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가슴을 찌른 칼날에서는 피가 계속해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발 옆에 놓여 있는 차가운 시체가 조금씩 끝없는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이러면 된 건가?
됐어.
어떤 낯선 이가 날 대신해 대답했다.
하지만 세계의 요동은 멈추지 않았다.
파도 소리는 계속해서 내 고막에 부딪쳤다.
계속해서...
다시 한번... 날 완전히 삼킬 때까지.
……
…………
이런 결말을 맞이 했다니 뜻밖이네요.
어디서부터 엇갈렸을까요?
이렇게 된 이상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요.
그래도 "여정"은 계속될 수 있어요.
"파도 소리"가 이곳에서 머무는 한, 남은 의지는 사라지지 않아요.
그리고 이 세계도 완전하지 않겠죠.
그러니 부탁해요. "콜레도르".
그 사람이 파도 소리를 멈출 수 있게, 무의미한 몸부림은 포기하게 만들어야 해요.
그 사람이 계속 이곳에 머물 수 있도록,
필요치 않은 "미련"은 반드시 제거해야 해요.
그 사람은 다른 곳에 갈 필요가 없어요.
그 비참한 "현실"로 돌아갈 필요가 없어요.
낡은 침대에서 깨어났다.
왠지 모르게 익숙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깨어나셨어요?
그제야 소녀를 발견했다. 망토를 입은 소녀가 침대 옆에 서서 날 보며, 웃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콜레도르에요.
이 세상의 "파도 소리"를 멈추기 위해, 당신을 안내하는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