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기념일 이벤트 스토리 / 청춘의 여름편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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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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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며칠째 이어지는 장맛비와 해안에서 밀려온 습기로, 청수전 보육 구역은 눅눅하고 끈적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정비 부대, 행정 인원, 외교원 관계자들까지, 작지 않은 회의실은 각 부서 사람들로 빼곡했다. 모두 보육 구역 재건을 주제로 한 회의에 참석 중이었다.

의자가 모자라 일부는 뒷줄에 서서 벽에 기댄 채, 노트북이나 수첩에 회의 내용을 빠르게 받아 적고 있었다.

가끔 라이터가 켜지는 딸깍 소리와 함께 담뱃불이 붙여졌고, 피워낸 연기는 위로 천천히 올라가다 천장의 배기 팬에 부딪혀 흩어졌다.

회의가 길어지면서 회의실의 분위기는 점점 무거워졌다.

그때, 누군가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나가 창문을 열었다. 짠내 섞인 바닷바람이 안으로 밀려 들어오자 다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저희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서, 이 많은 공사를 동시에 해낼 수 없습니다!

서부 지역 공사를 제때에 끝내려면, 남부 거주지 쪽은 미룰 수밖에 없습니다.

거주지 지표는 이미 보육 구역 주민들에게 공시된 상태라, 지금 와서 미룰 수는 없습니다.

우기는 이미 시작됐고, 곧 이주 인원도 도착합니다. 모든 사람의 거주 환경을 보장해야 합니다.

그럼, 인력을 더 지원해 주세요!

이 일에 대해서는...

고성이 오가고 의견이 충돌했지만, 쟁점은 하나씩 정리되어 갔다.

다음은...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 [player name]님의 차례입니다.

순간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펜이 멈추고, 모두의 시선이 앞으로 향했다. 곧이어 속삭이는 소리와 조용한 움직임이 다시 회의실을 채웠고, 몇몇은 까치발을 들고 앞 사람 너머를 살피고 있었다.

보육 구역 작업자A

저기 봐요…

보육 구역 작업자B

저 사람이에요?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이라는 분이...

구석에 앉아 있던 한 사람이 회의실 앞으로 걸어나가, 청수전의 지형도를 스크린에 전송했다.

푸른 하늘을 뒤덮은, "업무"라는 이름의 먹구름은 이 여름 내내 사라지지 않았다.

정오를 지나 회의가 마무리되자, 사람들은 하나둘 회의실을 빠져나가 바깥 공기를 들이마셨다. 긴 실내 회의 끝에 마주한 바깥 공기는 꿀처럼 달았다.

지휘관님!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 어깨를 톡 두드렸다.

뒤돌아보니 루시아가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회의는 다 끝났나요?

루시아는 뒤에서 도시락을 꺼내 ​​지휘관에게 내밀었다.

식사 못 하셨을 것 같아서, 먹을 것 좀 사 왔어요.

지휘관은 오전 내내 이어진 회의 탓에 이미 허기진 상태였다.

도시락을 받아 든 지휘관은 루시아와 함께 근처에 있는 장의자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게요. 최근 발생한 여러 사고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폭우로 인해 산 근처 몇몇 건물들이 무너지고, 구조 작업하던 분들도 비 맞고 앓아누우셨잖아요.

게다가 떠돌아다니던 침식체들의 습격도 있었어요… 이후에도 이주 주민들이 있을까요?

지휘관은 밥을 먹으면서 루시아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혹시 실망하셨나요?

간만의 휴가였는데, 연장 근무하시게 됐잖아요.

괜찮아요. 일이 끝나면, 남은 며칠이라도 함께 할 수 있을 거예요.

며칠 후 보육 구역에서 열리는 여름 축제가 기대되네요.

지휘관님, 수영복은 준비하셨어요? 방금 말씀하신 해변 활동은 전부 수영복이 필요해요.

그때, 단말기에서 통신 알림음이 울렸고, 지휘관은 화면을 열어 확인했다.

임무에 관한 연락인가요?

지휘관은 남은 음식을 한입에 털어 넣고 일어났다.

지휘관이 떠나자, 루시아는 조용히 도시락을 받아 들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한낮의 햇살이 느긋하게 내려앉은 오후. 오전 내내 일한 사람들은 하나둘 휴식에 들어갔고, 마을은 조용한 평온 속에 잠겼다.

루시아는 조용한 거리를 따라 거처 쪽으로 이동했다.

