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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경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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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펼쳐진 설해는 끝없이 넓었고, 하얀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다. 산 위의 차가운 공기는 칼날 같았고, 한때 익숙했던 풍경이 다시 눈앞에 펼쳐졌다.

충분한 마음의 준비를 했음에도, 이 견디기 힘든 추위에 몇 번이고 깊은숨을 쉬지 않을 수 없었다.

수송기는 산기슭까지만 접근할 수 있었다. 그 위로는 험난한 지형과 짙은 안개로 시야가 가려졌고, 극심한 저온으로 인해 많은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걸어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정보원들의 여러 차례 조사에 따르면, 예전에 사원 부근에서 퍼니싱이 극심하게 발생한 이후로 더 이상 생명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현재 저지대의 퍼니싱 농도는 안정적인 상태이며, 마이아시 외곽에 새로운 보육 구역을 개척하려면 이곳을 한 번 더 자세히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지리적 조건이 너무 열악해서 소수의 조사 부대만을 선발하여 선두로 목적지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끝없이 펼쳐진 설경과 주변은 고요한 적막으로 가득했다. 한 걸음, 두 걸음...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모두가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묵묵히 체력을 아끼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 참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불평을 내뱉었다.

이런, 누가 이런 뱀 한 마리도 지나가지 않을 곳에 새 구역을 만들 생각한 거야?

갑자기 어디선가 희미한 총성이 들려왔다.

곧이어 거센 광풍이 몰아치며 하늘은 순식간에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네. 맞습니다만... 워낙 넓고 인적이 드문 데다 날씨의 변화가 극단적이어서, 조사에서 빠진 지역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소나무 숲을 지름길로 조심스럽게 통과해 총성이 들려온 방향으로 탐색해 가자, 앞쪽 넓은 공터에 몇 채의 낡은 집이 드문드문 자리 잡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니, 멀리 위치한 사원이 눈 내리는 풍경 속에서 고요히 잠든 듯 서 있었다. 먹구름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곧 이곳에 도착할 것이 분명했다.

건물은 심하게 무너졌지만 충분한 엄폐물이 되어주었다. 이 건물 근처에서 총성이 들려왔고, 그늘진 곳의 움직이는 그림자들로 보아 꽤 많은 사람이 있는 듯했다.

이런! 우리 무기를 훔쳐놓고, 어디서 또 새로운 패거리를 불러들인 거야? 쓰레기나 주워 먹고사는 유랑민 주제에, 정말 뻔뻔하군!

우리 영역을 넘보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거냐?

다 벌집으로 만들어버려!

두목으로 보이는 자가 소리치자마자 헐렁한 승복 아래서 시커먼 총구들이 올라오며 불꽃을 토해냈다.

야! 우리도 가자! 두목님한테 못난 꼴을 보일 순 없지!

총알이 빗발치듯 사방에서 쏟아져 나왔고, 탄피는 사방으로 튀었다.

잠깐만요! 멈추세요! 저희는 적이 아닙니다!

한 발짝 앞으로 나선 대원이 양손을 높이 들고 흔들면서 그들을 설득하려고 했다. 하지만 총성은 멈추기는커녕 오히려 이쪽을 향해 더욱 맹렬히 쏟아졌다.

상대는 적대적이었고, 악의가 없는 사람조차 공격하려 들었다. 이제 와서 엄폐물을 찾기에는 늦어버렸다.

젠장,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건가요?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한 대원을 급하게 잡아당겼다. 너무 앞으로 나가있던 그는 균형을 잃고 넘어졌지만, 덕분에 정면에서 날아온 총알들을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 본능적으로 권총을 꺼내려 했으나, 잠시 망설이다 다시 손을 거뒀다.

자기방어를 위해서라도, 공격 의도를 보이는 순간 대화의 여지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몸을 낮추며 뒤쪽을 확인한 뒤 대원들의 후퇴를 엄호했다. 하지만 상대는 집요하게 추격해 왔고, 엄폐물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졌다.

지휘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각지대에서 불빛이 번쩍였고, 교묘한 각도로 날아온 총알이 공기를 가르며 이쪽을 향해 달려들었다.

순간적으로 반응해 바닥의 눈을 한 움큼 움켜쥐고는 상대를 향해 뿌렸다. 상대의 시야를 가려 추가 공격을 막으려는 동시에, 다른 팔을 가슴 앞에 들어 충격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 했다.

화약 냄새가 폭죽 같은 것이 그들은 자체 제작한 총기를 쓰고 있는 듯했다. 이로 따라 탄두의 궤도가 불안정해 예측하기가 더 어려웠다.

마음이 무거워졌고, 부상 부위에 대한 응급 처치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위기의 순간, 귓가에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번개보다 더 빠른 속도로 그림자 하나가 전투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

감히 내 사냥감에 손을 대?

