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그만 쏴! 난 러셀 가문 사람이라고!
망할, 여기는 죄다 러셀 가문이라고. 네 대장이 누구야!
로, 로암스님이야!
쏴버려!
공장들 사이로 자욱한 연기가 피어올랐고, 무질서한 전투는 계속되고 있었다.
주여... 다, 다 한 가족인데, 그, 그만들 해!
로암스를 찾았다! 여기야! 어서 해치워!
멈추세요.
하늘에서 내려온 루시아는 순식간에 두 명의 가문 멤버를 검 등으로 제압했다. 주위엔 먼지가 피어올랐고, 치열하던 전투는 그녀의 등장과 함께 일순간 멎었다.
치열한 총격전을 벌이던 양측은 전장에 불현듯 나타난 루시아의 모습에 압도되어 일제히 동작을 멈췄다.
젠장, 저건 또 뭐야? 네 기도에 미카엘이 강림한 거야?
주여... 난, 난 모르는 자야!
제기랄, 감히 13가문 사람에게 손을 대다니, 다 같이 덤벼!
!!
빛 무늬 태도를 손에 쥔 루시아는 마치 눈부신 섬광처럼 전장을 가로질렀다.
뭣...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 적들이 속절없이 쓰러지며 비명을 질러댔다.
이런 **!
먼지가 가라앉기도 전에, 루시아는 레무스 러셀의 목에 칼을 겨누고 서 있었다.
멈춰! 우, 우리 대화로 해결하자고!
이 **들아, 못 들었어? 다들 무기 내려놔!
루시아가 대장을 제압하자, 주변에 있던 수십 명의 가문 일원들이 마지못해 무기를 거두었다.
주여... 너, 너희는 누구지?
주위를 둘러보니 그곳에는 험상궂은 가문 멤버들뿐이었다.
공중 정원에 대한 그들의 입장이 불분명한 지금, 지휘관은 자신의 실제 신분을 숨기기로 했다.
필요하다면 대자녀님의 신분을 밝히십시오. 카타니아에서는 그 신분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만약 "대모"라는 칭호가 프랭크의 말처럼 카타니아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졌다면...
"대자녀"라는 신분을 밝히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카드였다.
전장은 순간 얼어붙었고, 모든 사람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지휘관을 쳐다보고 있었다.
뭣...
주여. 당, 당신이 대모님의...
그럼, 당신이...
레무스 러셀의 질문에 루시아는 그의 목에 겨누었던 태도를 거두었다.
긴장이 풀린 레무스는 목덜미를 감싸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크흠... 사부이 가문의 여자들은 왜 이렇게 기가 센 거야.
......
대자녀님... 보시다시피 저희 가문에 작은 불화가 있었습니다. 제 멍청한 형님의 급한 성격 탓에, 이런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분, 분명히 네가...
대모님의 인자하신 명성은 익히 들어왔습니다. 저희를 대모님께 인도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대모님의 현명한 중재가 있다면, 러셀 가문의 상속 분쟁도 해결될 것이라 믿습니다.
지휘관의 등장은 레무스 러셀에게 잔혹한 내전 대신, 권력을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일깨워준 듯했다.
그리고 레무스 러셀의 표정에는 대모의 총애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그의 속셈이 뻔히 보였지만, 이런 분쟁으로 무고한 희생이 발생하는 것을 좌시할 수는 없었다.
대모 알현에 동행하는 것이 최적의 해결책이었다. 가문 내부의 문제에 직접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공장의 민간인을 구할 수 있고, 공중 정원의 대의와도 부합하는 선택이었다.
물론이죠. 대자녀님의 명령은 곧 대모님의 명령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어이, 거기 누워있는 녀석들, 죽은 척 그만하고 어서 노동자들을 내보내!
사부이 가문
저택
상황은 대충 파악했어.
올리비아는 손깍지를 낀 채 의자에 기대어 앉아, 가문의 대장들을 번갈아 응시했다.
러셀 가문의 전 가주는 존경할 만한 수장이었어. 친구를 대할 땐 정직했고, 적을 상대할 땐 영리했지. 난 그에게서 많은 걸 배웠어. 그의 영혼이 성령과 동행하기를.
로암스, 넌 정직하고 선량해. 내가 거둔 아이들도 너랑 놀길 좋아하고, 거리의 거지들도 너를 찬양하지. 넌 그들 모두의 이름을 기억하니까.
