫으시다면 제 앞에 있지도 않으시겠죠.
이건 당신이 선택한 결말이며, 당신과 제가 맺은 계약이에요.
콜레도르가 일어나서 지휘관의 손을 잡았다.
우린 당신이 원하는 세상에서 계속 여행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