거울처럼 반짝이는 칼날은 서리보다 날카롭고 차가웠으며, 순간적으로 그 위험한 탄두를 깔끔하게 두 동강 냈다.

모든 것이 슬로모션처럼 느껴졌고, 총알이 눈밭에 떨어지자 금속의 열기가 작은 원을 그리며 퍼져나갔다. 그제야 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교전 중이던 양측은 놀란 듯 웅성거리며 자연스레 동작을 멈췄다. 하지만 곧이어 유랑민 쪽이 더욱 기세등등해졌고, 앞다투어 건물 밖으로 뛰쳐나와 상대방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총알을 베어냈다고? 진짜야?!

그만! 총알 낭비하지 마!

대장님이다! 역시 대장님은 멋있어!

(휘파람 소리)

저놈들 홈 좀 내줘야겠어!

탄약이 없잖아! 일단 도망쳐!

돌덩이와 나뭇조각까지 무기가 되어 날아들었고, 전장은 순식간에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유랑민 측은 화력이 부족해서 계속 밀리는 중이었다.

그때, 오토바이를 탄 누군가가 차체를 낮추고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회전한 뒤, 갑자기 이쪽을 향해 방향을 틀어 눈과 모래가 거칠게 흩날리며 달려왔다.

알파

어서 타!

생각할 겨를도 없었던 터라, 포효하는 괴물 같은 오토바이와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순간, 본능적으로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그 순간, 미세한 전류가 온몸을 타고 흘렀고,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정지된 투영처럼 눈앞에 박혔다.

알파

나중에 얘기해.

그 손을 꽉 잡자마자 강한 힘으로 끌어올려졌다. 순간 어지러움이 몰려왔고, 가져온 혈청이 충분한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총성과 파괴음이 뒤에서 계속 들려왔다. 방금 그 총알을 다시 생각하니 안도해야 할지, 앞으로의 길을 걱정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지휘관이 본능적으로 알파의 허리를 잡자, 알파는 혀를 차고는 핸들을 비틀어 금속 야수를 타고 총성을 벗어나 달려나갔다.

오토바이가 전속력으로 달리자 주변 풍경이 일직선으로 흐려졌다. 바람에 실려 날아오는 눈송이를 피해 저절로 알파의 등 뒤로 얼굴을 숨겼다.

바람에 나부끼는 후드 테두리의 털이 보드랍게 느껴졌다.

간도 참 크다니까.

알파는 이곳의 지형을 잘 꿰뚫고 있는 듯, 속도를 줄이지 않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달렸다. 지휘관은 그녀를 꽉 잡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 오토바이를 타는 것도 두 번째라서 그런지, 왠지 모를 익숙한 느낌이 전해져 안도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 평화롭고 안전한 착각도 잠시, 오토바이가 멈춰 섰다.

도착했어.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리가 있었던 사원이 눈앞에 있었다.

업무 효율을 고려해서라도, 다음번엔 오프 로드용 군용 오토바이를 신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앉아있을 거야?

알파는 새끼 고양이를 다루듯 지휘관을 오토바이에서 내려놓았다. 땅에 발을 딛는 순간, 지금까지 잡음뿐이던 통신 채널에서 드디어 소리가 들려왔다.

지휘관님?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님? [player name] 님, 들리십니까?

그... 붉은 그림자가 총알을 베어내고, 갑자기 지휘관님을 전장에서 데려가는걸, 제대로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 후 양측은 모두 빠르게 철수했습니다.

괜찮으십니까? 그쪽 숲속에 침식체들이 몇몇 떠돌고 있었는데, 모두 지휘관님이 계시는 방향으로 쫓아갔습니다!

곧 폭설이 올 것 같았다. 사원 안쪽 상황도 불투명했기에, 예비 부대에게는 대기하라 지시하고 모두의 안전에 특히 신경 쓰라고 당부했다.

그 그림자가 조금씩 가까이 다가오자, 뒤늦게 경계심이 온몸을 휘감았다.

[player name] 님? 목소리가 끊기는데,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알파는 인내심이 바닥난 듯 통신을 끊어버리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공중 정원과의 통신은 끝났나?

알파가 일부러 묻는다는 걸 알면서도 할 말이 없었다. 이런 상황이 된 이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여유롭게 오른손을 바라본 알파는 새로운 모습에 적응한 듯했다. 화려하고도 위험해 보이는 문신은 어깨에서 시작되어 옷 속으로 이어져 있었다.

이제부터 우리 둘만의 시간이군.

알파는 무심한 듯 보였지만, 손가락은 칼집 위를 리듬감 있게 두드렸고, 말을 마치는 동시에 동작도 멈췄다.

대체 어떤 목적으로 이런 황량하고 외딴곳까지 찾아왔을까? 그리고 어떤 협력을 원하는 거야?

어디 한번 들어볼까? 지금은 시간도 있고 흥미도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