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눈부신 태양이 한낮의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교외에는 13가문이 설치한 소형 여과 시설과 보루군이 다중 방어선을 이루며, 바다의 퍼니싱을 막아내고 있었다. 이곳이 바로 카타니아에서 일컫는 "연방 구역"이었다.
연방 구역의 삼엄한 경계를 지나자, 뒤편의 살벌한 분위기와는 정반대인 고풍스러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얀 벽돌과 기와로 지어진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산길을 따라 늘어서 있었다. 카타니아 특유의 낭만과 열정은 이곳에서 직접 눈으로 마주해야만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꽃이 가득한 거리, 사랑의 글귀가 새겨진 높은 벽... 이 작은 세상의 구석구석에는 저마다의 아름다운 전설이 깃들어 있는 듯했다.
지휘관이 루시아와 함께 푸른 돌길을 따라 걷자, 자전거를 탄 아이들이 휘파람과 함께 모자를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사람들은 한가로이 발코니에서 일광욕을 즐기다가, 화려한 옷차림의 지휘관과 루시아가 처마 밑을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너도나도 꽃바구니를 들고나와 꽃잎을 뿌려주었다.
결혼 축하해요!
맘마미아, 아름다운 아가씨, 결혼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모두 감사해요.
사람들의 진심 어린 환호 속에서, 두 사람은 꽃잎으로 수 놓인 길을 따라 마을 중심 광장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곧이어 지하로 이어진 반원형 극장이 눈에 들어왔다.
중앙 무대는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은 거대한 바위 같았고, 그 주위로 백여 미터 너비의 좌석들이 파도처럼 늘어서 있었다.
로라여, 그대는 봄꽃처럼 아름답고, 그 눈길은 밤하늘의 별처럼 다정하구나!
한 노인이 그늘진 구석에 앉아, 고저를 살려가며 노랫말을 읊조리고 있었다.
지휘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뒤편에서 갑작스레 종소리가 울렸고, 좌석 위에서 쉬고 있던 흰 비둘기 떼가 놀라 날아올랐다.
그리고 곧이어 두 번째, 세 번째 종소리가 이어졌다.
상인들도, 파라솔 아래 누워 있던 귀부인도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동쪽을 향해 두 손을 모았다. 그들은 눈을 감고 무언가를 조용히 읊조렸다.
마을은 순식간에 경건한 분위기에 잠겼고, 그 순간에는 시간마저 종소리 속에 멈춰 선 듯했다.
열, 열하나, 열둘...
열두 번째 종소리가 울리자, 세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자연스럽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지휘관님, 방금 그건... 12시를 알리는 종소리였어요.
그 말에 지휘관은 루시아의 시선을 따라 광장 뒤편의 종탑을 바라보았다.
성채처럼 우뚝 솟은 모래빛 종탑 위의 시곗바늘이 정확히 "XII"를 가리키고 있었다.
호호호, 그것만이 아닙니다.
결혼식이 12시 전에 끝나지 않으면, 신랑과 신부는 악마의 저주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고,
그럼 그들은 영원히 카타니아에서 추방되어, 고향 땅을 다시는 밟을 수 없게 되죠. 이는 전쟁 속에서도 카타니아 사람들이 수 세기 동안 엄격히 지켜온 신조예요.
노인은 지휘관과 루시아의 대화를 들은 듯, 때맞춰 대화에 끼어들었다.
안녕하세요, 대자녀님, 신부님. 저는 이 바쿠스 극장의 관장입니다.
안녕하세요.
성찬주를 받으러 오셨다고 대모님께 들었어요.
부탁이라뇨? 호호호, 술 창고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두 분이 직접 오래전부터 전해져온 의식을 치르셔야 해요.
전통 의식이요?
저를 따라오시죠.
노인은 돌아서서 아래쪽 무대로 향했다.
공중정원에서 오신 귀빈 여러분, 지금 서 계신 이 극장은 무려 2,000년이 넘는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극장 안에 백발 예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벽 너머로는 시끌벅적한 마을이 있었고, 어쩌면 수백 년, 수천 년 전에도 카타니아의 도시 풍경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었다.
술은 농업의 풍요로움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사람을 환각에 빠뜨리는 묘약이기도 하죠. 아주 오래전, 도시 국가 시대부터 카타니아에는 "주신제"라는 전통이 이어져 왔습니다.