레무스, 난 네가 혼자 카니카티에 잠입해서 티화나 파벌의 두목을 암살한 공적을 절대 잊지 못할 거야. 넌 카타니아 사람들의 한을 풀어줬고, 우린 영원히 널 자랑스럽게 여기겠지.
너희 둘은 각자 아버지의 선함과 용기를 이어받았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피와 땀으로 일궈낸 왕좌는 단 한 명의 카이사르만 앉을 수 있지.
어두운 방 안에서, 그녀는 눈을 감고 잠시 침묵했다.
레무스.
네, 대모님!
조금 마른 장신의 남자가 고개를 숙인 채, 흥분하여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난 네가 원대한 꿈을 품고 있고, 카타니아 너머의 세상을 직접 보고 싶어 하는 것도 잘 알아.
솔로조 실업에서 너에게 좋은 대우의 관리직을 마련해줄 거야. 그러면 넌 보육 구역들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겠지.
아니면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면서, 정말로 천사와 신이 있는지 확인해 볼 수도 있고.
대모의 말에 레무스는 충격에 휩싸였다.
대모님...
그리고 라구사에 있는 사부이 가문의 모든 사업체도 네 것이 될 거야. 새출발을 축하하는 내 선물이라고 생각해.
전...
올리비아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단칼에 끊어냈다.
솔로조 가문 사람이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볼 일 다 봤으면, 주식 교환 수속을 하러 가봐.
이건 대모님의 개인적인 결정입니까, 아니면 13가문 의회의 뜻입니까?
결과는 다르지 않아.
쳇.
레무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어깨의 러셀 가문 문장을 움켜쥐었다.
러셀 가문은 대모님께서 주관하신 공정한 판결을 잊지 않을 겁니다.
굳은 표정으로 문을 쾅 닫으며 나간 그는, 밖에서 이어진 어떤 권유도 단칼에 거절했다.
주여. 정, 정의를 바로 잡아주셔서 감, 감사합니다, 대모님.
네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온화한 마음을 잃지 마. 그것이야말로 러셀 가문의 가장 강력한 무기니까.
네 앞길이 순탄하길 바랄게.
알, 알겠습니다...
가문의 두 대장이 차례로 물러나자, 어두운 방은 다시 고요해졌다.
귀목 책상 앞의 올리비아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타니아를 위해 힘써줘서 고마워. 아까 인사를 제대로 못 한 건 우리 가문의 실례였어, 너그럽게 이해해 주길 바라.
난 사부이 가문의 수장, 올리비아야. 다른 가문들은 날 대모라 불러. 너희도 그렇게 부르면 돼.
그렇게 이해해도 좋아. 하지만 난 그저 이 자리의 겸허한 그릇일 뿐이야.
난 높은 자리에서 명령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 하지만 비뚤어진 야심가들이 이 자리를 차지해, 내 고향을 망치려 하는 건 절대 두고 볼 수 없어.
올리비아는 책상에 걸터앉으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지휘관과 루시아를 훑어보았다.
여기까지 왔으니, 이 결혼식의 진짜 목적은 알고 있겠지?
카타니아의 전통에 따르면, 13가문의 수장들은 모두 대자녀의 결혼식에 참석해야 해.
그리고 난 그 기회를 통해 13가문을 해체하고, 연합 정부와 함께 카타니아를 이끌어갈 자치위원회 설립을 선포할 거야.
올리비아는 손짓으로 지휘관과 루시아의 시선을 와인색 벽 쪽으로 이끌었다.
고풍스러운 벽시계와 촛대 사이, 눈길을 사로잡는 유화 한 점이 걸려 있었다.
그림 중앙엔 거대한 늑대가 우뚝 서 있었고, 그 주위엔 굵고 힘찬 필체의 서명들이 둘러싸듯 새겨져 있었다.
안개 속을 떠도는 낡은 거대선의 키잡이로서, 내겐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어.
하나는 역사 속 대부분의 군주처럼 이리저리 땜질하며 겨우 수면 위를 떠다니면서, 안개 속 빙산에 부딪히지 않기를 기도하는 거야.
다른 하나는 이 늙은이에 대한 모든 집념을 내려놓고, 새 시대로 향하는 방주에 오르는 거지.
올리비아는 평온한 표정을 유지한 채, 색이 바랜 늑대 유화를 올려다보았다.
