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기념일 이벤트 스토리 / 운명의 실타래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옅은 저녁빛

>

23호 조사 지점 주둔지 외곽

끝없이 펼쳐진 산림

오후

오후, 23호 조사 지점 주둔지 외곽, 끝없이 펼쳐진 산림

지휘관은 가방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탐침기를 꺼내, 퍼니싱 농도와 각종 데이터가 잘 기록될 수 있게끔 큰 나무에 설치했다.

그러고는 세레나가 내민 손을 붙잡고 밀림을 벗어나 좁은 길 위로 돌아왔다.

세레나

원래 제가 했어야 할 일인데... 번거롭게 해드렸네요.

세레나는 미소 지으며, 전술 태블릿으로 길에 설치된 탐침의 작동 파라미터를 조정했다.

세레나

지휘자님이 오실 줄은 몰랐어요. 사실 실질적인 위협은 없었고,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고고학 소대가 조례에 따라 형식적으로 지원 요청을 한 것뿐이에요.

게다가 팀에 저도 있으니, 지원 우선순위가 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휘관은 세레나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그녀보다 먼저 화면 아래쪽을 터치해 조작을 도왔다.

세레나

아, 고마워요... 그럼, 왜 굳이 다시 맡으셨어요?

지휘관이 손을 빼려 하자, 세레나가 손가락을 가볍게 눌러 잡았다. 그리고 마치 펜을 쥔 것처럼 서툴게 태블릿을 계속 조작했다.

손끝으로 전해지던 촉감이 잠시 멈췄다. 세레나는 고개를 돌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세레나

네? 저 때문에요?

세레나

음…

손끝으로 전해지던 촉감이 잠시 멈췄다. 세레나는 고개를 돌려 웃을듯 말듯 듯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세레나

설마 저 때문은 아니죠?

세레나

… 네?

말이 끝나자마자, 세레나는 복수라도 하듯 지휘관의 손가락을 잡아당겼다.

잠시 후,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돈한 세레나가 태블릿을 내밀었다.

세레나

설정 다 끝났어요. 한번 봐주세요. 수상한 점은 하나도 놓치지 않는 우리, 지—휘—자—님.

둘은 서로 마주 보며 웃음을 터뜨렸고, 태블릿을 받아 든 지휘관은 금세 웃음기를 거두고 내용을 확인했다. 그 모습에 세레나도 덩달아 진지해졌다.

지휘관은 태블릿 화면을 넘기며 정보를 확인하다가, 복잡한 데이터가 가득한 표에서 멈췄다.

표에는 퍼니싱 농도의 변화가 정밀하게 기록되어 있었고, 일반적인 기록 주기보다 짧아 항목들이 더 빽빽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세레나

이게 요즘 저희 고고학 팀이 겪고 있는 문제예요. 그래서 공중 정원에 지원을 요청한 거고요.

이 산맥에 머무는 동안, 퍼니싱 농도가 급격하게 변하는 걸 여러 번 겪었어요.

처음엔 굉장히 긴장했죠. 보통 이런 변화는 침식체나 이합 생물의 대규모 출현을 동반하니까요…

세레나가 말하며 태블릿을 몇 번 터치하자, 화면이 사진 앨범으로 넘어갔다.

세레나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이합 생물도, 감염체도 발견되지 않았어요.

현재 기록된 몇 차례의 교전도 전부 다른 구역에서 흘러들어온 적들이었어요.

지휘관님은 혹시 비슷한 경험 없으세요?

지휘관은 사진을 넘기며 과거의 기억을 되짚어봤지만, 비슷한 사례는 떠오르지 않았다.

세레나는 지휘관의 말을 듣고,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세레나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저희 팀은 원래 위험을 감수하고 일하잖아요. 게다가 여긴 보육 구역과도 가깝고…

명확한 원인이나 위험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쉽게 철수하긴 어려워요.

그래도 다행히 제 제안이 받아들여져서, 탐침을 설치하고 감식 범위를 확대해, 공중 정원에 지원 요청을 한 거예요.

지휘관은 사진 앨범을 닫고 다시 데이터 표를 연 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세레나

열한 번이요…

세레나가 표 필터를 시간 기준으로 전환하자, 흩어져 있던 정보들이 질서 있게 정렬되었다.

세레나

표준시 17시부터 19시 사이, 모든 이상 현상이 이 시간대에 집중되어 있어요.

지휘관은 낮은 목소리로 다시 한번 시간을 읊었고,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새들이 놀라 날아오르며,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노을빛 하늘 너머로 사라졌다.

한동안 말없이 저녁 하늘을 바라보다가, 산바람이 둘 사이를 스치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세레나

하지만 긴장하실 필요는 없어요. 어쨌든...

딸랑—

세레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주 희미한 방울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투명한 음색이 멀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가까워졌다.

