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를 따라 외진 승방에 도착했다. 방은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지만 먼지가 쌓여있는 걸 보니,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듯했다.
눈보라를 피하니 몸이 따뜻해지면서 머리도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협력의 시작으로, 이번 방문은 사원과 관련 있다고 알파에게 애매하게 설명했다. 어차피 승격자들은 이런 열악한 곳을 차지하는 데 관심이 없을 거라 판단했다.
알파는 먼지를 털어내며 한쪽에 느긋하게 기대어 섰다. 자신의 새로운 모습에 꽤 만족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 사원하고 인연이 좀 있거든. 지금 대전에 골치 아픈 침식체가 있는데, 의식의 바다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이곳 사람들이 떠나면서 큰 길들을 모두 막아버렸어.
대전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그리고 돌무더기와 기와 조각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으며, 인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원이 워낙 넓어서 대전으로 가는 길을 찾으려면 꽤 애를 먹을 것 같았다.
짜증 나네. 전에 입던 옷이 다 망가져버렸어.
알파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미간을 살짝 눌렀다.
……
알파는 부정하지 않았고, 마치 날씨를 얘기하듯 가볍게 말을 이었다.
네가 없었으면, 그냥 강제로 들어가서 물건만 가져올 생각이었어.
네가... 그 정도 실력이 있다는 건 의심하지 않아.
일부러 아주 가까이 다가온 알파는 압박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녀가 한참 동안 뚫어져라 쳐다보자, 어색함이 밀려왔다.
알파는 왼 손가락으로 오른쪽 귀밑머리를 넘기더니 다시 칼에 손을 올렸다. 반대하지 않는 걸 보니 동의한 모양이었다. 지금의 알파와 조금씩 쌓아온 신뢰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지나가다 귀찮은 철덩이 몇 개 처리해 준 것뿐이야. 그 녀석들 마음대로 부르는 거라, 내 알 바는 아니지.
알파는 차갑게 부인했고,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하는 듯했다. 그녀의 짧은 대답만으로도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상대 세력을 말하는 거지? 여기 있던 사원 주지랑 관련이 있는 거 같아. 자세한 건 모르지만, 그들도 그 칼을 노리고 있더라고.
주제도 모르는 것들.
괴팍한 늙은이야. 신경 쓸 필요 없어.
아무튼 착한 놈들은 아니니까, 그것만 알아둬.
알파가 이곳에 온 목적도 그 칼을 가져가기 위해서인 걸까?
더 자세히 물어보고 싶어서 말을 걸려고 했을 때, 알파가 갑자기 칼집으로 지휘관을 살짝 밀어냈다.
그럼 넌 먼저 인간들의 일을 처리하고, 난 인간이 아닌 손님들을 상대하도록 하지.
알파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고, 지휘관은 승방 문 앞에 홀로 남아 몇몇 유랑민들과 어색하게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어라, 대장님은? 방금까지 여기 계셨는데...
당신은... 대장님의 사람이신가요?!
와! 대장님이 오토바이에 태우고 온 분이네요!
진짜 부러워요! 그 오토바이 정말 멋있지 않나요? 저희가 구경하려고 가까이 갔었는데, 대장님께서 무서운 눈빛으로 쳐다보셨거든요, 근데 직접 타보기까지 하셨다니!
와! 역시 대장님의 사람이군요!
두 유랑민은 오랜만에 적의 없는 사람을 만난 기쁨에 쉴 새 없이 자기소개를 해댔다.
제 이름은 투레입니다! 그리고 이 친구는 "철두"라고 해요! 그쪽도 대장님 사람이면, 우리와 형제나 다름없죠!
대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려고 왔어요!
지휘관은 바로 부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 당장은 수긍하고 정보를 얻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아니에요. 사원은 예전에 침식체 습격을 받은 뒤로 승려들을 모두 내보냈거든요. 지금은 텅 비어 있어요.
아, 산조직 사람들 말씀하시는 거죠?
마이아시에서 온 사람들인데, 착한 사람들은 아니에요. 마이아시에서 발붙일 곳이 없어져서 이곳으로 온 게 틀림없어요. 음산한 지역에 일부러 올 리가 없잖아요.
정말 얄미운 놈들이라니까요. 보검이 자기네 대장의 것이니 당연히 자기들 것이라고 우기면서, 승복 입고 점잖은 척하는데, 절대 속으시면 안 돼요!
보셨죠? 하나같이 칼이랑 총을 휘두르면서 편전을 차지하더니 우리를 공격하려고 했잖아요! 얘가 나름 눈치가 빨라서 다행이죠, 그렇지 않았다면...
아! 그 보검을 설명드리자면 말이 좀 길어져요.
사원의 전임 주지께서 무예가 아주 출중하셨는데, 떠나기 전에 대전의 큰 불상 뒤에 귀한 보검을 남기셨어요, 그걸로 침식체를 베면 두부 자르듯 쉽다는 소문도 있거든요.
못 믿으시겠으면 뒷산에 가보세요. 침식체 잔해가 가득하다니까요!
근데 그 보검이 그렇게 대단하다면, 어르신은 왜 직접 대전 안의 괴물을 처치하지 않은 걸까요?
글쎄요. 연세가 많으셔서 못 했던 게 아닐까요?
저희도 처음엔 그 귀한 보물을 가져가 값진 물건으로 바꿔볼까 했는데요...
그냥 포기했어요. 목숨이 더 소중하니까요.
맞아요. 인간의 육신으론 고통도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기계체랑 싸울 수가 없죠.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저 사람들이랑 계속 싸워봤자 소용없죠. 더구나 그쪽을 이길 수도 없고요.
역시 대장님께서 저희를 도우라고 보내주신 거군요! 저희한테 이렇게 잘해주시다니! 당신을 믿을게요. 대장님이 보낸 사람이니까요!
하아...
분위기를 따르긴 했는데, 왠지 골치 아픈 일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