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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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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와 함께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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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은 오늘 예정된 일정을 미리 끝내고, 단말기에서 대원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루시아를 나타내는 빨간 점이 "홀로그램 체험관"에 멈춰 있었다.

평소의 루시아는 혼자서 저런 곳에 잘 가지 않는데, 무슨 일로 간 건지 궁금해졌다.

지휘관은 신분증을 보여주고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높은 백색 원목 문을 천천히 열었다. 문이 열리자, 짭짤한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끝없이 펼쳐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수평선 너머로는 파도가 물결치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실제 해안과 다름없었다.

조금 더 왼쪽으로 하면 좋아 보일까요?

발밑 검은 모래가 실제처럼 느껴졌다. 멀지 않은 곳에서 루시아는 양손을 등 뒤로 맞잡고 하늘을 바라보며 혼잣말하고 있었다.

지휘관님?

지휘관의 기척을 느낀 루시아가 놀라며 돌아섰다. 붉은 눈동자에 놀람과 기쁨이 함께 담겨 있었다.

어떻게 여길... 어제 분명 오늘 낮에 임무가 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러셨군요. 다음에 이런 임무가 생기시면 저한테 맡겨주세요. 요즘 계속 늦게까지 일하시는데 건강 관리를 하셔야죠.

지휘관이 미소 지으며 루시아에게 대답하려는 순간, 공중에서 익숙한 금속음이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루시아의 보조기 습공이었다.

새 모양의 보조기가 공중에서 반원을 그리며 선회하더니 금속 구슬 몇 개를 떨어뜨렸다.

구슬들이 공중에서 떨어지며 펑 하고 터지더니 오색찬란한 빛줄기를 뿜어냈다. 형형색색의 빛은 햇살 속에 퍼져, 마치 한낮의 하늘에 수놓은 별처럼 흩어졌다.

홀로그램 불꽃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오늘 지휘관님의 생일이잖아요. 원래는 저녁에 깜짝선물로 보여드리려 했는데…

사실, 선물이 하나 더 있는데 그건 저녁에 드릴게요.

루시아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지휘관에게 답했다. 이어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그녀의 긴 머리칼을 부드럽게 흩날렸다.

지휘관님, 이쪽으로 와 보세요. 더 멋진 풍경이 있어요.

루시아를 따라 멀지 않은 바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운송 장비 호출: 배.

루시아가 손가락을 들어 공중을 스윽 그었다. 그 움직임을 따라 허공에 여러 덩어리가 생성되더니, 서서히 작은 보트로 조립되었다.

원래는 좀 더 늦게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오셨으니 지금 시작하는 게 좋겠네요.

잘 잡으세요. 지휘관님.

루시아는 지휘관과 나란히 배 뒤편에 앉았다. 그리고 왼손을 배 밖으로 내밀어 살짝 흔들자, 해안가의 풍경이 서서히 뒤로 멀어지기 시작했다.

여기 있는 모든 건 퍼니싱 폭발하기 전의 지구 풍경을 재현한 거예요. 이렇게 맑은 바다를 보니 마음이 차분해지네요.

네. 이 체험관은 아직 시범 운영 중이라 수동으로 햇빛을 조절하는 기능이 없어요.

나중에 기회 되면, 작은 배를 빌려서 더 특별한 풍경들을 보러 가요, 지휘관님.

둘은 나란히 앉아 평소처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다.

어느새 육지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푸른 바다만이 끝없이 펼쳐졌다.

서서히 해가 기울며 석양이 바다를 황금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루시아는 물든 하늘을 바라보다, 지휘관의 손을 살며시 놓았다.

지휘관님. 잠시만, 눈 감아 주시겠어요?

루시아의 부탁대로 지휘관은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금속이 하늘을 가르는 소리는 어둠 속에서 더 선명하게 들렸다.

잠시 후, 잔잔한 파도 소리와 함께 가벼운 발소리가 들려왔고, 공기 중에는 달콤한 향이 퍼졌다.

루시아

눈 뜨셔도 돼요. 지휘관님.

눈을 뜬 지휘관 앞엔 작고 예쁜 초콜릿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하얀 생크림이 눈처럼 덮여 있고, 그 위엔 과일잼과 아몬드 조각으로 이름이 장식돼 있었다.

루시아가 천천히 손을 뻗자,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장갑 끝에서 작은 불꽃이 튀어 올랐다. 모든 초가 순식간에 타오르며 그녀의 얼굴을 따스하게 비추었다.

예술 협회에 부탁해서, 제가 구상한 대로 만든 특별한 케이크예요.

지휘관님, 생일 축하드려요.

사실 오늘 밤에는... 특별한 부탁이 하나 더 있어요.

네. 지휘관님의 소원을 하나 빌려주셨으면 해요.

루시아는 자연스럽게 지휘관 옆자리로 와 앉더니, 어깨에 살짝 기댔다.

앞으로도 평안하고 행복한 날만 가득하길 바랄게요.

그리고 저도 매년 이맘때 지휘관님 곁에서, 이렇게 새로운 소원도 나누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함께 할 수 있길 바라요.

손등에 익숙한 온기가 전해지면서 루시아와 시선이 마주쳤다. 붉은 보석 같은 그녀의 눈동자에 지휘관의 모습이 담겨 반짝였다.

그럼... 지휘관님, 같이 촛불 불어요.

바다와 촛불이 그들의 축복을 지켜보는 가운데, 둘은 손을 맞잡고 소원을 빈 후 촛불을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