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아래
>깊은 여름. 이 해상 도시, 청수전에는 매미 소리가 여름의 율시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맑은 하늘엔 노을 구름이 번지고, 따뜻한 바람이 도시를 살며시 스쳐 지나간다.
지휘관은 해변 근처 광장에서 공중 정원의 수송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전, 청수전 보육 구역 재건을 지원하라는 명령을 받고 이곳에 오게 되었다.
루시아, 리, 리브는 이번 임무에 동행하지 않고 공중 정원에 남기로 했다.
그리고 어제 통신을 통해 카레니나가 정비 부대 대표로 오늘 도착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받았다.
모든 일은 이틀 전 임무에서부터 시작됐다.
최근 고생이 많았다. 한동안 제대로 못 쉬었지?
이번 임무는 꽤 여유로울 거다. 일정대로라면 끝나고 나서 4~5일 정도 시간이 남을 텐데, 휴가라 생각하고 푹 쉬어.
너무 마음 놓진 말고, 그 전에 임무부터 잘 완수해.
...
사실 전부터 궁금했는데, 왜 항상 자네 주변에서만 예상 밖의 일이 터지는 거지?
젊은이라면 여름엔 바다로 가야지.
그럼, 지금부터 임무에 대해 설명하겠다.
목표 장소는 청수전이라는 보육 구역으로 섬에 자리 잡고 있다.
현장은 말 그대로 손도 못 댄 상태라, 전반적으로 재건이 시급해.
보육 구역의 재건을 돕는 동시에, 현지의 무장 방어력을 지도하는 게 이번 임무다.
난이도는 낮은 편이야, 세부 사항은 세리카가 설명해 줄 거다.
프로펠러의 공기를 가르는 소음이 하산 의장의 목소리를 덮었다.
멀리서 수송기가 날아와 광장에 천천히 착륙했다.
그러던 중, 지휘관은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수송기의 문이 열리자, 뜻밖의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름—휴—가—다!
활기찬 목소리만으로도 누가 왔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양손을 허리에 올린 나나미가 승리의 자세로 수송기 입구에 서 있었고, 그 뒤로는 하카마와 기계체 몇 대가 보였다.
와! 드디어 만났네, 지휘관?
나나미는 순식간에 수송기에서 내려 지휘관 앞으로 달려왔다.
왠지 엄청 엄청 엄청 오래간만에 지휘관을 보는 것 같아~!
나나미가 몰래 세리카 임무 일정표를 봤거든. 지휘관이 여기 있을 줄 알고 찾아왔지.
소중한 여름휴가인데, 지휘관은 나나미를 생각도 안 했나 보네!
하지만 나나미는 너그럽게~ 용서해 줄게!
바닷가에서 보내는 휴가니까, 이벤트들이 잔뜩 준비되어 있겠지?
바다, 해변, 온천, 여름밤의 담력 테스트... 앞으로 신나게 놀 게 아주아주 많다고!
정신없이 쏟아지는 나나미의 말에 지휘관은 잠시 어지러움을 느꼈다.
어?
어른들은 참 힘들구나.
그럼 나나미는 먼저 숙소를 알아볼게! 지휘관은 열심히 일해~!
그렇게 말한 나나미는 기계체들과 함께 마을 쪽으로 향했다.
하카마가 나나미 곁으로 다가가 몇 마디 나누더니, 이내 지휘관 쪽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입니다, 지휘관님.
지휘관은 나나미와 함께 온 기계체들을 가리키며, 그들이 누군지 하카마에게 물었다.
기계 교회 분들입니다.
익숙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자, 지휘관은 자신의 추측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나나미님께서 이걸 "단합 행사"라고 부르셨습니다.
어느새 다른 사람들은 시야에서 멀어졌다.
그럼,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카마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즐거운 휴가 보내십시오.
멀리서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나나미의 뒤로 모래 먼지가 일었다.
지—휘—관—!
나나미는 속도를 늦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갑자기 껑충 뛰어오르더니,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지휘관에게 돌진했다.
강한 충격으로 뒤로 굴렀지만, 나나미가 힘 조절을 잘해서 아프지는 않았다.
이건 지휘관에게 주는 사랑의 포옹이야!
나나미는 지금 지휘관에게 햇빛 에너지를 충전해 주는 중이거든!
이러면 지휘관도 힘내서 일할 수 있겠지?
임무 끝나면 우리 제대로 축하하자! 나나미가 아주~ 큰 케이크를 준비해 놓을게!