순간, 눈앞의 풍경이 물결처럼 일렁이며 변했다. 산과 물은 여전했지만 무언가 미묘하게 달라진 느낌이었다.

세레나

!?

지휘자님, 느끼셨어요?

세레나는 본능적으로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지휘관을 자신의 뒤로 감쌌다.

저도...

딸랑—

다시 한번 방울이 울렸다.

??

이—아—이—

뒤이어, 억양이 담긴 낮은 노랫소리가 겹쳐서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자, 푸른 석판길 위로 작은 행렬이 울창한 숲 뒤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나무로 만든 가마 하나가 공중에 떠 있었고, 그 앞뒤로는 가면을 쓴 무녀가 각각 한 명씩 따르고 있었다.

어느 순간 노랫소리가 뚝 끊기고 행렬도 멈춰 섰다. 앞에 선 무녀가 카구라 방울을 높이 들고, 일정한 리듬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무녀

신단의 등불이 밝게 빛나고, 가마는 산과 물을 건너 손님을 맞이하네.

무녀

신악의 축복이 울려 퍼지니, 요괴는 숨죽이고 조용히 잠드네.

노래 같으면서도 어딘가 기괴한 그 음조는 율령에 가까웠다. 마치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에게 가사 속 규칙을 따르라고 명령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노래가 끝나자, 무녀는 갑자기 몸을 돌려 두 사람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세레나

뭔가 이상해요. 지휘자님, 저희...

세레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언가가 뒤쪽에서 나타났다. 공중에서 흩날리던 나뭇잎 두 장이 둘의 이마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어떠한 적의도 느껴지지 않아,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고 있던 그때, 지휘관이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세레나

...

신호를 받은 세레나는 동작을 멈추고, 눈앞의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한편, 가면을 쓴 무녀는 약간 비틀거리더니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방금 자신이 본 "이상"은 어느새 사라졌고, 나뭇잎만이 바스락거리며 흔들리고 있었다.

무녀

...

잠시 후, 무녀는 제자리로 돌아갔고, 행렬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다시 산안개 속으로 사라진 후에야, 두 사람은 뒤를 돌아 자신들을 도운 존재를 확인했다.

???

...

눈앞에 나타난 건, 사람의 허리 높이쯤 되는 여우 한 마리였다. 단정하게 앉은 채, 호박빛 눈동자를 천천히 움직이며 두 사람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곧, 여우가 입을 열었고, 들려온 건 짐승의 울음소리가 아니였다.

???

너희, 산 아래에서 올라온 신도들이지?

여우의 목소리는 맑고 또렷했으며, 말끝을 살짝 올리는 어조는 마치 새가 지저귀듯, 산속의 공기와 어우러져 울려 퍼졌다.

세레나

?!

세레나와 인간 지휘관은 본능적으로 경계 태세에 들어섰다. 옷자락 아래에 숨겨진 기계 장치와 무기들이 작은 마찰음을 내며 긴장감을 자아냈다. 아무리 기괴한 일이 벌어지는 세상이라지만, 짐승이 사람 말을 한다는 건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여우는 별다른 동요 없이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얼른 산에서 내려가. 인연을 기원하고 싶은 거면, 좀 더 지나서 오는 게 좋을 거야.

세레나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 음... 한 번에 다 설명하기는 어려워...

여우는 무언가를 감지한 듯 귀를 살짝 움직이며, 세레나 뒤쪽에 있는 석판길을 바라봤다.

딸랑—

멀리서 다시 방울 소리가 희미하게 울려 퍼졌다.

???

이런.

또 누군가 오고 있어. 가면서 이야기하자!

여우는 풀숲으로 뛰어가며 둘을 재촉했다.

???

얼른 와~!

끝없이 펼쳐진 산림

황혼

황혼, 끝없이 펼쳐진 산림

여우는 세레나와 지휘관을 이끌고 석판길을 피해, 인적 드문 오솔길로 들어섰다.

???

세레나, 그리고 [player name]... 이름은 기억했어~

운알

난 인연의 여신, 운알이라고 해.

너희가 찾던 신이 바로 나야~인연을 맺어주고, 서약서에 축복해주는 것도 전부 내 일이야!

여우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멈칫했다. 활기가 넘치던 얼굴은 금세 시무룩해지고, 발걸음도 무거워졌다.

운알

하지만... 지금은 못 해...

세레나

산에서 일어난 일과 연관이 있나요?

운알

응. 맞아... 궁사가 날 신사에서 쫓아냈어. 지금은 그냥... 평범한 여우 요괴일 뿐이야.

여우는 풀이 죽은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자기 자리를 잃은 상실감인지, 다른 이유에서 오는 슬픔인지 쉽게 구분이 되지 않았다.

운알

모르겠어...

