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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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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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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 마을

저녁

저녁, 산 아래 마을

지휘관과 세레나는 운알과 함께 시장 한복판에 서 있었다.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은 그들의 낯선 복장에 몇 번 쳐다보기도 했지만, 운알에겐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마치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처럼 말이다.

여우는 얼굴이 굳어진 채로 몸을 곧게 세운 후, 꼬리로 발을 감싸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운알

길을 잘못 들었어? 말도 안 돼…

인연 신사 아래에 인간 마을은 한군데밖에 없는데, 어떻게 잘못 올 수 있지?

세레나

하지만 분명 저희가 있던 곳은 아니에요. 혹시 저희가 왔던 길을 따라, 돌아가는 방법을 찾는 건 어려운가요?

운알

그게...

운알은 눈빛이 날카로워지더니 몸을 앞으로 숙여 작은 발걸음으로 두 사람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킁킁 냄새를 맡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운알

너무 깨끗해! 너희 몸에서 인간 세계 냄새가 전혀 안 나.

이상하네... 확실히 이곳 사람들과는 달라...

여우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앞발을 뻗었다. 발끝에서 흘러나온 희미한 빛이 인간에게로 향하자, 지휘관은 놀란 듯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운알

괜찮아, 무서워하지 마. 이건 원력이라고, 인연의 여신을 믿는 사람들이 남긴 축복 같은 거야.

향불은 사라졌지만, 이 원력으로 간단한 마법 정도는 부릴 수 있어.

어디 한번 보자. 너희는...!

운알은 멈칫하며 눈을 크게 떴다. 작은 얼굴 위로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게 보였다.

운알

이럴 수가! 너희 설마... 저편에서 왔어?!

이러면 안 되는데. 큰일이야…

운알은 심각한 얼굴로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 모습을 본 지휘관은 세레나와 눈을 마주친 뒤, 몸을 낮추고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운알

원래는 괜찮아. 하지만…

세레나

혹시… 궁사가 향불을 빼앗아 간 뒤로 뭔가 이상해진 건가요?

운알

맞아! 만약 궁사와 천도의 결혼이 이루어지면, 너희는 정말 위험해질 거야.

몸을 일으킨 여우는 두 발을 열심히 뻗으며 설명했다.

운알

그때가 되면 이~만큼 넓은 땅이 전부 그의 신국이 되어버려. 여기 마을 사람들은 원래 인연 신사를 믿는 신도들이라 괜찮지만…

너희는 돌아갈 수 없게 돼. 일단, 여기서 빨리 나가자!

여우는 주변을 바삐 둘러본 뒤, 신사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몇 걸음도 채 가지 못하고,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에 멈춰버렸다.

군중

길한 시각이 도래했노라. 산천을 실로 엮고, 천지를 인연으로 잇나니…

운알

안 돼… 제발!

군중

신혼 대전, 개—시—!

운알

아아, 망했어!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군중은 흥분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운알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뒤로 비틀거리더니, 마치 사람처럼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세레나

괜찮아요?

운알

다 틀렸어… 이제 정말 여길 벗어날 수 없게 됐어.

진짜로 신혼 대전이 열리다니…

운알은 중얼거리며 망연자실해 있다가, 곧 무언가 결심한 듯 다시 몸을 일으켰다.

운알

그래도, 관련 없는 사람들이 휘말리게 둘 순 없지.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신혼을 막고, 너희가 돌아갈 수 있게 도와줄게.

운알의 말에는 진심이 느껴졌지만, 세레나는 그 안에 숨어 있는 모순점을 놓치지 않았다.

세레나

그전에는 궁사의 혼례를 막을 생각을 안 하셨어요?

운알

응.

운알

그게…

여우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흔들리는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무언가 떠오른 듯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다시 표정을 가다듬은 운알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운알

궁사는 항상 나에게 잘해줬어.

인연의 여신이 되기 전에, 난 산속 작은 신단에 혼자 살았었어. 향불도 없고, 사냥도 어려워 겨울이면 굶주리기 일쑤였지.

그때 궁사가 먹을 것도 가져다주고, 원하는 게 있는지 물어봐 주면서, 이것저것 많이 도와줬어. 덕분에 지금의 신사가 생겼고, 나도 이렇게 인연의 여신이 될 수 있었던 거야.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여우의 눈엔, 슬픔 대신 가벼운 상실감이 스쳐 지나갔다.