선조들은 주신이 내린 환락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이 제단을 세웠고, 수확 철이 되면 마을 주민들이 이곳에 모여, 마음껏 노래하고 춤추며 잔치를 벌였답니다.
그리고 이런 독특한 제사 의식은 연극의 기원이 되었어요.
노인은 무대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석조 흉상을 가리켰다. 그 흉상은 익살스럽고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그의 곱슬머리는 포도송이 모양으로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그래서 주신 바쿠스는 연극의 권능도 다스리게 되었죠. 그렇기에 축복을 받고 싶다면, 무대 위에서 그분을 즐겁게 해드려야 합니다.
이쪽으로 나와주세요.
관장의 안내에 따라, 지휘관은 루시아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석상 바로 아래에는 고풍스러운 문양이 새겨진 돌벽이 있었으며, 그 표면에는 현대 문자가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이는 후대에 가공된 것이 틀림없었다.
손을 뻗어, 함께 이곳을 눌러주세요.
그러자 루시아도 오른손을 뻗어, 지휘관의 손등에 얹었다.
돌벽에 새겨진 의식의 노래를 함께 읊어주세요.
지휘관이 루시아를 바라보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노래를 읊기 시작했다.
먼 절벽 사이에서, 나는 바쿠스를 보았노라.
둘의 낭송이 이어지자, 돌벽의 틈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왔고, 그 안에서 희미한 신호가 들려왔다.
수신인 님프와 파우누스인 사티로스가 귀를 쫑긋 세우고, 주의 깊게 듣고 있으니.
바쿠스가 영혼을 가득 채워, 광희에 취해 미칠 듯하였노라.
그 순간, 눈 부신 빛이 모든 것을 새하얗게 덮어버렸다.
>>>>>바쿠스 극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의식 모형을 불러오는 중<<<<<
>>>>>시나리오 매칭 중<<<<<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로딩 중<<<<<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곧이어 감각이 서서히 돌아오면서, 짙은 녹슨 쇳내가 코끝을 찔렀다.
지휘관이 손발을 움직이려 하자, 무거운 쇠사슬이 덜컹이며 울렸고, 자신이 어둠 속에 매달려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오르페우스여, 내 약속하노니 그대의 애인을 풀어주어 <M>그</M><W>그녀</W>를 나의 저승에서 데려가게 하리라.
어둠 속에서 불현듯 음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두 가지 조건을 걸겠다. 그대가 <M>애인</M><W>애인</W>과 함께 저승을 나가기 전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아선 안 되며, 날개를 펴고 날아서도 안 된다. 이에 따르지 않으면, 그대의 애인은 영원히 이승으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
그리고 에우리디케 너는 저승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절대로 목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네 애인이 너를 대신해 죽음의 대가를 치를 것이다.
기괴한 목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졌다. 상대방의 말로 미루어 보아, 지휘관은 저승에 갇힌 "에우리디케"의 역을 맡은 듯했다.
이때, 손발을 묶고 있던 쇠사슬이 갑자기 끊어졌고, 지휘관은 얼어붙을 듯한 초원 위로 떨어졌다.
지휘관님이신가요?
곧이어 어둠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공연"에 대해서 자세히는 알지 못했지만, 함부로 규칙을 어기면 위험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에 지휘관은 손뼉을 쳐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다치신 곳은 없으세요? 괜찮으시다면 손뼉을 두 번 쳐서 알려주세요.
지휘관님!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제가 꼭 이곳에서 나가게 해드릴게요.
괜찮으시다니 다행이에요.
바로 그때, "탁"하는 소리와 함께 밝은 불꽃이 어둠을 밝혔다.
이곳이 너무 어두워서요. 지휘관님, 제 손을 잡아주세요. 그래야 마음이 좀 놓일 것 같아요.
루시아의 희미한 실루엣이 불빛 속에 드러났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지휘관은 따뜻하게 감싸오는 손길에 안도감을 느꼈다.
루시아는 왼손으로 기체 불꽃을 유지하며 등불처럼 앞을 비추었고, 지휘관과 함께 어둠 속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둠이 짙게 깔린 그곳에는 섬뜩한 울음소리가 사방을 에워쌌다.
