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 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죄송해요, [player name] 님. 분명 지휘관님 생일인데...
하지만 꼭 필요한 절차라서요.
오블리크의 초대를 받아, 오랜만에 컨스텔레이션에 왔다.
푸른 초원에서 곧 어떤 대회가 열릴 예정이었는데, 오블리크가 그 대회의 우승 상품에 유난히 집착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대회는 2인 1조로만 참가할 수 있었고, 결국 인간은 오블리크의 파트너로 함께하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제1회 메이드&집사 대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메이드&집사 대회? 이런 대회였어? 설마 상품이 최신형 로봇 청소기 같은 건 아니겠지…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바로 대회의 첫 번째 종목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메이드와 집사라면 당연히 가사 실력이 빠질 수 없겠죠. 지금부터 눈앞의 식탁을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정리하고 세팅해...
사회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오블리크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전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지휘관님은 여기 편하게 앉아 계세요.
오블리크의 다정하지만 단호한 손길에 이끌려 의자에 앉았다. 소박했던 식탁은 눈 깜짝할 사이에 새하얀 식탁보로 덮였고, 정갈하게 놓인 식기 옆에는 꽃 모양으로 접힌 냅킨까지 완벽하게 세팅되었다.
고급스러움이 저절로 뿜어져 나오네요! 우아함의 극치로군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좋습니다! 첫 번째 경기는 많은 참가자들이 모두 순조롭게 완수했습니다. 역시 초반이라 조금 쉬웠던 것 같네요. 그럼, 바로 두 번째 종목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제한 시간은 단 1분! 식탁 위에 애프터눈 티를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순간 잘못 들은 게 아닌지 의심했지만, 주위 참가자들은 불평은커녕 오블리크처럼 열심히 준비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이미 완성한 팀도 여럿 있다는 점이었다.
청소왕 팀이 미리 준비해 온 배달 음식을 꺼냈습니다!
광휘군 팀! 반죽을 초강력 광선으로 단번에 구워 내고 있습니다!
오, 광휘군 팀! 반죽이 새까만 숯덩이가 되기 직전에 출력을 멈췄네요…
이 대회 참가자들, 내가 알던 전형적인 메이드나 집사랑은 좀 다른 것 같은데?
저희도 끝냈습니다.
인간 앞에는 어느새 따뜻한 색감의 마들렌이 놓여 있었다. 은은한 향이 코끝을 스쳤고, 완벽하게 구워진 모습에 당장이라도 한입 베어 물고 싶어졌다.
달콤한 디저트 옆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얼그레이 홍차 한 잔이 곁들여져 있었다.
미리 준비해 둬서 다행이네요.
평범하면서도 맛있는 애프터눈 티라 다행이야.
문득, 오블리크는 어떻게 마치 마법처럼 순식간에 이런 것들을 준비하는지 궁금해졌다. 이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혹독한 훈련의 결과입니다.
두 번째 경기까지 통과하신 분들이라면, 모두 쟁쟁한 실력자라고 할 수 있겠죠!
자, 이제 드디어 마지막입니다! 메이드와 집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주인님의 안전을 지키는 일 아니겠습니까?
마지막까지 주인님을 지켜내고, 최후의 1인으로 살아남는 분이 최종 우승자가 될 것입니다!
사회자의 신호와 함께 장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참가자들은 서로를 견제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주인님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드려 봐, 절대 용서 안 해!
수많은 검은 그림자들이 눈앞을 오갔고, 난무하는 광선과 투척 무기들이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것들이 인간의 몸에 닿기도 전에, 촘촘한 붉은 선들이 이를 정확히 막아냈다.
세상이 뒤집어지는 듯한 소란이 지나고, 현장이 다시 고요를 되찾았다.
"삐..." 하는 소리와 함께, 사회자가 전투 환경 시뮬레이션의 투영을 껐다. 현장에 있던 참가자들은 혼란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모든 전투는 접속된 가상 장치 안에서만 벌어졌던 것이었다.
자, 잘 받으세요. 이번 대회의 우승 상품은 바로, 아주 귀한... 수제 직물입니다.
우승 상품을 받은 오블리크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오블리크는 서둘러 평상복을 벗어 던지고, 바느질 도구를 꺼내 재봉을 시작했다.
스카프는 머리 가까이에 있어 고개를 숙일 때마다 피부에 닿을 수 있으니, 부드러운 원단을 고르는 게 중요해요.
전부터 지휘관님의 평소 예복이 뭔가 아쉽다고 생각했었어요.
바로 이런 고급 원단이 필요했던 거겠죠.
오블리크는 손가락으로 실밥을 정리하며 진지하게 설명했다. 스카프 위치를 바로잡고 어울리는 보석 브로치를 꽂아준 뒤, 전체적인 모습을 꼼꼼히 확인하고 나서야 만족스러운 듯 물러섰다.
알고 보니, 우승 상품을 손에 넣은 것도 인간에게 줄 특별한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
인간은 경기 내내 오블리크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오블리크와 함께 있을 때는 늘 이런 식이었다. 매번 받기만 하는 것 같아,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투리 천만 조금 남았어요.
조금 전 대회에서 본 방법을 서툴게 흉내 내며, 남은 천을 접고 핀으로 고정해 오블리크를 위한 작은 꽃 모양 브로치를 만들었다.
그리고 오블리크의 손을 잡아, 그 위에 브로치를 올려놓았다.
저에게... 주시는 건가요?
오블리크는 작은 꽃을 들고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곧이어 그녀의 얼굴에 붉은 기운과 따스함이 서서히 퍼져나갔다.
감사해요. 꼭 소중히 간직할게요.
생일 축하드려요, [player name] 님. 오늘 이 특별한 시간은, 예쁘게 잘라 기억의 천에 정성스럽게 수놓아 둘 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