운알

이제 그 자리를 원한다는데, 그냥 내어주려고…

하지만 너희가 여기에 갇히는 건, 절대 손 놓고 볼 수 없어.

그 모습을 본 세레나는 인간 지휘관에게 몸을 기울이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세레나

지휘자님… 저 말,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요?

세레나

들어올 때처럼, 통신 모듈이 제한됐어요. 원인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예요.

세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운알을 바라봤다.

세레나

저희가 도울 수 있는 건 없을까요?

운알

응? 아니야, 괜찮아. 너희들이 엄청 강한 건 알겠어…

하지만 인간의 걱정거리를 해결해 주는 게 신이 해야 할 일인데, 되려 부탁하는 건 좀 그렇잖아?

나한테 맡겨! 너희는 그냥 마을에 편하게 있으면서 좋은 소식을 기다리면 돼!

여우는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지금까지 보인 어수선한 말투와 엉뚱한 행동은 신뢰를 주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지휘관이 세레나를 바라보자, 그녀는 바로 눈치를 채고 고개를 숙여 여우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세레나

매번 저희를 도와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산에서도 그렇고, 이번에도... 저희를 위해 애써주시는데 여기서 가만히 기다릴 순 없어요.

운알

그렇지만…

세레나

저희와 함께라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운알

음...

한참 고민하던 여우는 결국 둘의 말에 설득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운알

알겠어, 대신 약속해 줘. 위험해지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도망쳐야 해!

운알의 진지한 표정에, 세레나와 지휘관은 눈을 마주치고 작게 웃었다.

세레나

약속할게요.

산 아래 마을

밤, 산 아래 마을

세레나와 지휘관은 여우를 따라 함께 거리를 걷고 있었다.

세레나는 작업용 수첩을 꺼내 들고 주위를 살피며, 가끔 몸을 기울여 지휘관에게 속삭였다.

세레나

이 마을, 확실히 357 보육 구역의 초기 형태와 같아요.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문화가 구룡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여요.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아요.

그리고 절이나 도관이 아닌, 신사 형태의 건물이 있는 것도 그 증거 중 하나예요.

세레나

전에 제가 적조의 소리를 듣고, 과거의 장면 속으로 들어갔던 거 말씀이세요?

겉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달라요. 방금 확인해 봤는데, 적조가 지나간 흔적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지금 상황을 고려하면... 아, 아니에요. 여기서는 그런 모듈들을 쓸 수 없겠네요.

다른 방법을 써보는 것도 가능하지만, 만약 변수가 생길 경우, 저희 구조체는 괜찮아도 지휘자님은…

설명을 마친 뒤 혼잣말을 이어가던 세레나는 어느새 깊은 생각에 잠겼다. 표정에는 점점 진지함이 묻어났고, 이마엔 걱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세레나 앞으로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세레나

네?

세레나는 살짝 움찔하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레나

지휘자님?

몰래 세레나에게 다가가, 귓가에 대고 조용히 이름을 불렀다.

세레나

앗! 네...?

놀라서 귀를 막으며 급히 몸을 돌린 세레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세레나

지... 지휘자님?

세레나

아... 아...

세레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하다가, 지휘관의 말을 이해하고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세레나

풋…

지휘자님, 제가 너무 긴장할까 봐… 걱정되신 거예요?

세레나는 손을 뒤로 모은 채 고개를 갸웃하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세레나

당연히 진지해야죠. 지휘자님과 함께하는 임무잖아요.

세레나

네…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세레나는 고개를 돌려 지휘관과 눈을 마주치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세레나

{226|153|170}~

왜요? 전 지휘자님을 걱정하면 안 되나요?

아, 여기 종이등들이 너무 눈부셔서, 자꾸 지휘자님 얼굴이…

지휘관은 일부러 진지한 척 기침을 한 번 하고, 다시 세레나와 눈을 마주쳤다. 몇 초도 지나지 않아, 결국 두 사람은 웃음을 터뜨렸다. 덕분에 긴장됐던 분위기도 금세 풀어졌다.

곧이어 두 사람은 주변을 둘러보며, 더 이상 경계하거나 상황을 분석하지 않고, 진짜 여행자처럼 마을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흔들리는 등불 아래, 실수로 살짝 부딪힌 손끝이… 서로를 살며시 감쌌다.

그렇게 몇 개의 골목길을 더 돌다 보니 점점 인적이 드물어졌고, 마침내 마을 끝자락에 도착했다.

길 끝에는 작은 오두막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위에는 다양한 꽃다발들이 주렁주렁 걸려 있었다.

