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기념일 이벤트 스토리 / 시간이 속삭이는 목소리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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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과 함께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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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은 정확한 시간에 곡과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다.

산 정상의 저녁 바람이 머리카락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눈앞에는 익숙한 뒷모습이 서 있었다. 곡은 뒤돌아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딱 맞춰 왔네.

당연하지. 여기서는 구룡성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다른 건... 일단 내 옆으로 와봐.

곡이 이렇게 신중하고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건 드문 일이었다. 예상대로 그녀는 이번 초대의 목적을 얘기해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잠깐, 그건 뭐야?

음, 구룡의 예절을 잘 아는군. 뭔데?

지휘관이 손바닥을 펴자, 작고 정교한 기계 공작 인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곡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인형을 본 순간 멈칫했다.

...

고마워.

곡은 선물을 받아 들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런... "쓸모없는" 선물이라니...

이 인형은 예전에 곡과 함께 구룡성 보물창고에서 발견한 것이었다. 별다른 물질적 가치는 없었지만, ‘평범한 이의 소망과 행복’을 담고 있는 물건이라는 것만으로도 곡에겐 충분히 소중한 선물이었다.

곡은 그동안 수많은 평범한 이들의 소망과 행복을 체험해 봤었기에, 자신이 이 작은 인형이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다.

생각이 이렇게 비슷할 수가 있다니. 역시 넌 유일하게 나와 마음이 통하는 "동반자"야.

나도 너한테 줄 선물이 있어.

"가치 있는" 물건을 원한다면, 내 보물창고에 와서 마음껏 골라도 돼. 금은보화든 진귀한 골동품이든,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가져갈 수 있어.

물론.

"가치 있는" 물건을 원한다면, 내 보물창고에 와서 마음껏 골라도 돼. 금은보화든 진귀한 골동품이든,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가져갈 수 있어.

하지만 정작 그녀는 오늘, 그런 '가치 있는' 물건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곡은 빈손으로 지휘관의 팔을 당겨, 자신 곁에 나란히 세웠다.

하지만 내가 주고 싶은 건, 그런 것들보다 훨씬 더 특별한 거야.

휘우.

곡의 말이 떨어지자 휘우가 그녀의 지시에 따라 둘 주위를 한 바퀴 돌더니 하늘을 향해 맑은 울음소리를 냈다.

자정이 되자, 지휘관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구룡성이 흐릿하게 보이는 걸 느끼고 눈을 비볐다.

자세히 보니 불빛이 흐려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등불이 구룡성의 거리에서 천천히, 하나둘씩 떠오르고 있었다.

숨 한 번 쉴 사이에, 하늘엔 별처럼 반짝이는 등불들이 은하수처럼 이어졌다.

내 신호만을 기다리며 오랫동안 준비한 거야.

구룡성의 남녀노소가 축복을 담은 등불을 하늘로 띄워 보냈고, 그 등불들은 지휘관이 서 있는 이곳을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

모두의 의지로 내가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처럼, 지금 이 순간, 모두가 너의 안녕을 바라고 있어. 네가 어디에 있든 길을 잃지 않도록, 항상 즐겁고 무탈하길 바라며, 백전백승을 기원하고 있어.

구룡성이 재건된 이후, 이토록 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축제는 처음이야. 이 모든 건, 너와의 인연에서 비롯된 거야.

그리고 오늘 내가 이 산에 오른 것도 전부 너 때문이야.

세상엔 말이지, 너로 인해 이어지고, 너로 인해 움직이는 것들이 있어.

이런 게 "기적"이 아니면 뭐겠어?

생일 축하해.

구룡의 사람들이 이 세상의 작은 기적을 함께 축하하는 동안, 은하수처럼 흘러가는 등불의 빛이 곡의 얼굴을 은은하게 비췄다. 그리고 그 모습은 유일한 동반자의 눈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둘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등불들이 멀리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등불 구경은 이걸로 끝이지만… 난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많아.

곡은 미소를 지으며, 그 말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

곡이 살짝 웃었다.

건강 잘 챙겨.

그녀는 손에 들려 있던 작은 기계 인형을 바라보며, 서로가 낯설었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 당시 들었던 평가는 여전히 그녀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기계체나 구조체는 고장 나도 고치면 되지만, 너는 아니야.

나는 네 안에서 인간 이상의 무언가를 봤어.

이렇게 연약한 육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최전방에 서서 흔들림 없이 그 자리를 지켰었지.

나도 가끔은 네 뒷모습을 바라보게 돼.

연약해 보이지만... 그 무엇보다도 굳건해.

더 솔직하게 말하고 싶어. 넌 칭찬 받을 자격이 있으니까.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아도 돼. 넌 칭찬 받을 자격이 있으니까.

곡은 선물을 조심스레 간직한 뒤, 곁에 있는 지휘관의 손을 살며시 토닥였다.

지휘관, 달빛도 좋은데 나랑 구룡성 좀 더 돌아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