평소 다니던 길이 오늘은 건축 자재로 막혀 있어, 어쩔 수 없이 다른 길로 우회해야 했다.

그러다 예상 밖의 가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신생 세계 잠수용품 회사"?

비록 이름은 "회사"였지만, 규모로 보아선 그냥 작은 "가게"에 가까웠다.

가게 내부는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고, 한쪽 벽엔 서핑보드와 튜브 같은 해변 용품이, 다른 한쪽엔 다양한 디자인의 수영복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가게 한가운데엔 조금 낡은 삼각 사다리가 놓여 있었고, 한 붉은 머리 소녀가 사다리 위에서 발끝을 든 채, 조명을 바꾸며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헤... 끙차...

하지만 사다리는 높이가 모자랐고, 소녀의 손은 끝내 조명에 닿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헤...

아미나가 움직일 때마다, 삼각형 사다리가 삐걱거렸다.

광휘군한테 도와달라고 할 걸... 으... 으앗!

그때, 삼각형 사다리 연결 부위가 끊어지며 소녀가 아래로 떨어졌다.

위험해요!

루시아는 망설임 없이 가게 안으로 뛰어 들어가, 떨어지는 붉은 머리 소녀를 받아냈다.

그리고 동시에, 평범하지 않은 무게감과 촉감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기계체?)

붉은 머리 소녀는 몸을 일으켜 옷매무새를 정돈하고는 환하게 웃었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저는 장난감 상인, 아미나라고 해요.

보시다시피 지금은 신생 세계 잠수용품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 전 루시아예요.

오! 루시아! 나나미 님이 말씀해 주신 그 루시아 맞으시죠?

흥분한 아미나는 루시아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그녀를 관찰했다.

음음~ 확실히 보기 드문 미소녀시네요.

올해 수영복은 장만하셨어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루시아는 뭔가 이상한 흐름에 휘말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직이요...

사실 구조체는 수영복이 필요 없어요.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던 루시아는 문득 예전에 본 여름용 코팅들이 떠올랐다. 아우 기체도 여름 코팅이 있었다.

굳이... 없어도 되겠죠?

정말... 없어도 괜찮을까요?

루시아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결정했어요! 루시아에게 수영복 하나 선물로 드릴게요!

...네?

광고용이에요! 홍보용!

저희 같은 신생 회사는 이런 홍보 전략이 필요하거든요.

그리고 아까 도와주신 것도 있으니까요~ 일종의 보답이죠!

수다스럽게 설명을 이어가던 아미나는 파란 수영복을 입은 마네킹 하나를 들고나왔다.

이건 청수전의 전설을 바탕으로 만든 해월 여신 수영복이에요!

해월 여신이요?

네! 전설에 따르면, 해월 여신은 물 위에 핀 네잎클로버와 함께 나타난대요!

그 네잎클로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음... 사실 저도 기억은 잘 안 나요. 사업하느라 워낙 정신이 없다 보니 자꾸 까먹네요~

어쨌든! 이 수영복 한 번 입어보세요!

의상 교체 후.

너무, 너무 예뻐요!

역시 제 안목은 틀리지 않았어요. 루시아에게 정말 잘 어울려요!

엄청 비싼 건 아니겠죠?...

혹시 주변에 "이 수영복을 입고 함께 여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네, 있어요.

그럼 됐어요.

그 사람이랑 함께라면, 루시아는 분명 행복할 거예요.

지금 이 세상에 제일 부족한 게 뭔지 아세요? 바로, 행복이에요!

그러니 파이팅이에요! 루시아!

해변에서 불어온 습기 어린 바람이 마을 절반을 뒤덮었고, 매미 울음소리는 빗소리처럼 끊임없이 퍼져갔다.

모든 일이 끝난 여름휴가의 마지막 날, 지휘관과 루시아는 함께 청수전의 시장을 찾아갔다.

저거! 저 사탕 먹고 싶어요!

그래그래, 알았어. 사줄게.

어라, 원 어르신도 나오셨네. 빨리 가자, 또 붙잡혀서 여신 얘기 듣게 생겼어.

참 좋은 어르신인데, 사람만 보면 전설 이야기부터 시작하시는 게 문제야.

그러게. 예전에 부인분이 그 얘기를 참 좋아하셨다더라. 지금도 그 기억에서 못 벗어나신 건지도…

금붕어 잡고 가세요~

시장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정말 활기찬 곳이네요.

