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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대전 안이야!)
익숙한 불경 향이 코끝을 채우고, 연꽃 등불이 명멸하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귓가에는 웃음소리와 욕설이 뒤섞인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누구를 위해 싸우고, 누구를 향해 칼을 드는 것이냐?
구원이 필요하다면, 왜 절을 하지 않는가?
약하구나. 약하도다. 약해도 너무 약하도다!
이 정도 훈련으로 벌써 지쳤나? 구조체도 별거 없군.
내가 젊었을 때는 말이야...
아이고, 이런. 분노를 자제해야 하는데.
구조체라 해도 십여 시간 동안 이어진 검술 훈련을 버티기는 힘들었다. 신체의 피로보다 더 무서운 건 의식이 급격하게 소모된다는 점이었다.
검술 대가는 그들의 한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듯, 며칠 동안 그들의 신체적, 정신적 한계에 도전했고 훈련에 참여하는 인원은 점점 줄어들었다. 단순한 시험인지, 호기심 때문인지, 아니면 진정한 의도가 있는지는 대가만이 알고 있었다.
루시아는 금이 간 태도로 간신히 휘청거리는 몸을 지탱했다. 함께 훈련하던 다른 병사들은 모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고, 이런 노골적인 조롱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오호... 너는 기개가 좀 있구나.
이름이 무엇이냐?
쿨럭...
저는... ▄▆▃▅▂라고 합니다.
(아니, 이건?)
그렇다면, 너는 무엇을 위해 싸우고, 누구를 향해 칼을 드는 것이냐?
전...
대답 대신 루시아는 마침내 몸을 똑바로 세웠다. 그리고 손에 든 칼을 굳게 쥐고는 예리한 칼날을 결연히 앞으로 내질렀다.
……
눈앞의 풍경이 갑자기 환해졌다. 손에는 더 이상 칼이 없었고, 누구를 베어야 할지 알 수도 없었다. 근처 양지니들이 자신의 기척에 놀라 일제히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거기 서 있지 말고, 이리 와서 얘기해.
……
일찍부터 알고 있었어?
무례하구나, 스승이라고 불러라. 새벽 예불도 지켜보고, 경 읽는 것도 지켜봤다. 저녁 종도 몇 번이나 울렸는데. 이 늙은이가 눈이 어둡긴 해도 아직 장님은 아니다.
주지는 발밑의 침식체 잔해를 걷어차고 어깨의 칼을 내려놓았다. 칼집을 단단히 누르며 칼을 넣은 후, 양손을 등 뒤로 하고 홀로 산길을 오르며 중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내가 가르친 제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잊을 만큼 늙지는 않았다.
……
체념한 듯 그림자에서 나와 주지의 발걸음을 멀찍이 따랐다. 여전히 주지의 본심을 헤아릴 수 없었다. 그간의 잠복은 새와 짐승조차 자신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할 만큼 완벽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자신은 이미...
됐다. 안 불러도 좋다. 할 말 있으면 어서 말해보거라.
더 강한 힘이 필요해.
사원에 힘을 구하러 오는 자들이 많지만, 그중에 너는 없었다.
……
혈육의 몸으로 어떻게 침식체와 맞설 수 있는 거지?
……
세상만사는 먼저 하고 싶은지를 묻고, 그다음에 할 수 있는지를 묻는 법이다.
……
그 칼 때문인가?
이 말에 주지는 마침내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손에 든 칼을 들어 올려 애정 어린 눈길로 살펴보았다.
옛말에 칼 한 자루에 세 번 절하고, 한순간에 세 번 예를 올린다 했거늘.
나는 침식체와 싸우는 게 아니다. 이 모든 칼날은 나 자신을 향한 것이다.
대항... 자기 자신과?
주지가 갑자기 칼을 뽑아들자, 소맷자락이 휘날리면서 길가의 낙엽들이 흩날렸다.
한산아, 네 마음이 허망을 일으키는구나. 한산아, 네가 세속에 얽매였구나. 한산아, 네가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구나!
노인은 쳐다보지도 않고 자세를 바로잡더니, 긴 돌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갔다.
세 번의 칼질로 바닥에 떨어진 잎사귀들이 어둠 속에 가려졌고, 칼날이 튕겨낸 몇 방울의 맑은 이슬이 알파를 향해 빠르게 날아왔다. 그러자 알파는 가까스로 몸을 비켜 피했다.
오면 생각이 생기고, 가면 생각이 사라지느니라. 비록 생사를 싫어하나, 늘 세상을 지키게 되는 법이지.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매번 꿈에서 깨어날 때마다, 현실이라는 무거운 짐이 머리 위에 걸려있음을 느끼지 못했단 말인가?
알파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보이자, 노인은 그녀의 혼란을 느낀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 빛을 향해 갈 때, 누군가는 그림자를 향해 가야 하는 법이다.
인간은 너무 약해서 끝까지 갈 수 없어.
너무 집착할 것 없다. 육체의 본질은 소멸에 있으니, 생명의 예찬을 누렸다면 소멸의 쓴 열매도 맛보아야 하는 법이다.