그럼, 이후에 봐!
그렇게 나나미는 또다시 시야에서 사라졌다.
멀리서 세르반테스가 모자를 살짝 들어 인사를 건넸고, 지휘관도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하지만 그 옆, 흑백 머리의 여성 기계체가 지휘관을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곧이어 네빌이 강철 주먹으로 그녀의 머리를 꽝하고 내려쳤다. 지휘관은 그녀의 머리 위로 별이 도는 게 보이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네빌은 그녀의 목덜미를 잡고 데려가며 말했다.
휴가 기간에는 이상한 생각 하지 마.
제로, 여름에 어울리는 노래 하나 틀어줘.
여성 기계체의 몸에서 음악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몸 안에 음악 재생 모듈이 탑재되어 있는 것 같았다.
바다, 모래사장... 그럼 수영복, 서프보드, 튜브도 필요하겠네요.
여기에 물놀이용품 회사 차리면, 대박 나지 않을까요?
지휘관은 멀어져 가는 뒷모습들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기계 교회에도 인재가 많구나.
그때, 멀리서 다시 한번 수송기 소리가 들려왔다.
수송기가 착륙하고, 천천히 문이 열렸다.
바—다—다—!
또 한 번 예상 밖의 인물이 등장했다.
지휘관님도 여기 계셨네요.
포뢰의 인기 레이더가, 포뢰가 너무 오랫동안 등장하지 않았대요.
계속 이러다간 인기가 점점 떨어질 텐데…
구룡 아이돌이 길바닥에 나앉는 최후를 맞이해선 안 돼죠!
그건 절대로 안 돼요!
포뢰는 인기 랭킹 1위가 되어야만 해요!
헤헤, 사실은 여름휴가예요.
곡 님께서 고생한 저희를 위해 특별히 휴양지로 적합한 곳을 찾으러 온 거예요.
하산과 원격 회의를 마친 후, 네가 어디에 있는지 잠깐 물어본 것뿐이야.
곡이 수송기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그 뒤로 함영, 조풍, 카이사이 등 인물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기계 교회 쪽에서도 지휘관님이 이곳에 와 계시다는걸 알게 됐어요.
잔잔했던 여름날에 약간의 소란이 더해졌지만,
그것 또한 생동감 있는 여름의 일부였다.
두 번째 손님들을 배웅한 뒤, 수송기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곧, 카레니나가 수송기 문에서 걸어 나왔다.
2시간이나 늦어버리다니… 진짜 말도 안 돼.
카레니나가 뒤쪽을 가리켰다.
직접 봐.
고마워요, 카레니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같은 방향이었어.
음... 정비 부대 쪽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난 먼저 가볼게. 너희끼리 얘기해.
카레니나가 급히 자리를 떠났다.
리와 리브가 제 업무 일부를 분담해 줬어요. 다들 지휘관님이 걱정되는지, 저더러 지휘관님과 함께 이번 임무를 수행하라고 하네요.
하산 의장님께 신청서를 제출했더니, 비록 2시간 늦긴 했지만, 이번 항공편에 탑승하게 해주셨어요.
다들 지휘관님께 서프라이즈를 선물해 주고 싶어 했거든요.
지휘관님, 이번 여름은 저희 다 함께 보내요.
따뜻한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그 한 줄기 바람엔, 사람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온기가 실려 있었다.
훗날에도 여름은 찾아오겠지만, 이번 여름처럼 맑고 푸른, 따뜻한 순간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며칠 후.
다음은, 이 문서예요.
이제 거의 다 끝나가요, 지휘관님.
며칠 뒤에 보육 구역에서 여름 축제가 열린대요. 같이 가실래요?
그 순간, 단말기에서 통신 알림이 울렸다. 발신인이 세리카임을 확인한 지휘관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휴가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유감스럽게도 임시 임무예요.
음... 간단히 말씀드릴게요.
임무는 두 개예요. 하나는 목표 지점이 청수전 사립학원이고,
다른 하나는... 보육 구역 방어 시설 최적화 작업이에요.
자세한 임무 브리핑은 지휘관님의 단말기로 전송해 뒀어요. 궁금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그럼, 더는 방해하지 않을게요.
어쨌든… 죄송하고, 또 죄송해요!
세리카는 말을 마치자마자 재빠르게 통신을 종료했다.
메일함을 열자, 두 개의 임무 브리핑이 도착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