불꽃놀이요?

루시아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마지막 불꽃놀이는… 카타니아에서 본 게 끝이네요.

모닥불, 노래와 춤, 축제의 열기... 루시아는 카타니아의 그 밤이 아직도 생생했다.

여기도 바다 옆 섬이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다른 것 같아요.

열정적이고 자유분방한 카타니아에 비해 청수전은 좀 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두 사람은 함께 시장을 거닐었다. 상인들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곳곳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어우러져 시장 전체가 시끌벅적했다.

길가에 늘어선 작은 노점에는 처음 보는 음식들이 가득했고, 그중 몇 개가 루시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젊은이~ 사과 사탕 한 번 먹어봐.

사과 사탕이요?

여름 축제에 빠질 수 없는 별미니까 맛 좀 보고 가.

루시아가 사과 사탕을 주문하자, 사장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사과를 작게 잘라 종이 박스에 담고, 고운 설탕 가루를 뿌려주었다.

루시아는 이쑤시개로 사과 사탕 하나를 집어 지휘관 앞으로 내밀었다.

지휘관님도 드셔보세요.

사과의 상큼한 과육과 달콤한 설탕 코팅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색다른 풍미를 선사했다.

루시아도 사과 사탕 하나를 자신의 입에 넣었다.

엄청 다네요.

시장의 다양한 간식들을 이것저것 맛보다 보니 금방 배가 불렀다.

루시아는 단순히 먹기만 하지 않고, 노점 사장들에게 조리법을 물어보며, 그 내용들을 꼼꼼히 받아 적었다.

지휘관님, 혹시 나중에 이 음식들이 생각나시면… 제가 한 번 만들어 볼게요.

그러고 보니 전에, 아미나라는 기계체 상인한테서 "물 위의 네잎클로버" 이야기를 들었어요.

네. 아미나가 나나미 이름을 얘기한 걸 보면, 아마 친구인 듯 해요.

청수전에 해월 여신이라는 전설이 있대요. 아미나는 그 여신이 물 위의 네잎클로버와 함께 나타난다고 했어요.

잠깐, 혹시 해월 여신이라고 했나?

옆에 있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대화에 불쑥 끼어들었다.

갑작스레 끼어들어 미안하네. 요즘은 해월 여신이란 단어를 듣기가 드물어져서 말이지.

모습을 보니, 자네들은 공중정원 쪽에서 온 것 같군. 나는 원이라 하오.

어르신, 해월 여신에 대해 알고 계세요?

그럼 알다마다. 해월 여신은 청수전의 수호신이라는 전설이 있어.

원래는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별들 사이에서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실수로 이 땅에 떨어졌다고 해.

조용한 밤이면 바닷가에 모습을 드러내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린다지. 그 눈물이 바다를 푸르게 물들이고, 그 위에 네잎클로버가 피어난다고 하더군.

마음씨 착한 해월 여신은 남들이 자신처럼 이별의 고통을 겪는 걸 원치 않았어. 그래서 가족이나 친구, 연인 사이의 소중한 마음을 지켜준다고 전해져.

옛날에는 청수전 사람들이 해월 여신에게 기도하면, 해월 여신이 그 소원들을 들어줬다고 하는데, 지금은...

...지금은, 뭐.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아.

과거 대부분의 청수전 사람들은 이렇게만 알고 있어.

"대부분"이요?

그럼, 다른 이야기도 있다는 말씀인가요?

잘 알려지지 않은 후속 이야기가 하나 있지.

전해지기로는, 푸른 바다를 본 해월 여신의 연인이, 그 바다가 여신의 눈물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해. 그래서 망설임 없이 별들 사이를 뚫고, 그녀에게 가기 위해 이 땅으로 몸을 던졌지.

그렇게 인간 세상에 도착한 그는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끝내 모래사장에 쓰러졌어.

그다음은요?

그 후, 해월 여신이 그를 찾아냈고, 자신의 연인을 등에 업은 채 밤안개 속으로 사라졌다고 해.

내가 아는 건 이게 전부야. 이 늙은이의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네.

하하, 그럼 난 이만 물러가지.

젊은이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겨.

노인은 그렇게 말한 후,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멀어져 갔다.

해월 여신... 정말 마음씨 따뜻한 여신이었네요.

기회가 된다면, 물 위의 네잎클로버를 직접 보고 싶어요.

그 순간, 무언가가 루시아의 뺨에 조용히 떨어졌다.

