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산을 비추면서 대전의 기와를 하나하나 밝게 비춰주었다. 그러자 아래쪽 사원이 더욱 장엄하고 깨끗해 보였다.
하늘이 완전히 맑아져서, 어제 폭설이 내렸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맑은 날씨였다.
지휘관의 피로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깊이 쌓여 있었던 걸까? 잠든 상태에서도 눈썹을 찌푸린 것을 보면, 아마도 이렇게 깊은 휴식을 취해본 적이 오래되었나 보다.
차라리 무거운 짐으로부터, 다른 이들의 시선으로부터 그리고 그들의 요구와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무의식적으로 낡은 담요를 다시 덮어주려다가, 왼손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전류에 황급히 손을 거두었다. 가슴 한편이 날카롭게 지리는 듯했다.
기와 틈을 비집고 들어온 눈송이 하나가 얼굴 위에 살짝 내려앉았다. 이내 녹아내리면서 잠깐의 반짝임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저번에 의식의 바다에서 그녀와 동기화됐던 영향일까?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깊이 있으면서도 헛되기도 한 이 감정들은 정말 자신의 것일까?
전혀 눈치채지 못한 [player name]은(는) 생체 시계 때문인지 뒤척이며 깨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자세가 그대로인 걸 보고는 안도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때를 맞춰 눈을 떠보니, 몰래 이쪽을 보고 있던 인간과 눈이 딱 마주쳤다. 그 순간, 곤란한 듯 잠이 확 달아난 표정이 꽤나 우스꽝스러웠다.
그녀도 이걸 봤으면 좋았을 텐데, 자신이 무조건 신뢰하는 인간도 이런 순간이 있다는 걸 말이다.
너무 방심한 채로 잤어.
그 말에 지휘관은 자신의 몸을 급하게 살펴보더니, 사지와 신체가 모두 온전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이대로 여기 있다간 나약해질 뿐이었다. 이제 깨어날 시간이다.
출발하자.
일부러 차가운 말투를 썼는데도 인간은 눈치채지 못한 듯 바로 따라왔다.
너무 둔했다.
묘하게 마음이 초조해졌다. 대전으로 이어지는 문을 찾아 열었을 때, 수많은 적의를 띤 시선이 느껴졌고 의식의 바다가 흔들렸다.
불쾌감을 억누르며 발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칼집 속에 있던 칼이 불안하게 떨렸다.
적이 다가오고 있어. 각오는 됐나?
[player name]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익숙한 전류 신호가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마치 숨 쉬는 것처럼 오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