적응성이 있을 텐데?
하하하, 나는 이번 생을 원만하게 살았으니 더 이상 미련이 없구나.
더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었을 텐데.
정신이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 달려 나간다면, 그 결과는 이미 예측할 수 없게 되지. 그리고 그런 통제 불가능한 상태야말로 위험할 수 있다.
……
이 늙은이는 이대로 만족하고, 사원도 누구의 소유물이 아니다. 수행할 뜻이 있다면 전처럼 마음대로 하거라.
가르침은 고맙다.
텅 빈 사원 대전에 들어서자 사방의 등불과 향 연기가 서서히 자신을 감쌌다.
주지의 검술을 모두 기억했지만, 잡음이 귓가에서 거미줄처럼 얽혀 맴돌았다.
이게 정말 올바른 길일까?
더 많은 힘이 필요하지 않을까?
칼을 휘두르고, 거두었다.
여기서 쓰러지는 건...
정해진 운명을 받아들이자.
몸을 굽혀 반걸음 물러선 뒤, 다시 칼을 뽑았다.
강해져야 해. 더 강해져야 해. 어떤 짐도 지니지 말고.
당신은 이길 수 없어요! 결코 패배할 겁니다.
더 순수하게, 더 집중하고, 더 무아지경이 되어야 해!
칼을 휘두르거라!
순간, 앞서 다가온 환영이 깨졌다. 주지의 모습이 불빛 가득한 긴 복도 끝에 서 있었고, 칼과 흰 칼집이 높은 단상에 걸려 있었다.
누각 깊숙한 곳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금빛 물결이 파문처럼 퍼져나갔다.
칼을 들어라!
천상의 존재도 겪는 다섯 가지 쇠락처럼, 화려한 관은 빛을 잃고, 높은 자리의 영광도 사라지니, 이 육신 역시 결국엔 마른 뼈가 되고 말 것이다.
기억할 필요도, 미련 가질 필요도 없다. 때가 되면, 이 칼이 네가 걸어갈 길을 증명하게 하거라.
주지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졌다. 그러면서 이어서 나타난 것은 자신과 가족이라 여긴 이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수많은 등불 중에 단 하나만이라도 자신을 위해 켜진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자신이 바라던 것은 이런 평범한 일상이었을 뿐이었다.
가족은 이 두 손으로 직접 지켜야 한다.
하지만 그 인간은 끝까지 갈 수 있을까?
곁에 계속 있기로 약속했었는데...
하지만 곁에 있을 수 있는 건 자신이 아닐 텐데...
기억이 점차 흐려지고 뒤섞였다. 그 고난이 없었다면, 무수한 겁의 세월도 물거품일 뿐이었다.
마음속 변화가 밖으로 드러나며 세상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천지가 색을 바꾸듯 하늘이 변하더니, 순식간에 폭우가 쏟아지고 번개가 번쩍이며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당신을 이루는 모든 조각들은 진정한 저 자신이 아닙니다.
……
너는 천천히 사라지기를 선택했고, 세상에 풀기 어려운 인연을 남기길 원치 않았다.
……
자아를 버리고, 칼이 되어라.
심판이자, 질문이자, 자기성찰이었다. 이 좁은 용기 바닥에서 무중력 상태로 떠있는 것 같았다.
눈을 감지 마라. 존재했던 모든 흔적을 지우지 마라.
알파!
번뇌의 고해에서 모든 등불이 꺼져갔다.
미세한 공명이 내면에서 솟아올랐고, 그 목소리가 혼란스러운 의식의 바다 위에서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모든 선택에는 인과가 있었고, 모든 갈림길에는 의미가 있었다. 결국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었다.
부족할지라도, 인연이야말로 전진의 동력이며 번뇌 또한 실마리가 되는 법이었다.
흐음...
멀리 가려면 가까운 곳부터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해. 절대 후회하지 않아.
!
알파는 이를 악물고 온 힘을 다해 앞으로 손을 뻗었다. 보검이 그 부름에 응답하듯 손 옆에 나타났다. 그리고 검을 뽑는 순간 불만에 찬 울음소리가 영혼을 울렸고, 푸른 번개가 순식간에 내리치며 주위가 대낮처럼 밝아졌다.
루나를 되찾았고
선별을 거부했으며
자신을 인정했고
우리를 부쉈다
그 목소리의 주인에게 이끌리듯...
바로 이 길을 선택했기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어.
<color=#ff4e4eff>무엇을 위해 싸우고, 누구를 향해 칼을 드는가?</color>
서툰 흉내는 이제 끝내주마.
내 답은 단 하나뿐이다.
알파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마음이 움직이자 그림자도 따라 움직였다.
설령 구원 따위 없다 해도, 난 이 길을 계속 가겠다.
날 막는 자가 있다면...
그게 신이든 부처든, 방해하는 건 모조리 베어버릴 것이다!
번개가 번쩍이는 케이블에서 푸른 연기가 피어올랐고, 거대한 흙으로 만든 불상이 머리와 몸이 분리되면서 바닥에 떨어져 가루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