퍼니싱이 폭발했을 때, 연합 정부는 대철수의 혼란 속에서 약속을 저버리고 카타니아 사람들을 외면했어.
그래서 전쟁의 불길 속에서 무예를 숭상하던 카타니아 사람들은 무기를 들고, 옛 세상의 황폐함 속에서 자신들만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었지. 그게 바로 가문인 거야.
지휘관의 정보에 따르면, 대서양 동쪽 끝에 자리한 카타니아는 한때 대서양 경제 공동체 산하의 유명 관광지였다.
퍼니싱이 폭발한 후, 대서양의 일부 전투 구역에서는 병력을 집중시키기 위해, "전략적 가치가 없는" 작은 섬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카타니아였다.
수십 년 동안 13가문은 정부의 유산을 나눠 가지고, 힘을 모아 대양 건너의 퍼니싱에 맞섰어. 그러면서 그림자 속에서 거대한 암흑 제국을 세워냈지.
이 작은 섬에는 죄악이 만연했지만, 그 대가로 13가문은 카타니아 사람들에게 전례 없는 질서와 안정을 가져다주었어.
그래. 가문은 연합 정부의 몰락에서 태어났으니, 그들이 다시 부흥하게 되면 쇠락할 수밖에 없겠지.
너희의 활약으로 연합 정부가 조금씩 지구를 장악하고 있어. 그럼, 그만큼 가문들의 어두운 면의 산업도 갈수록 설 자리를 잃게 될 거야.
이런 상황에서 13가문은 더 이상 연방 구역 유지와 퍼니싱 대항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그래서 난 카타니아가 이 무거운 짐을 스스로 내려놓고, 너희들의 에덴 방주에 올라타길 바라는 거야.
시간이 흘러도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지. 하지만, 뿌리 깊은 병폐는 직접 도려내야만 해.
좋아, 지루한 역사 수업은 여기까지 하자고.
결혼식은 모레 정오에 열릴 거야. 내일 해가 질 녘에 같이 예식장을 둘러보고 식순도 확인하도록 하자.
카타니아의 전통에 따르면, 결혼식 전날 마을에 있는 주신의 극장을 찾아가 <b>와인 한 병을 받아와야 해</b>. 그 성찬주는 예식 중 술잔 교환식에 쓰일 거야.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보내도록 해.
풍습, 전통, 의식... 지휘관은 이 임무를 받은 이후로 계속 이런 정보만 접하고 있는 것 같았다.
보고서의 내용처럼 카타니아는 실제로도 전통을 중시하는 곳이었다.
이 며칠 동안 필요한 게 있으면, 프랭크에게 말해, 알아서 해 줄 거야.
올리비아가 방 안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지휘관과 루시아 뒤에 서 있던 프랭크가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
카타니아엔 이방인에게 생소한 풍속도 여럿 있어.
좀처럼 없는 기회니까, 결혼식 전까지 휴가를 마음껏 즐기도록 해.
대모의 방은 2층 가장 안쪽에 있었으며, 문밖에서도 웅장한 실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회담이 끝난 뒤, 지휘관은 루시아와 함께 레드카펫이 깔린 긴 복도를 지나며, 궁전을 연상케 하는 저택을 조심스레 살펴보았다.
지휘관님, 여기 좀 보세요. 이 발코니에서 바다가 보여요.
루시아는 대리석 난간에 두 손을 얹고, 근처의 북적이는 해안가를 바라보았다.
석양이 모래사장과 바다를 물들이는 가운데, 시원한 차림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텐트와 바비큐 그릴을 설치하고 있었다. 그들은 밤에 있을 행사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결혼식"이 시작되기까지 하루 정도 남았네요.
회색 비단을 펼쳐놓은 듯한 석양 아래의 바다는 잔잔한 바람에 따라 일렁이고 있었다.
와인을 준비한 것 외에, 따로 계획해 둔 일정이 있으신가요?
저녁 바람에 긴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던 루시아가 지휘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좀처럼 얻기 힘든 "휴가"인데, 굳이 일정을 빡빡하게 잡을 필요는 없었다.
차라리 대모의 제안대로 카타니아의 모든 것을 여유롭게 즐기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음...
저녁노을과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던 루시아는 이미 답을 정한 듯했다.
해가 저물어가는데, 함께 해변에서 산책하는 건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