운알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 기분이 약간 나아진 듯했지만, 입은 여전히 삐죽 나와 있었고 표정에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들로 가득했다.

운알

예전엔 분명... 같이 놀던 사이였는데... 갑자기 차갑게 변해서는, 내 신표를 빼앗아 가버렸어.

쫓겨나기 전, 무녀들이 하는 말을 살짝 들었는데, 궁사가 천도와 결혼하고 싶어 한다고 했어.

왜지? 정말 이해가 안 돼…

혼잣말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여우를 본 세레나는, 무심결에 옆에 있는 인간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동시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인연의 여신, 궁사, 천도... 모두 일반적인 단어가 아니었고, 퍼니싱과도 관련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고대의 신화나 괴담에서나 나올 법한 용어들이었다.

세레나

인연의 여신... 신사...

그 순간, 세레나의 눈이 번뜩였다.

세레나

고고학 탐사대가 357 보존 구역에 온 게 이번이 두 번째라는 거, 지휘자님도 알고 계시죠?

연락원

특별 기념품이에요. 보육 구역에서 소비하거나 이벤트에 참여하면 받을 수 있어요.

이 지역은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소규모 상업 활동도 활발해졌어요. 덕분에 남아 있는 문화나 전통을 살펴볼 여유도 좀 생겼죠.

이틀 후면 이곳 지역 축제가 열려요. 어때요, 이거 꽤 귀엽죠?

연락원은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살짝 손을 치워, 기념품이 잘 보이게끔 해주었다.

검은 여우와 흰 여우가 커다란 방울을 감싸고 있는 정교한 스프링 장식이었다.

연락원의 손짓에 따라 장식을 눌러 보자, 두 마리 여우가 방울 주변을 이리저리 흔들리며 익살스럽게 움직였다.

지휘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앞에 있는 운알과 기억 속 차량용 장식품을 함께 떠올렸다.

세레나

그리고… 오늘 지휘자님이 찍으셨던 그 사진도요…

세레나는 잠깐 머뭇하더니 곧 다시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세레나

방금 사진을 불러와 비교해 봤는데, 그 석상이랑 거의 70~80% 비슷해요.

아마...

운알

후... 무사히 도착했다~

여우의 기분 좋은 목소리가 둘의 대화를 끊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벌써 산기슭에 도착했고, 눈앞엔 도리이가 있었다.

운알은 몸을 돌려 고개를 치켜들고 앞발을 핥았다. 그리고 세레나를 향해 눈을 깜빡이더니, 다시 지휘관을 바라봤다.

운알

여기로 나가면, 집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올 거야.

세레나

돌아가실 건가요, 지휘자님?

산맥의 이상 현상이 점차 실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돌아가 진상을 확인해 보는 것도 좋지만, 우선은 캠프의 안전부터 확인하는 것이 나아보였다.

산맥의 이상 현상이 점차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지금이 진실을 밝힐 최고의 기회다.

문제는 캠프가 바로 산기슭 입구 근처에 있어, 영향을 받지 않을 거란 확신이 없었다. 만약 위험이 닥친다면...

지휘관은 잠시 고민하다가 세레나와 눈이 마주쳤고, 세레나는 곧바로 지휘관의 뜻을 알아챘다.

세레나

길 안내해 줘서 고마워요. 감사 인사라도 드리고 싶은데…

괜찮다면… 저희와 함께 돌아가지 않으실래요?

운알

좋아, 그래야 내 마음도 편할 것 같아.

평범한 인간이 요마가 깨어나는 시간에 도리이를 오가는 건 아주 위험해. 방심하는 순간 길을 잃게 돼.

세레나

길을 잃어요?

둘은 자세한 설명을 듣기도 전에, 여우를 따라 도리이를 통과했다.

그 순간, 눈 부신 빛이 세상을 가득 채웠다.

지휘관은 반사적으로 두 눈을 감고, 세레나의 손을 꽉 잡았다. 옆에 있던 세레나 역시 같은 반응이었다.

둘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서로를 놓칠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운알

이제 괜찮아. 도착했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들 앞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도리이 너머로 이어져야 할 작은 돌길도, 그들이 알던 캠프도 아니었다.

그곳에 펼쳐진 건─

남성 마을 사람

따끈따끈한 찐빵~ 삼 문이면 배불리 먹을 수 있어요!

여성 마을 사람

궁사님의 축복이 담긴 인연의 꽃 장식, 단 십 문에 드려요!

늙은 마을 사람

대나무 바구니, 종이우산, 그릇 한번 보고 가세요~

해 질 무렵, 점포에 걸려 있던 종이등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붉은 천과 녹색 장식들이 골목을 물들였다.

마을 사람들은 고풍스러운 옷차림으로 그 사이를 오가며, 호객 소리와 뒤섞여 활기찬 시장 분위기를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