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깨끗한 돌 벽에 숲의 그림자가 비쳤다. 두 사람은 라미아의 안내에 따라 수레를 끌며 마을의 문을 지나갔다.
시끄러운 소리가 멀리서부터 가까워지자, 분위기는 조금씩 활기찼다. 다양한 사람들이 거리로 모여 가판대를 세우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려 했다.
여기에 수레를 세우면 돼. 후. 너무 힘들었어. 앉아서 좀 쉬자.
하... 하지만 나도 네 곁에 계속 있었잖아.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것도 체력 소모가 크다고.
그리고 네가 마을의 아침 시장이 어떤지 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더라면, 난 이 시간에 일어날 일이 없다고... 하암.
라미아는 나른하게 하품하며, 소매를 잡고는 어깨에 기댔다. 그러자 머리가 흔들리더니 고개가 아래로 기울어졌다.
어? 당연히 팔아야지. 그래서 너한테 이걸 맡긴 거야. 으음... 움직이지 마. 좀 더 자게 해줘. 너무 졸려. 쿨... 쿨...
쿨... 쿨...
이거 얼마에요?
옆에 있는 사람과 손님의 대화가 들리면서 상대가 뭔가를 의식하며 조심스럽게 동작하는 것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라미아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번졌다. 그녀는 눈치채지 못하게 자세를 조금 바꾸었고, 표정도 한층 더 편안해졌다.
이렇게 일찍 일어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찰칵.
작은 기계 소리가 라미아를 깨웠다. 눈을 비빈 그녀는 한참 후에야 옆 사람의 행동을 알아차렸다.
음... 지금 뭐 하는 거야?
응?
하암... 이게 너희 고향에서 어떤 사람이나 장소에 대해 존경할 때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말하지 않았어?
여긴 그냥 평범한 시장일 뿐이야. 특별한 곳도 아니잖아?
너희 고향의 전통은 참 마음대로 구나. 근데 물건은 잘 팔았어? 어? 벌써 다 팔았다고? 엄청 빠르네! 지난번에 왔을 때, 밤까지 팔았었는데.
콜록콜록! 그... 그럼, 물건을 다 판 데에는 내 공로도 있다는 거지?
윽... 그... 그렇게 쳐다보지 마. 그... 그냥 한 번 말해본 거야!
어, 저기 봐. 저쪽 가판대 음식이 엄청 맛있어 보이는데!
라미아는 능청맞게 주위를 둘러보며, 화제를 억지로 돌리려 했다.
하지만 이내 흥미로운 것을 진짜로 발견한 듯, 상대를 끌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갑자기 생각난 건데, 너 지금 갈아입을 옷이라곤 해당이 집에서 가져온 게 유일하잖아? 옷 몇 벌이나 필요해?
라미아는 말하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았고, 다양한 가판대에 고개를 내밀며 이것저것 고르고 있었다.
후후... 이거 참 귀엽네. 한번 써볼래?
아, 이 석상의 표정이 너랑 비슷해. 둘 다 찡그리고 있잖아. "나 지금 중요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방해하지 마."라는 표정 같아.
눈앞의 사람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에게 시달리는 모습을 본 라미아는 왜인지 모르게 평소와 다른 기쁨을 느꼈다.
어. 미... 미안. 내가 좀 들떴었나 봐? 그... 그럼, 이거 사고 어서 돌아가자.
음... 아마도 다른 사람과 함께 시장에 와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 예전에는 물건을 다 팔면 바로 돌아갔으니까. 신전에서 의식을 주관할 때도 집, 신전만 왔다 갔다 했었거든. 별로 쉬어본 적도 없어.
라미아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대답하면서 사 온 물품들을 정리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행동을 멈춘 라미아는 고개를 돌려 무언가를 듣는 듯했다.
아! 너... 너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급히 달려간 라미아가 한참 후에야 무언가를 안고 돌아왔다.
응? 너 소라 피리 몰라? 난 해안가에 사는 사람들은 다 아는 줄 알았는데.
어부들에게는 어디서든 조개나 소라를 주워서 연주하는 게 일종의 놀이거든.
라미아는 천천히 눈을 감고는 소라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따~ 따따~ 따따~
따따따따따따따~
잔잔한 선율이 광장에 울려 퍼지자, 시장의 사람들도 손을 멈추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음악은 오래 가지 못해 멈췄다. 그리고 라미아는 입술을 다문 채 소라 피리를 건넸다.
이거 너한테 줄게. 방금 파는 거 도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전에 나한테 노래도 가르쳐줬잖아?
이건 음악을 알려줘서 주는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해.
잠시 망설이다가, 방금 들은 멜로디를 따라 불기 시작했다.
…………
눈을 감은 라미아는 노래를 듣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멜로디 속에서 무언가를 찾는 듯했다.
그녀는 음악에 맞춰 몸을 가볍게 흔들면서 조금씩 다가왔다.
곡이 끝나기도 전에, 라미아의 온기가 은은하게 느껴졌다.
…………
라미아가 더 가까이 다가왔다.
긴 속눈썹이 살짝 떨리면서, 머리카락 끝이 바람에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마치 손끝이 살짝 닿는 듯했다.
연주를 멈추고 라미아에게 알려줄지 생각하는 순간...
쿵쾅!
대낮에 천둥이 치더니, 갑자기 세계가 빛을 잃었다.
우르르!!!
그 소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고, 귀가 찢어질 듯한 천둥소리는 계속 이어지더니 조금씩 더 커졌다.
분명히 정상적인 날씨라고 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늘 끝에서 갑자기 짙은 먹구름이 나타나더니, 무서운 위세를 보이며, 천천히 마을로 다가왔다.
먹구름 아래, 칠흑 같은 파도가 살아있는 듯 빠르게 해안선으로 퍼져나갔다.
히익!
라미아는 놀라서 몸을 바짝 달라붙었다.
정지 버튼을 누른 듯, 시장은 순간적으로 멈췄다가 곧바로 혼란에 빠졌다.
놀란 소리, 분노의 소리와 기도 소리가 뒤섞이면서 천둥소리와 맞먹을 정도로 커졌다.
지휘관은 라미아의 귀를 막은 뒤,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눈을 맞춘 후 입술로 말을 전했다.
한참을 흔들리던 라미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니야. 이건 그냥 폭풍우가 아니야. 바다신이 화난 거야.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분명히 얼마 전에 의식을 치렀는데.
아니야. 우... 우리 어서 돌아가야 해. 마을이 위험해질 거야.
대답 대신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이 떨어졌다. 그러면서 방금 산 물품들이 땅에 흩어졌다. 주울 새도 없이 라미아는 손을 잡고는 성문 방향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