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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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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에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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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시록이 변화하는 순간, 책장 사이로 눈 부신 빛이 쏟아져 나왔다.

창조물의 톱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천지가 뒤바뀌며 별들이 자리를 옮겼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눈앞의 광경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메마르고 황폐했던 땅은 어느새 봄기운 가득한 정원으로 변해있었다. 무성한 나무들 사이로 새와 짐승들이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목덜미에 축축한 감촉이 스쳤고, 순식간에 음산한 한기가 주위를 감싸더니, 붉은 눈을 번뜩이는 검은 뱀 한 마리가 눈앞에 나타났다.

뱀은 혀를 날름거리며 아래로 휘감으며 내려와 손목에서 멈췄다. 손안의 매혹적인 사과를 탐욕스러운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검은 뱀은 사과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검은 뱀이 입을 크게 벌려 물어뜯으려는 순간, 갑자기 나타난 보랏빛 안개가 뱀의 몸을 단단히 휘감아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응?

강력한 위압감에 검은 뱀은 몸을 움츠리며 꼼짝도 못 했다.

대단한걸. 눈이 안 보이는데, 그렇게 정확하게 잡다니.

이리 와.

첼시아의 부름에 검은 뱀은 구세주라도 만난 듯, 서둘러 루나에게서 벗어났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자, 루나도 뭔가를 느낀 듯 이쪽으로 돌아봤다. 하지만 평소의 맑게 빛나던 눈동자는 이제 흐린 안개에 덮인 듯, 생기를 잃어버린 상태였다.

네가 한 짓이야?

루나의 목소리에서 분노가 느껴졌다.

아니면 이놈 장난인 거야?

대화하는 동안, 첼시아 뒤에 숨어있던 검은 뱀이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더니, 슬그머니 루나의 팔을 타고 올라왔다.

결국 루나에게 잡힐 기회를 스스로 내준 셈이 되고 말았다.

루나는 망설임 없이 검은 뱀의 몸을 손으로 꽉 잡아들어 올렸다.

내 탓 하지 마. 이건 그저 사과가 익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첫 번째 시험의 제약일 뿐이야.

게임도 적당한 난도가 있어야 재미있지 않겠어?

그런데 말이야...

루나의 추궁에 검은 뱀은 억울한 듯, 루나의 손바닥 위에서 몸을 뒤틀며 꿈틀거렸다.

아이고, 너무하네~ 이 아이는 그저 네가 걱정돼서 그런 건데.

너희가 에덴의 창조자인 만큼, 여기 있는 모든 생명체가 너희의 "백성" 아니야? 좀 더 따뜻하게 대해줄 수는 없는 거야?

문득 루시퍼의 말이 떠올랐다. 계시록이 사과가 익어가는 과정에서 계시를 준다고 했었다. 계시록을 펼쳐보니 예상대로 새로운 글귀가 적혀 있었다.

<size=50>영혼의 무게를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size>

<size=50>깃털보다 가벼울까, 아니면 금석보다 무거울까?</size>

<size=50>선한 이들이 모인 곳에는 평화가 깃들고</size>

<size=50>악한 영혼들이 떠도는 땅에는 욕망이 넘치리라</size>

<size=50>선악의 저울을 든 창조자여</size>

<size=50>이제 탄생할 세상의 모습을 심판하라</size>

뭔가 잊은 거 없어?

루나의 목소리에서 불만이 묻어났다.

응.

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계시록의 내용을 다 듣고 난 뒤에는 눈썹을 찌푸렸다.

네 말대로라면, 최종 판결을 내릴 권한은 악마인 내가 가지고 있는 거네.

하지만 지금처럼...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제대로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협력이라고는 했지만, 너무 친절한 거 아니야?

그리고 너한테 다른 선택지도 없잖아?

혹시... 내 도움을 받고 싶은 거야?

그런 망상은 집어치워.

알겠어. 나중에 네가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이번에 도와준 걸 꼭 갚을게.

얘기는 다 끝났어? 그럼 워밍업은 여기까지, 이제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해야 돼.

안 될 것도 없지~

첼시아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다. 그녀의 우아한 움직임에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녀 뒤편의 풍경으로 향했다.