지휘관과 루시아는 침묵 속에서 계속 전진했다. 걸음을 옮길수록 초원은 더욱더 질척거렸고, 마침내 둘은 비린내 나는 끈적한 늪지에 다다랐다.
옆 진흙탕에서는 괴이한 꾸르륵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왔고, 칠흑 속엔 정체불명의 그림자들이 아른거렸다.
그러던 그때, 측면에 숨어있던 그림자가 루시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지휘관이 팔에 힘을 주자, 이를 감지한 루시아가 몸을 틀어 공격을 피했다.
!!
쉬이익!!!
곧이어 화염검이 번뜩이며 그림자를 꿰뚫었다. 검은 액체가 사방으로 튀었고, 그림자는 비명을 내지르며 사라졌다.
!!
처절한 비명이 사방에 메아리치고, 진흙탕에서 거센 물결이 몰아치며, 무수한 그림자가 쏟아져 나왔다.
탁한 물결이 거세게 몰아치는 가운데, 한 그림자가 지휘관을 향해 돌진해 왔다.
크아악!!
지휘관이 방아쇠를 당겨, 적의 머리를 정확히 명중시켰다.
지휘관님, 꽉 잡으세요.
둘은 옆에서 쏟아지는 공격을 연달아 막아내며, 성큼성큼 앞으로 내달렸다.
그때, 어둠 너머에서 사각형의 희미한 빛이 비쳤다. 발걸음을 옮길수록, 그 빛은 점점 커져만 갔다.
출구에 다 왔어요!
바로 그때, 앞쪽에서 그림자들이 파도처럼 몰려오며 길을 가로막았다.
비켜!
불타오르는 루시아의 화염검이 진흙 파도와 부딪히는 순간, 그녀의 검날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았다.
!!!!
화염이 눈앞에서 폭발하듯 터지며, 뜨거운 진흙이 사방에 비처럼 튀었다.
진동하는 공간, 불길은 어둠을 뚫고 길을 열었다.
출구처럼 보이는 커다란 문이 지휘관과 루시아 코앞에 있었다.
루시아!
루시아!
그때, 지휘관 자신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이건… 내가 한 말이 아니야.
지휘관님?!
루시아가 지휘관 못지않게 놀란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하하하, 결국 규칙을 어기고 말았구나, 오르페우스여.
순간, 섬뜩한 팔이 지휘관의 왼쪽 다리를 움켜쥐었다.
약속대로 네 애인의 영혼을 거두어 가겠다!
곧이어 어떤 강렬한 힘이 오른쪽 다리와 양팔에 달라붙어 지휘관을 끌어당겼다.
지휘관님!!
루시아는 안간힘을 다해 손을 붙잡았지만,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힘 앞에 점점 손이 벌어졌다.
결국 손이 떨어졌고, 지휘관은 그대로 뒤로 빨려들듯이 출구의 빛에서 멀어져갔다.
혼란 속에서 지휘관은 계속 손목을 비틀어보았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선 아무 소용도 없었다.
!!
바로 그때, 불길에 휩싸인 유성이 솟아올라, 끝없는 혼돈을 뚫고 지휘관을 향해 날아왔다.
지휘관님, 돌려줘!
쾅.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 속, 맹렬한 화염이 팔들을 꿰뚫고, 끝없이 이어진 밤하늘마저 갈라버렸다.
순식간에 공간에 금이 가더니, 붉은 균열이 하늘을 뒤덮었다. 붉은빛은 해일처럼 퍼지며 얼어붙은 폐허를 삼키려 했다.
루시아는 허공에서 지휘관을 끌어안듯 받아냈다.
>>>>>돌발 상황 감지<<<<<
>>>>>공연 종료,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휘관이 눈을 뜨자, 오후의 햇살이 따뜻하게 피부를 어루만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과 루시아는 여전히 낡은 무대 위에 서 있었다.
지휘관님, 괜찮으세요?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루시아는 지휘관의 팔을 잡고 이곳저곳 살피기 시작했다.
다행이에요...
마치 오랜 시간 헤어진 후 다시 만난 것처럼, 루시아는 안도한 표정으로 지휘관의 손을 꼭 잡았다.
