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기념일 이벤트 스토리 / 시간이 속삭이는 목소리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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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와 함께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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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햇살은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구름 떼가 햇빛을 가려서인지, 하늘을 올려다봐도 눈이 부시지 않았다.

온몸의 힘을 뺀 채 잔디밭에 누우니, 수많은 꽃잎이 바람에 실려 공중에서 흩날리고 있었다.

후...

마치 누군가 지나가면서 새로운 바람을 데려온 듯, 꽃잎들이 갑자기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붉은 실루엣이 지휘관의 시야를 가렸다. 한 소녀가 팔짱을 끼고 공중에서 지휘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주둔지에서 커피를 마실 때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예언 장면처럼, 루나가 근처에 있었다.

내가 여기 있는 거 알고 있었어? 하나도 안 놀라네.

흠, 뭐 상관없지. 잘됐네. 굳이 널 찾아다닐 필요도 없어졌으니까.

알면서 뭘 물어.

루나가 손을 펼치자, 은빛 체인에 달린 펜던트가 손바닥 위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선물이야.

지휘관은 몸을 일으켜 달 모양의 액세서리 선물을 받았다. 회전축을 돌리자 달의 다양한 형태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잠금장치는 뒷면에 있어.

말대로 액세서리를 뒤집어 보니, 체인을 따라 작은 스위치가 숨어 있었다. 디자인에 완벽히 녹아 있어, 눈여겨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들 정도였다.

디자인 평가는 필요 없어. 내 말은…

됐어, 이리 줘 봐.

루나는 지휘관의 손에서 액세서리를 받아 들고, 잠금장치를 조심스레 열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움직이지 마.

루나는 뒤로 물러서려던 지휘관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제지하며, 한 손으로 액세서리를 들고, 다른 손은 지휘관의 어깨 너머로 뻗어 체인의 끝을 잡았다.

그리고 조심스레 목에 액세서리를 걸고, 다시 잠금장치를 채워 고정했다.

지휘관의 목에 걸린 액세서리를 바라보던 루나는 손을 뻗어 달 모양을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천천히 돌리고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나쁘지 않네. 너...

고개를 들어 무언가 말하려던 루나는, 눈이 마주치자 멈칫했다. 그제야 서로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지 깨달은 듯, 눈길을 피하고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

루나는 무심한 표정으로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벌렸다. 서로 마주 보는 동안 그녀의 시선은 잠시 다른 곳을 향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어때?

아니면 뭐겠어?

루나는 잠시 멈칫하더니 뭔가 깨달은 듯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만. 대답하지 마. 방금 질문은 무시해.

그럼, 됐어.

서로 시선을 피한 채, 아무 말 없이 시간이 흘렀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루나가 헛기침을 하며 다시 이쪽을 바라봤다.

방금 하늘 보고 있었지? 따라 봤는데… 아무것도 없었어.

듣기만 해도 지루해.

그렇게 말하면서도 루나는 조용히 지휘관 옆에 앉았다.

쪼그려 앉은 그녀는 손끝으로 잔디와 흙을 만지작거리면서 뭔가 망설이는 듯했다.

그 모습을 본 지휘관은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준비해 온 것도 없고, 담요처럼 깔 수 있는 것도 눈에 띄지 않았다.

코트...

루나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그녀가 지휘관의 코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리 줘.

흙이 묻는 게 싫었는지, 루나는 코트 위에 누워 몸을 옆으로 돌렸다.

하늘은 질리도록 봤어. 지금은 다른 걸 보고 싶어…

지휘관을 바라보던 루나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조용히 덧붙였다.

밤이 되면 여기서 달이 정말 선명하게 보여.

근데, 밤까지는 아직 좀 남았네.

마침, 잘됐네. 나도 그래.

루나는 몸에 닿은 코트 안감을 쓰다듬었다. 거기엔 아직 지휘관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그럼… 조금만 더 있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