문명이 탄생하기 전, 모든 것이 자연과 원초적 본능으로 돌아간 순수한 낙원...

에덴에 온 걸 환영해.

에덴 밖에는 선과 악이 공존하지만, 아무나 에덴에 발을 들일 수 있는 건 아니야.

모두 알다시피, 선한 영혼은 천국에서 더없는 행복을 누리게 되고, 악행을 저지른 자들은...

지옥행이야~ 살아도 사는 게 아닌 고통 속에서 죗값을 치르게 되지.

소녀는 가벼운 일상을 이야기하듯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은 천진난만하면서도 섬뜩했다.

그들의 에덴 입성 여부는 너희가 결정하게 될 거야.

판단 기준은 뭐지?

정해진 기준 같은 건 없어. 너희의 의지가 이 세계의 선악을 가르는 저울이 되는 거지.

선과 악, 옳고 그름... 모든 건 너희 마음대로야. 어떤 규칙이나 간섭도 없어. 천국이 될지 지옥이 될지는 너희 손에 달렸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게 좋지 않아? 너희가 원하는 대로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다른 조건은 없어?

네가 이렇게 "친절하게" 우리를 도와줄 리가 없잖아.

안 될 것도 없지. 그렇게 의심하면 서운하단 말이야~

소녀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가식적이네.

자, 말로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첫 번째 심판을 시작해 볼까?

"초보자 가이드"라고 생각하면 돼. 정말 친절하지 않아?

첼시아가 검은 뱀을 손짓해 부르자, 뱀은 얌전히 그녀의 팔로 돌아왔다.

하지만 검은 뱀이 움직임을 멈추자마자, 첼시아는 갑자기 뱀의 몸을 거칠게 잡아들어 올렸다. 동작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럼... 이 녀석부터 시작해 볼까?

보다시피 얌전하고 순종적이지? 성격도 온순하고. 네가 눈이 안 보인다는 걸 알고 걱정까지 했잖아.

첼시아는 장난스럽지만, 의도가 담긴 말투로 루나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이건 순수한 블랙맘바야. "사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치명적인 맹독을 지닌 뱀이지.

이 녀석의 어미와 형제자매들은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어. 이 녀석을 부화시킨 알도 아마 셀 수 없이 쌓인 백골 위에 놓여 있었겠지.

아직 어려서 그런지 누군가를 해친 적은 없어. 하지만 크면 다른 놈들처럼 차가운 사신이 되겠지.

루나가 계속 침묵하자, 첼시아는 더 많은 정보로 루나를 설득하려 들었다.

더 중요한 건... 악으로 심판된 영혼은 너희가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다는 거야. 보통은 네가 그 영혼을 잠식하면, 그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너의 힘도 두 배로 강해지지.

블랙맘바의 영혼은 아주 귀중한 자양분이거든. 이런 선물을 거절하면 안 될 텐데.

그렇다면, 이게 네가 말하는 "심판"이니? 아니면 일방적인 약탈에 불과한 건가?

루나는 직접적인 대답 대신 첼시아에게 되물었다.

그게 중요해? 아니면... 네가 "자비로운" 심장을 가지고 있기라도 한 거야?

정신 차려, 루나. 힘과 욕망을 추구하는 게 악마의 본분이야.

이건 시작일 뿐이야. 앞으로 더 복잡한 상황을 마주하게 될 거야. 자, 이제 선택해.

검은 뱀은 자신의 운명이 루나의 판단에 달려있음을 깨달았다. 냉정해 보이는 이 에덴의 주인을 애처롭게 바라보며, 한 줌의 자비라도 얻기를 간절히 호소하는 듯했다.

[player name], 네 생각은?

오? 어째서?

말솜씨가 훌륭하네, 지휘관.

그럼 그쪽은? 우리 악마 아가씨?

정의니, 도덕이니 하는 건 관심 없어.

하지만 [player name] 말이 맞아.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약자의 목숨을 빼앗아 강해지는 건 더더욱 멍청한 짓이고.

루나는 자신의 힘으로 첼시아가 검은 뱀을 조종하지 못하게 막았다. 숨 막히는 압박감에서 벗어난 뱀은 마침내 자유를 되찾고, 다시 루나 곁으로 기어 왔다.