호호호, 보아하니 두 분께서 주신의 마음을 얻으신 듯하네요. 보세요, 신께서 술 창고의 문을 활짝 열어주셨답니다.
그제야 지휘관은 조각상 아래의 벽이 열려, 안쪽에 붉은 공간이 펼쳐진 것을 알아차렸다.
AI 연출 시스템 "바쿠스"입니다. 어떠셨나요?
이 시스템의 클리어 조건이 이상해요. 우리가 규칙을 어겼는데, 무대를 파괴하니까 공연이 끝나네요.
호호호, 연극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리듬으로 진행되진 않죠. 사람들은 3천 년이라는 시간을 들여서야, 진정한 살로메를 연출해 낼 수 있었답니다.
바쿠스는 진부한 이야기보다, 두 분만의 공연을 보길 원했나 보네요.
곧이어 관장이 술 창고 안쪽에서 손짓했다.
들어오세요. 이곳의 술 향을 맡아본 지도 꽤 오래됐네요.
지휘관과 루시아는 관장을 따라 붉은 점토 벽돌로 된 술 창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윽한 향이 감도는 지하실에는 참나무 술통과 와인병들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고, 그 광경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어디 보자... 아, 여기 있네요.
지휘관과 루시아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노인은 정교한 문양이 새겨진 술병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건 최상급 "피에몬테" 와인입니다. 과거에는 나폴리의 귀족들만 맛볼 수 있었죠.
대모님께서 이 술을 두 분에게 전하라 하셨어요. 주신 바쿠스의 축복이 두 분의 결혼에 영원히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으셨죠.
감사해요.
호호호, 생각해 보니 이 술은 대부님께서 직접 제게 주신 거네요. 그분은 결국, 그 아이의 결혼식을 보지 못하고 떠나셨지요....
노인이 지휘관과 루시아의 따스한 미소를 바라보며, 옛 기억에 잠긴 듯 말을 꺼냈다.
두 분은 육로로 가실 예정인가요? 괜찮으시다면 제가 배로 모셔다드릴게요. 카타니아의 특별한 매력을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호호호, 천만에요. 이 섬에서 결혼식이 열린 것도 오래간만인데, 신랑 신부와 함께하다니, 제가 더 영광이지요.
루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창공에 빛난 별, 물 위에 어리어~{226|153|170}
붉은 노을이 짙은 구름 사이로 스며들며, 수면 위에 비쳤다.
곤돌라 한 척이 천천히 물살을 가르며, 푸른 하늘과 물이 어우러진 그림 속으로 들어갔다.
바람은 고요히 불어오누나~{226|153|170}
지휘관과 루시아는 배 앞쪽에 앉았고, 노인은 뒤편에서 노를 살살 저으며 흥겹게 노래를 불렀다.
고요한 적막 속, 배는 잔잔한 물결 위를 천천히 나아갔다.
지휘관님, 여기는 백조가 정말 많네요.
노인이 지휘관의 진짜 신분을 알아채지 못하게, 루시아가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
배 주변으로 더 많은 백조가 모여들며, 새하얀 깃털들이 부드러운 소용돌이를 이뤘다.
백조들이 전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네요.
루시아가 옆에 있는 백조를 향해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동작을 멈추고 미소 지었다.
손가락이 살짝 닿자, 백조는 루시아의 손길을 받아들이며, 고개를 숙여 낮은 소리로 울었다.
"웃어봐"... 이 말을 기억하시나요?
오래전 기억이 떠오른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휴,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제 노래 부르는 것도 힘드네.
노인은 노래를 마치고, 배 뒤편에서 만족스러운 듯 숨을 고르며 말했다.
방금 부르신 노래 무척 감미롭던데, 혹시 민요인가요?
호호호, 네. 이 노래가 바로 <산타 루키아>죠!
<산타 루키아>요?
카타니아에 사는 아가씨라면 다 아는 사랑 노래입니다. 한 번 배워보시겠어요?
노래를요? 제가요…?
갑작스러운 제안에 루시아는 조금 망설였다.
그녀는 의견을 묻듯 지휘관을 바라봤다.
그, 그러면...
그, 그렇게 부담스럽진 않아요.