여성 가게 주인

어서 오세요. 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미처 마중 나가지 못해서 죄송해요.

가까이 다가가자, 오두막 문이 먼저 열렸다. 주인은 마치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미리 나와 있었고, 그녀의 시선은 마을 사람들과는 달리 곧장 운알에게 향했다.

여성 가게 주인

어머, 어쩐지 여름꽃이 갑자기 피면서 기쁜 소식이 들려오더라니, 인연의 여신님께서 오신 거였군요?

뭐가 부족하셔서 오셨나요? 법술로 저를 부르시지. 곧 신혼 의식이잖아요, 신부는 방에서 조용히 기다리셔야죠.

운알

자등님, 오랜만이에요~

여우는 반쯤 몸을 일으켜 앞발을 모아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

운알

저는 더 이상 인연의 여신이 아니에요. 이번 신혼 대전의 신부도 아니고요.

궁사가... 궁사가 신표를 가져가서, 천도와 결혼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가게 주인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피부에서 등나무 가지가 솟아오르더니, 바람도 없는데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여성 가게 주인

그... 그게 사실인가요?! 이를 어쩌면 좋죠?

운알

사실이에요. 자세히 말씀드리기엔 너무 길고 복잡해서… 그보다, 자등님께 꼭 부탁드릴 일이 있어요.

혹시, 신사에서 열리는 신혼 대전 초대장을 받으셨나요?

자등

물론 받았죠. 설마…

운알

자등님의 초대장과 법력의 힘을 빌려, 신사에 돌아가 궁사의 결혼을 막고 싶어요.

운알이 자등이라 부르는 가게 주인의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등

음...

전에 인연의 여신님께 받은 은혜가 있으니, 마땅히 돕는 게 맞지만…

도와드리기 싫은 건 아니에요. 다만...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인연의 여신님께서는 아직도 인간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으신가요?

운알

신력을 잃어서, 신사 안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밖에서는 불가능해요.

자등

그럼, 곤란하겠네요.

자등을 따라 오두막 안으로 들어서자, 다양한 꽃들 사이에 놓인 선반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위에는 고운 여성 혼례복이 조심스레 걸려 있었다.

자등

사실대로 말씀드릴게요. 초대장을 받았을 땐, 신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어요.

게다가 최근 산군과 사랑에 빠져서, 이번 신혼 대전에 참여하면 함께 축복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하지만 신의 결혼과 관련된 일이라, 감히 제멋대로 결정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초대장을 받았을 때 신사에 편지를 보냈고, 허락을 받은 후에야 준비를 시작했죠.

자등은 선반에서 혼례복을 내려 운알에게 건넸다.

자등

인연의 여신께서 제 이름을 빌려 가신다 해도, 혼례복도 배우자도 없이 참석하시면 궁사님이 금세 눈치채실 거예요.

운알

아...

모두 잠시 침묵에 잠겼고, 세레나는 잠깐 고민하더니 조심스레 제안 하나를 꺼냈다.

세레나

저와 지휘자님이 자등님과 산군님인 척하면서, 운알을 데리고 산에 올라가는 건 어떨까요?

자등

산군과 체형은 많이 다르시지만, 더 위엄 있어 보이네요. 크게 문제 될 건 없어요.

저와 산군의 관계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고, 신사에 보낸 편지에도 산군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어요.

궁사님은 물론이고, 마을의 다른 요괴들도 자세한 건 잘 모를 거예요.

세레나

그럼...

운알

안 돼!

지금까지 쾌활했던 운알이 갑자기 단호한 목소리로 반대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세레나

정체를 들킬까 봐 그러시나요? 제 기체는 시각적, 후각적 특징을 일부 바꿔서 위장할 수 있어요.

운알

아니, 그 문제가 아니야.

요괴들끼리는 서로를 시험하지 않아. 조금 이상해 보여도 대부분 깊이 캐묻지 않고 넘어가. 수행을 거치며 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진짜 문제는… 

운알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운알

부부라는 관계는 함부로 흉내 낼 수 있는 게 아니야! 결혼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서로 좋아해서 결혼 축복을 받는 건 당연하지만, 세레나와 [player name]은(는)...

꽤 다정해 보이긴 해도, 부부라고 하기엔 아직 어색해.

말을 마친 여우는 선반 위로 폴짝 뛰어올라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만큼은 정말로 인연을 주관하는 신령 같았다.

운알

그러니 묻겠어. 두 사람 도대체 무슨 관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