나도 [player name] 생각에 동의해. 규칙과 관련 없는 일이라면 굳이 할 필요 없잖아.

인간도 악행을 저지르고, 짐승도 선행을 할 수 있어. 어떤 존재든 태어날 때부터 선악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야.

정말로 악행을 저지르는 순간이 온다면, 그땐 당연히 봐주지 않을 거야.

참 아쉽네. 좋은 기회를 놓쳤어.

그 말은 네가 스스로에게 하는 게 좋겠어. 보아하니 네가 노린 것 중 몇 가지는 실패한 것 같네.

뭐야, 난 그저... 급하지 않을 뿐이야.

이건 시작에 불과하니까.

권력과 욕망만큼 쉽게 타락하게 만드는 것도 없지. 그때가 오면...

심연에서 널 기다리고 있을게.

기대되지 않아? "신의 마음"이 어디까지 자랄 수 있을지.

그 후의 시간은 에덴에서 보냈다. 첼시아가 말한 규칙대로, 매일 영혼들이 에덴의 입구를 찾아와 문을 두드렸고, 지휘관과 루나는 그들의 삶을 살펴본 뒤 심판을 내렸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인간 세상의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악함을 비롯한 온갖 모습들을 보았다.

평화로운 어느 오후.

눈앞의 검은 뱀은 말을 듣지 않고, 여전히 들떠서 지휘관을 재촉하듯 휘감았다.

히드라, 장난치지 마.

조금 전까지 신나 하던 검은 뱀은 바로 기가 죽어서, 지휘관 뒤로 숨어 애교를 부렸다.

검은 뱀에 대한 심판이 끝난 후, 뱀은 루나를 자신의 은인으로 여기는 듯 에덴까지 따라왔다. 루나는 부르기 편하도록 그 뱀에게 히드라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둘은 뱀과 함께 에덴 깊숙한 곳에 있는 정원으로 향했다. 며칠 전, 히드라가 심하게 다친 새끼 사슴을 발견했고, 규칙에 따라 심판을 마친 후 루나가 그 사슴을 에덴으로 받아들였다.

히드라는 자신이 직접 구한 이 작은 생명에게 특별한 애정을 보이며, 에덴의 정원에 안착시킨 뒤, 매일 같이 찾아와 정성껏 돌보았다.

이를 알게 된 지휘관은 루나에게 매일 히드라와 함께 와서 사슴을 돌보면서 산책도 하자고 제안했고, 루나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역시 여기가 조용하네.

초목이 우거진 정원에서 새끼 사슴과 히드라가 서로 장난치며 놀고 있는 동안, 루나도 이 평화로운 순간을 즐기는 듯했다.

심판을 내릴 때마다 항상 갈등과 논쟁이 이어졌고, 조용히 마무리된 판결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두 작은 생명만 있는 이 정원은 유독 고요했다.

여전히 멈춰있어.

아마도... 그때 일 때문인 것 같아.

그녀가 갑자기 도망가는 바람에, 잡을 수가 없었지.

심판이 중단되면서 "신의 마음"도 성장을 멈춘 거야.

루나는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그건 지금까지 유일하게 결론이 나지 않은 심판이었다.

심판의 대상은 완전히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화상을 입은 소녀였다. 불길에 타버린 그녀의 몸은 누구인지 알아볼 수도 없었고, 지나치게 울부짖었던 탓에 쉬어버린 목소리는 거칠고 희미했다.

하지만 이렇게 처참한 모습의 여인이 한마을 전체를 학살했다는 죄목으로 고발당했다. 그녀에게 살해당한 영혼들이 심판장에 모여들어, 에덴의 주인에게 이 사악한 영혼을 완전히 잠식해 달라며 강하게 요구했다.

소녀가 사람들을 죽인 건 사실이었지만, 그녀의 고통도 그들이 만든 거였다. 그들은 제사라는 핑계로 이익을 취하려고 그녀를 마녀로 몰아 화형에 처했다.

그녀는 죽지 않았다. 강렬한 생존 본능으로 지옥과 거래를 했고, 그렇게 얻은 힘으로 그들에게 복수를 했다. 결국 그녀는 진정한 마녀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다른 도시와 마을을 돌아다니며 자기처럼 누명 쓴 "제물"들을 구해주고, 제사와 같은 의식을 찬성했던 자들은 죽여버렸다.

