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 절벽 위, 라미아와 지휘관이 나란히 서 있었다. 감옥에서 탈출한 후, 그들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절벽 아래로는 장소를 옮겨 새로 선택된 의식 장소와 제물들 그리고 신전의 행렬이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과 천둥이 울리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의식이 지연되면서 바다신은 이미 규칙의 속박에서 벗어나 현실에 나타나려고 했다.
검은 비가 흩날리는 가운데, 깊은 바다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곳에서 성벽과도 같은 거대한 파도가 일어나 해안선을 향해 밀려오고 있었다.
거대한 파도 위 어두운 형체를 바라본 라미아는 잠시 멍해졌다.
(의미 없는 울음소리)
이 세계의 바다신이... 나였던 거야?
[player name]...
내가 바다신을 물리치면... 우리는 이 세계를 떠나게 되는 거지?
옷자락이 살짝 움직였다. 라미아는 지휘관의 뒤에서 옷을 붙잡은 채, 등에 이마를 기댔다. 마치 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타조와 같았다.
꿈에서 깨어나면, 옷도 벗겨지고, 모든 게 현실로 돌아가겠지.
조... 조금 후회가 돼. 여기서... 너와 난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잖아. 승격자라는 신분도, 네가 지휘관이라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우리는 같이 바닷가를 거닐 수 있고, 바비큐도 해 먹을 수 있어. 그리고 시장을 구경하고, 어부의 노래도 만들 수 있어.
이 세계에는 퍼니싱도 없어. 바다신이 일으키는 폭풍우가 있기는 해. 하지만!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야.
옷을 잡은 라미아의 손에 힘이 조금씩 더 들어갔다. 라미아의 감정 변화가 손끝의 느낌을 통해 마음으로 전해져왔다.
나... 난 이 세계가 위험하다는 걸 알아. 그리고 널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어.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지금만큼은... 네 눈에 나만 있잖아.
손을 든 지휘관은 잠시 공중에서 망설이다가, 결국 라미아를 살며시 안아주었다.
알았어. 미안해. 쓸데없는 소리를 했네.
라미아는 방금 했던 말들을 털어내려는 듯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가슴을 펴고 힘차게 전진하려다가,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기 직전 다시 멈춰 섰다.
아... 아니. 그걸 물어보려던 게 아니야.
라미아는 입술을 깨물며 시선을 피했다.
저기... 나한테 무슨 말이라도 해줄 수 있어? 그러니까...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다른 대원들한테 하는 것처럼 말이야.
알... 알았어. 열심히 싸울게. 넌... 여기 있으면서 조심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