지휘관이 손을 뻗어 루시아 대신 그것을 닦아주었다.

여름비는 무례한 손님처럼 예고도 없이 찾아와, 섬 위를 조용히 적시며 시장의 시끌벅적함을 지워갔다.

또 비야... 오늘만 벌써 몇 번째인지.

구름 보니까 곧 더 쏟아질 것 같아. 빨리 돌아가자.

숲 사이로 스치는 바람 소리에 사람들의 불평과 투덜거림이 섞여 들었다. 시장의 소음은 점점 커져갔고, 상인들은 하나둘씩 물건을 정리하고 자리를 떴다.

저희도 이제 돌아가요.

루시아의 말투에는 아쉬움이 묻어있었다.

불꽃놀이도 봤으면 좋았을 텐데…

거처로 돌아온 뒤, 샤워를 마치고 나와 보니 밖은 이제 거의 "폭우"라 해도 될 정도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방 안에서 루시아와 함께 조용히 카드 놀이를 하며, 비 오는 밤을 느끼는 것도 나름대로 운치 있었다.

루시아는 자주 창밖을 바라보며, 뭔가 신경 쓰이는 듯한 눈치였다.

저...

루시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말을 바꾸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밤이 깊어지자, 창밖의 빗소리가 조금 잦아들었다. 처마 끝에서 빗방울이 파이프와 철판을 두드리며 간간이 부딪히는 소리가 고요한 밤공기를 타고 멀리 퍼져 나갔다.

지휘관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희미한 불빛 속에서 촉촉한 흙 내음을 들이마셨다. 이제 비가 완전히 그친 듯했다.

파란색 수영복 차림의 루시아가 지휘관의 방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릴지 말지 망설이고 있었다.

(지휘관님... 벌써 주무셨을까?...)

그녀는 천천히 손을 내리고, 자신의 옷차림을 내려다보며, 다소 충동적인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낮에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그 순간, 루시아의 머릿속에 며칠 전 마주쳤던 아미나의 말이 떠올랐다.

그러니 파이팅이에요! 루시아!

젊은이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겨.

루시아는 문을 두드릴 각오로 다시 한번 손을 들었다.

바로 그 순간, 문이 먼저 열렸다.

사실, 지휘관은 좀처럼 잠에 들지 못하고 있었다.

방금 루시아가 무언가 말하고 싶어 하던 표정이 떠올라,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한참 망설이던 지휘관은 결국 나가보기로 했다.

그래. 그냥 목말라서 물 좀 마시려는 것뿐이야.

어색한 변명으로 자신의 복잡한 마음을 감추며 문을 열었을 땐, 뜻밖의 모습이 눈앞에 서 있었다.

아...

루시아는 여전히 수영복 차림으로 문 앞에 서 있었고, 꽤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했다.

갑자기 문이 열릴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지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루시아의 어깨로 내려앉은 달빛이 은은하고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아... 안녕하세요. 지휘관님!

루시아는 많이 당황했는지 목소리 톤마저 달라졌다.

지휘관 역시 자신도 모르게 인사를 건넸다.

짧은 인사 후,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오랜 시간 끝에, 마침내 루시아가 입을 열었다.

지휘관님. 나가서 좀 걸으실래요?

지휘관은 수영복을 입은 루시아를 본 순간, 낮에 들었던 여신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 수영복은 실제 해월 여신의 모습을 참고해서 디자인한 거래요.

저한테... 어울리나요?

루시아는 지휘관의 대답이 만족스러운 듯,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휘관님, 나가서 좀 걸으실래요?

루시아는 수영복을 내려다보며 자신 없는 목소리로 물어왔다.

역시 이런 복장은...

그런가요?

그 말에 루시아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지휘관님, 나가서 좀 걸으실래요?

둘은 함께 해변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등 뒤로는 도시의 불빛이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아미나 기억나세요? 아미나가 운영하는 가게... 아니, 그 회사는 잠수용품을 판매하는 곳이었어요.

지휘관님도 여름에 어울리는 복장이 필요하다고 하셨잖아요.

이번 휴가는... 지휘관님과 함께 해변에서 보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수상 배구도 따로 배웠고요.

어쩔 수 없죠.

이렇게 지휘관님과 산책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요.

그 순간, 조용히 밀려든 파도가 모래사장을 스쳤고, 그 위로 희미한 푸른 빛이 스며 나왔다.

지휘관님, 이것 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