그것은 선행인 동시에 잔혹한 살육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심판은 어느 한쪽도 단순히 옳고 그름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이었다.

그 여자, 아직도 안 나타났어?

자신의 이름을 듣자, 히드라가 신나서 다가와 고개를 들고 칭찬을 기다렸다.

흐음, 너희들 호흡이 제법 잘 맞네.

언제 그런 건데?

돌아와서 뭐라고 했는데?

루나는 잠시 침묵에 잠겼다.

이러다가는 그녀의 영혼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사라져 버릴 거야.

하지만... 이제 우린 더 이상 그녀를 간섭할 권리가 없어.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영혼들만이 "심판"을 필요로 한다. 그들은 자유로운 에덴을 갈망하면서도, 자신이 과연 그곳에 갈 자격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했기에, 검증을 거쳐야만 그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소녀는 달랐다. 자기 손에 묻은 피를 인정하고, 스스로가 진정한 마녀가 되었음을 받아들인 순간부터 이미 지옥을 선택한 것이다.

스스로를 심판한 자에게 더 이상의 심판은 무의미했다.

그녀가 이미 지옥을 선택했다면, 그 선택을 존중하는 수밖에.

적어도 그녀는 후회하지 않았으니까.

이 "심판"은 결과가 필요 없어. 여기서 끝내자.

소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더러운 과거도, 돌이킬 수 없는 미래도.

이토록 강한 의지를 가진 영혼을 억지로 천국이나 지옥, 어느 한쪽으로도 보낼 수는 없었다. 그녀는 이미 스스로 자신의 결말과 운명을 결정했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루나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했지만, 기억이 희미하게 스쳐 지나갈 뿐, 또렷하지 않아 결국 말을 잇지 못했다.

루나의 말에 응답하듯 "신의 마음"도 다시 자라나기 시작했다.

응, 이 정도면 됐어.

분위기가 한결 가벼워진 걸 느꼈는지, 히드라와 사슴이 함께 루나 곁으로 다가왔다. 루나는 그들의 친근한 접근을 거부하지 않고, 사슴의 이마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시력을 잃은 뒤로, 루나의 다른 감각은 더욱 예민해졌다.

새끼 사슴의 부드러운 털이 손끝을 스치며, 따스한 햇살과 어우러져 포근한 느낌을 전해줬다. 새 풀과 꽃들의 은은한 향기가 그 사람의 냄새와 섞여, 점점 루나에게 익숙해지면서도, 잊히지 않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난 에덴의 다른 곳에 있을 때가 싫어. 심판할 때 들리는 그 시끄러운 목소리들, 저마다 다른 속셈을 품은 영혼들...

루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여기 있을 땐 그런 방해가 없어서 좋아.

너랑 같이 있으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져.

응.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다.

그 후로도 심판은 계속 진행되었고,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마침내 에덴에서의 마지막 심판이 끝나가고 있었다.

벌써 설레발치기는.

아직 첫 번째 연세에 불과하다는 걸 잊지 마. 너무 거들먹거리면 우리의 협력 관계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은데?

허.

루나는 살짝 웃더니 악마의 힘을 발동했다. 손에 든 사과가 순식간에 금빛으로 변했다.

루시퍼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과가 금빛으로 익으면 신의 마음이 완성된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환술이야.

루나가 덤덤히 설명했다.

루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낡은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한 손으로 거울을 짚은 채, 다른 손에 든 황금빛 사과를 앞으로 내밀었다.

루나

그래... 네 말대로 한번 상상해 보자.

이건 그저 평범한 "사과"가 아니야. 첼시아가 말했듯이, 자라면서 모든 세계의 강력한 힘을 응집하게 될 거야.

그래서 사람들은 이걸 차지하려고 피 터지게 싸웠고, 시체가 쌓여 피바다가 됐지.

그들이 힘을 추앙하는 건, 뭔가를 갈망하기 때문이야. 상인의 눈에는 그게 재산이고, 농부의 눈에는 그게 풍작이지.

그럼 너는? 네 눈엔 "그것"이 뭐로 보여?

적나라한 욕망, 강대한 힘... 모두 "그것"이 가져다주겠다고 약속한 것들이야.

