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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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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와 함께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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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의 집에 도착한 인간은 그녀의 다정한 시선 속에서 푸른색의 선물 박스를 열었다.

포장지를 벗기자, 앙증맞은 동물 모양의 봉제 인형이 종이 박스 안에 고요히 누워 있었다. 둥그스름한 두 귀와 통통한 꼬리, 까만 눈동자가 또르르 반짝이고 있었다.

인간은 인형을 손에 꼭 쥔 채, 무심결에 그 이름을 불렀다.

맞아요. 제가 이름을 꼬마 너구리라고 지었어요.

이건 단순한 인형이 아니에요. 안에 상호작용 스마트 모듈이 탑재되어 있어서, 지휘자님께서 하시는 질문에 반응할 수 있어요.

지휘자님, 한 번 질문해 보세요.

세레나의 기대 가득 찬 눈과 마주치자,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

지휘자님, 안녕하세요. 전 꼬마 너구리라고 해요. 지휘자님의 친구가 되어서 기뻐요!

네, 지휘자님. 꼬마 너구리는 진짜 너구리가 맞답니다. 지휘자님의 친구가 되어서 기뻐요!

꼬마 너구리는 지휘자님의 고민을 들어드릴 수도 있고, 지휘자님의 질문에 답해드릴 수도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지휘자님과 아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답니다!

인형의 보송보송한 몸에서 아이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음성 변조를 거쳐 앳되게 들렸지만, 어딘가 익숙한 말투였다.

게다가 "지휘자님"이라는 독특한 호칭까지 더해지니, 머릿속에 한 가지 재미있는 추측이 떠올랐다.

아... 역시 눈치채셨군요.

세레나는 살짝 고개를 돌리며 멋쩍은 듯, 귀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녹음 장치가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도 모르는 장치는 처음 다뤄봤어요. 이런 언어 모듈을 조정해 본 것도 처음이었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휘자님께서 꼬마 너구리와 대화를 나누시기 전까지만 해도, 제대로 작동할지 걱정됐었어요.

인간은 혼자 너구리 인형을 안고 "꼬마 너구리"의 말투를 흉내 내느라 분주히 애썼을 세레나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그 정성에 마음 한구석이 따스해졌다.

지휘자님?

세레나는 갑자기 웃음이 터진 지휘관을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지휘자님이 마음에 들어 하시니 다행이네요.

아, 참... 지휘자님을 위해 준비한 차가 있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주방에서 가져올게요.

세레나는 꼬마 너구리를 책상 위에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주방에서 찻잔들이 부딪치는 맑은 소리가 들려왔다.

거실에 홀로 남겨진 인형은 동그란 눈으로 지휘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부드러운 시선을 마주하고 있자니, 자연스레 이것저것 더 묻고 싶어졌다.

음. 전 아는 게 정말 많아요. 먼저 세레나 이야기부터 하자면...

사실 세레나가 오늘 지휘자님을 위해 준비한 선물은 두 개예요. 저는 다른 하나가 어디 있는지도 알고 있죠. 근데 세레나가 그걸 제일 큰 서프라이즈로 생각하는지, 마지막에 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꼬마 너구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갓 우린 홍차를 쟁반에 받쳐 든 세레나가 거실로 돌아왔다.

꼬마 너구리와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시는 것 같던데, 무슨 얘기 하셨어요?

"서프라이즈는 모른 척해야 해. 안 그러면 세레나가 준비한 걸 망쳐 버릴지도 몰라." 그 생각이 스치자, 지휘관은 재빨리 꼬마 너구리를 끌어안아 "자연스럽게" 그 입을 막아 버렸다.

다르질링이에요. 입에 맞으세요?

그렇군요. 지휘자님이 다르질링을 이렇게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네요. 그럼, 다음 티타임때도 이걸로 준비할게요.

세레나는 지휘관이 평소와 달리 과하게 반응한 것을 눈치챈 듯했다. 하지만 굳이 묻지 않고 가볍게 고개만 끄덕인 뒤, 다시 차를 음미했다.

홍차 향이 방 안 가득 퍼졌다. 다만, 품에 안긴 꼬마 너구리가 계속해서 불안하게 몸을 뒤척이는 바람에, 차분히 차 맛을 음미할 수 없었다.

으, 으읍! 제 얘기 아직 안 끝났어요!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잠시 잠잠한가 싶더니, 꼬마 너구리가 기어코 팔 틈새로 고개를 쑥 내밀며 외쳤다. 분명 아이처럼 귀여운 목소리인데도, 그 순간만큼은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왜 그렇게 애써 꼬마 너구리를 숨기려 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절 배려해 주시는 거 맞죠?

이번에는 세레나도 더는 모른 척하지 않았다. 그녀는 찻잔을 내려놓고 웃으며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꼬마 너구리는 제가 드린 선물이 맞지만, 만약 무슨 문제를 일으키거나 지휘자님께 불편을 끼치면...

바로 저에게 말씀해 주세요. 지휘자님과 함께 해결해 드릴게요.

세레나의 말투는 여느 때처럼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 말을 듣자, 더는 숨길 수가 없었다.

그런 거였군요. 제가 준비한 서프라이즈를 꼬마 너구리가 미리 "폭로"해 버릴까 봐 그렇게 긴장하셨던 거군요.

정말이지... 꼬마 너구리가 이런 사고를 치니 좀 민망하네요.

사실 제가 준비한 건 소소한 이벤트 정도인데, 꼬마 너구리가 하도 과장해서 얘기해, 지휘자님 기대에 못 미칠까 봐 걱정되네요.

머쓱해진 세레나는 꼬마 너구리를 안아 들고, "화난" 척하며 코를 살짝 건드렸다.

이렇게 말썽부리는 널 어떡하면 좋니?

으읍, 세레나도 지휘자님께 말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

말투가 꼭 닮은 두 "세레나"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자, 지휘관의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지휘자님...

그 말을 들은 세레나의 얼굴에서 방금 전의 수줍음은 사라지고, 대신 눈빛에 설렘이 스며들었다.

그럼, 이미 "서프라이즈"가 있다는 걸 아셨으니...

더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꼬마 너구리더러 선물을 전달해 달라고 하죠.

뚜뚜. 축하합니다, 지휘자님! 숨은 이벤트 지령을 활성화하셨네요!

맑고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인형 너구리가 복슬복슬한 배 속에서 하얀 편지 한 통을 천천히 꺼내, 동그란 손바닥으로 건네왔다.

몇 년 전, 수많은 편지 속에서 꺼내 들었던 그때처럼, 손바닥 위로 부드럽고 매끄러운 감촉과 함께 은은한 나무 향기가 퍼져왔다.

열어보세요.

세레나가 웃으며 말했다.

사랑하는 [player name] 님께:

<i>이 편지를 발견하셨을 때, 창밖의 날씨나 계절이 어떨지 모르겠네요.<i>

<i>저는 그저, 지휘자님이 오늘 하루도 여전히 행복하길 바랄 뿐이에요.<i>

<i>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은, 마치 숨겨진 오디오 트랙을 시간의 LP에 새기는 것만 같아요.<i>

<i>시간은 언제나 제 생각보다 더 빠르게 흘러가지만, 음악의 특별한 점은 재생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i>

<i>지난날의 선율이 다시 곁에 머무른다는 거예요.<i>

<i>이 축복의 글이 잔잔한 파동이 되어, 지휘자님의 마음속에 영원히 메아리치기를 바라요.<i>

<i>오늘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모든 날이 언제나 행복으로 가득하기를.<i>

<i> 지휘자님을 사랑하는, 이리스 올림</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