전설에 의하면, 이 노래는 성녀 루키아가 카타니아로 향하는 길에 작곡했다고 합니다. 이 곡은 애인의 평안과 건강을 바라는 의미도 있지요.
노래에 담긴 의미를 듣자, 루시아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제게 가사를 알려 주시겠어요?
저도 [player name]에게 축복을 전하고 싶어요.
{226|153|170}아름다운 동산, 행복의 나폴리{226|153|170}
{226|153|170}산과 들, 초목들이 우릴 기다리누나{226|153|170}
{226|153|170}내 배는 바람을 타고 바다를 지난다{226|153|170}
{226|153|170}산타 루키아, 산타 루키아{226|153|170}
휴...
실수하진 않았겠죠?
그, 그런가요? 아마도... 지휘관님 앞이다 보니 긴장했나 봐요.
노랫소리가 수면 위로 퍼져나가며, 금빛 물결이 반짝였다. 루시아의 진심이 담긴 음색에 풍경도 빛나는 듯했다.
그때 갑자기 수면위로 안개가 피어오르며, 하늘 끝에 걸린 먹구름이 작은 배 위로 다가왔다.
쏴아.
잠시 후,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며 고요함을 깨트렸다.
호호호, 저는 다행히 모자를 챙겨왔지요!
지휘관님, 우선 이걸로 가리세요.
지휘관이 당황하는 사이, 루시아가 다가와 면사포를 살며시 씌워주었다.
비에 젖으면, 감기 걸릴지도 몰라요.
루시아와 눈이 마주치자, 복숭아꽃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하얀 면사포 너머는 이미 빗소리에 잠겨 있었다.
따스한 숨결이 서로에게 닿았고, 희미한 안개 속에서 루시아의 뺨이 점점 붉어져 갔다.
둘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루시아는 문득 지휘관에게 들려주었던 전설이 떠올랐다.
성녀 루키아와 애인의 이야기 같네요.
루시아의 붉은 눈동자에는 지휘관의 모습이 빗속 풍경과 함께 반짝이고 있었다.
호호, 저곳이 바로 천상곶입니다.
비 내리는 하늘 아래 솟은 절벽, 그 모습은 마치 성녀 루키아의 조각상 같았다.
맞아요. 천상곶에 오르면, 카타니아의 새벽 햇살을 가장 먼저 맞이할 수 있죠.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일출을 보러 가보세요.
네, 그럴게요.
루시아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지휘관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가 잦아들고, 멀리 나루터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일이면 지휘관님과 결혼식을 치르게 되네요.
벌써부터 기다려져요. 내일이 얼른 밝았으면 좋겠어요.
자작하게 내리는 빗줄기처럼, 둘의 감정도 천천히 서로에게 스며들었다.
배가 나루터에 가까워질 즈음, 어디선가 다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 노래는 황혼의 하늘로 날아오르듯 울려 퍼졌고, 진심 어린 염원이 파도 위에 담겼다.
결국, 저택으로 돌아온 지휘관과 루시아는 올리비아의 안내를 받아 해변 전당으로 향했다.
결혼식은 천장이 없는 개방된 공간에서 진행될 예정이었고, 단상 뒤로는 복숭아꽃이 만개해 있었다.
그곳은 평평하고 트인 공간이었기에, 세 사람은 방어 병력 배치에 대해 의논했다.
그리고 나서는 내일 있을 결혼식 리허설이 이어졌다.
대모의 안내에 따라, 지휘관과 루시아는 손을 맞잡고 복숭아꽃이 흩날리는 단상에 올랐다.
그 후에는 서약을 읽고...
반지를 서로 주고받았다.
대략 이런 순서로 할 거야.
결혼식 마지막엔 뜨거운 키스를 해야 하는데, 그건 리허설이 필요 없을 것 같네.
......
그 순간, 루시아는 특정 단어에 반응하며 지휘관의 손을 꼭 쥐었다.
루시아의 눈동자에는 망설임인지 기대감인지 모를 어떤 감정이 어려 있었다.
내일 이 시간쯤이면, 나는 13가문의 해체를 공식 발표할 거야.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정오의 종소리가 울리기 전에 카타니아는 새롭게 태어나겠지.
황혼빛 지평선을 응시하던 올리비아의 눈빛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
너희의 결혼식이 순조롭기를 바랄게.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