그때가 오면... 넌 도망칠 거야, 아니면 "그것"을 받아들일 거야?

그때, 거울 속 모습이 일렁이더니 순식간에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도발적인 미소를 띤 첼시아가 나타났다.

첼시아

구분할 수 있겠어? 어느 쪽이 진짜인지.

독이 든 사과라고 해도 이렇게 매혹적인 빨간색을 가졌잖아.

결국 "독"이란 건... 치명적이면서도, 중독성이 있으니까.

그들은 모두 손에 든 사과를 들어 올리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루나/첼시아

[player name], 그때가 되면 넌 어떤 선택을 할 거야?

정원 깊숙이 스며든 햇살이 루나의 모습을 비추었지만, 묘하게도 거울과 현실의 경계선에서 멈춰 있었다.

빛과 그림자가 만드는 경계가 선명했다.

루나 역시 그 답이 궁금했다.

미래의 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할지, 그리고 자신과는 어떤 관계가 될지...

지금 이 순간, 그녀는 그 대답이 간절했다.

시선을 들고 눈앞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신의 마음에 변화가 생긴 순간부터, 루나의 실명 상태가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눈동자가 맑아지면서 그 사람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루나

만약 이 "열매"가 네가 원하는 게 아니라면 어쩔 거야?

루나

독이든 뱀의 사과라도?

거울 속의 소녀는 어느새 흥미를 잃었는지 소리 없이 사라졌다.

대화가 잠시 멈추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살랑이는 바람에 실려 지나갔다.

손안의 사과가 푸른빛을 띠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것이 그들이 에덴에서 얻은 결과인 듯했다.

푸른색... 아직 덜 익어 쓴맛이 남아있다는 뜻이네.

루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이게 뭔가를 암시하는 걸지도 몰라. 내 시력이 계속 돌아오지 않거나, 아니면 앞으로 다른 문제가 더 생길 수도 있다는...

그렇게 된다면, 난 결국 이 덜 익은 푸른 열매 같은 존재가 되겠지. 불완전하고, 끝내 진정한 강함에 닿을 수 없는 그런 운명 말이야.

어쩌면 기억나지 않는 내 과거도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그게 네 약속이야?

미래의 일은... 아직 멀었어.

지금 걸어갈 길부터 생각해 보자.

그녀와 눈앞의 사람에 대해서는... 앞으로 시간이 많으니, 그녀는 끝까지 마지막 답을 기다릴 인내심을 가지고 있었다.

"신의 마음"의 변화는 시간이 필요했고, 이미 대부분이 진행된 상태였다. 잠시 기다리자 드디어 푸른빛이 사과 전체를 뒤덮으려 하고 있었다.

드디어...

으윽?!

사과가 완전히 푸르게 물드는 순간, 루나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 천 근의 쇠사슬이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고통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 온몸을 휘감았다. 온갖 고문이 동시에 가해지는 것 같았다. 갑작스러운 극심한 고통에 의식이 흐려지면서, 루나는 본능적으로 옆에 있는 사람의 품으로 쓰러졌다.

어머, 교황님, 꽤 잘 해내셨네요?

당신이 게으름 피우지만 않았어도, 이 장면은 더 일찍 끝났을 텐데요.

첼시아!?

루나는 목을 부여잡고 마지막 분노를 터뜨렸다.

그렇게 화내지 마. 지금은 말하는 것조차 힘들 텐데.

신의 뜻을 따랐을 뿐입니다.

우리랑은 상관없어. 심판자가 모든 게 끝난 뒤에 심판받은 영혼들의 업보를 짊어지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불순한 손으로 무거운 저울을 들려고 했으니... 그만한 대가는 치러야지.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심연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첼시아의 말과 그 사람의 외침이 루나의 의식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들린 마지막 소리였다. 그리고 곧, 그녀는 의식을 잃었다

혼란 속에 계시록이 잔디 위로 떨어졌고, 휘몰아치는 바람에 책장이 넘어갔다.

희미한 빛 속에서, 책장 뒷면에 한 구절이 조용히 나타났다.

<size=50><i>"내 마음은 황야를 떠도는 새와 같다. 그대의 눈동자 속에서 비로소 하늘을 찾았다."</i></s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