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의 지휘 아래, 마을 사람들은 준비되지 않은 신전의 행렬을 격퇴하고 여사제와 이번 의식의 제물을 생포했다.
한편, 라미아는 힘든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이곳은 현실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휘관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나란히 서 있었던 것도 결국 허상에 불과했다.
라미아는 고통과 도망치고 싶은 욕구를 참으며, 해변에 있는 사람들을 한 번 돌아봤다. 그리고 다시 이를 악물고 전투에 뛰어들었다.
군중을 헤치고 나온 해당은 사제의 원망 서린 눈길을 무시한 채 어린 라미아 앞으로 걸어갔다.
라미아 언니를 도울 방법이 없을까요?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해당.
고개를 살짝 숙인 어린 라미아는 감정 없는 눈빛을 보였다. 하지만 쥐고 있던 손에는 더욱 힘이 들어갔다.
소원을 빈 사람도 라미아고, 응답한 사람도 라미아야. 그래서 구하는 사람도 라미아고, 희생되는 사람도 라미아야.
한 사람이 승리하면서 동시에 패배할 수는 없어.
그건 다른 사람 이야기야. 라미아는 그걸 배우지 못해.
어린 라미아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라미아는 자신을 이기는 법을 배우지 못할 거야. 그녀는 도망치기만 하려고 하니까. 도망치는 건 비겁하지만... 효과는 있으니까.
미소를 지은 지휘관이 손을 뻗어 어린 라미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 저 여기있어요!
그... 그럼, 지휘관님은요?
이 말을 남긴 지휘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해안가에 있는 가장 큰 어선을 향해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