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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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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속의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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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폭풍우가 지나간 하늘은 맑았고, 긴 해안선에는 깊은 바다에서 온 선물들로 가득했다.

라미아는 해당과 어제 구조한 젊은이를 데리고 모래사장에 구덩이를 판 뒤, 물고기와 새우를 고르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숨 자고 났는데도 기억나는 게 없어? 우리가 도와 줄 순 있지만, 단서가 없으면...

이름은? 사람 이름이나 지명 같은 건... 설마 이름까지 잊어버린 건 아니지?

손을 멈춘 라미아는 상대가 알려준 이름을 가만히 되뇌었다.

이 이름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그런데 우리 쪽 사람 이름 같지는 않아요.

네? 저와 이름이 같다고요?

작은 소녀의 눈이 더 커졌다. 그리고 그녀는 급히 자신의 소매를 걷어 올리고는 상대방 앞에 내밀었다.

이... 이 모양 맞아요?

참 신기하네요. 이 세계에 이름도 같고, 특징도 같은 사람이 정말로 있나요? 전 동화책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왜냐하면 전 당신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러니 어떻게 저를 기억할 수 있겠어요?

이 대답을 들은 상대는 그저 온화하게 웃으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음... 여전히 쓸 만한 건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며칠 뒤 도시에 들어가면, 신전의 사제들에게 물어볼게. 사제들은 아는 게 많으니까 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몰라.

고향에 신전과 사지에 장이 없다고요? 그럼, 바다신이 화나시면 어떻게 해요?

아... 운에 맡기시는구나. 참 안 됐네요.

해당이 동정의 눈빛을 보내자, 라미아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몸을 돌려, 해안선 반대편 하늘을 가리켰다.

저 멀리 솟아오른 산맥이 보였고, 그 산의 가장 높은 곳에는 화려한 건물이 서 있었다.

다시 말해줄게. 저기 보이는 곳이 신전이야. 그런데... 절대 신전에 들어가지 마.

그곳은 아주 엄격한 곳이야. 호위병들도 하나같이 무섭거든. 나도 신전의 의식을 주관하는 일을 사제들이 맡겨줘서 그 안에서 활동할 수 있는 거야.

어. 사제들이 바다신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폭풍우를 쫓아내는 방법의 하나야. 어제 네가 위험에 처했을 때 만났던 폭풍도 신전에서 의식을 막 치렀기 때문에 그렇게 빨리 물러갔던 걸 거야.

경험상, 삼사일은 걸려야 끝나는 거였는데... 응? 지금 뭐 하는 거야?

라미아는 앞에 있는 사람이 단말기를 꺼내 신전을 향해 겨누는 모습을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찰칵.

사진 찍어서 존경을 표현한다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상대는 라미아의 혼란스러운 시선을 받으면서 단말기를 조작해 이메일을 보냈다.

너 지금 대체...

라미아가 말을 마무리하기도 전에 왁자지껄한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조용했던 해변이 조금씩 시끌벅적해졌다.

앗, 큰일이야. 사람들이 다 일어났어. 어서 움직여야 해. 안 그러면 다 뺏겨!

라미아는 다짜고짜 상대의 옷자락을 잡아끌며 더 먼 곳으로 달려갔다.

라미아는 양동이를 들고 좌우를 살피며 모래사장을 걸었다.

해당은 어느새 뒤처져서 오고 있었고, 그 새로운 친구는 계속 따라오고 있었다.

라미아는 눈썰미를 발휘해 한 곳을 선택한 뒤, 몸을 낮춰 두어 번 힘껏 파냈다. 그러자 깊은 구덩이가 드러났다.

여기... 양동이 좀 들어줘. 됐다. 완성!

일어난 라미아의 양손은 조개로 가득 차 있었다.

오늘 저녁은 이걸로 하자. 너 조개 좋아해?

헤헤. 나도 좋아해. 우리 입맛이 비슷하네.

그렇구나. 그래도 괜찮아! 양동이에 해산물이 많으니까, 네가 먹고 싶은 게 분명히 있을 거야.

라미아는 조개를 양동이에 넣고 잠시 생각하더니, 방향을 바꿔 계속 걸어갔다. 멈출 생각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응? 왜? 돌아가고 싶어? 힘들면 잠깐 앉아서 쉬어.

난 조금만 더 줍고 갈게. 평소에는 이런 기회가 잘 없거든. 오늘 조금 힘들면 앞으로 며칠 동안은 이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되니까.

질문이 좀 이상하네. 내가 외부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야. 난 여기서 태어났어. 그러니 여기서 쭉 자랐지.

잠깐만... 혹시... 너 내 나이를 알고 싶어서 돌려 물어보는 거야?

…………

라미아는 대답하지 않고, 해산물이 담긴 양동이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상대의 손을 잡고 바다 쪽으로 걸어갔다.

바로 여기야. 일어서 봐. 날카로운 암초들이니까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잘 봐. 나랑 같이 해보는 거야.

깊게 숨을 들이마신 라미아가 바다를 향해 외쳤다.

나... 일... 하기... 싫... 어. 너... 무... 힘... 들... 어.

바... 다... 신... 매... 일... 해... 산... 물... 한... 양... 동... 씩... 문... 앞... 에... 놔... 주... 면... 안... 돼.

네가 보는 것처럼, 이렇게 불만을 표출하는 거야. 기분이 안 좋을 땐, 이렇게 바다를 향해 외치면 좋아져!

어. 네 표정과 질문이 모두 심각하잖아. 예전부터 말하려고 했었는데, 왜 그렇게 걱정이 많은 것처럼 보여?

아. 이해했어. 사제가 처음 날 신전으로 데려갔을 때, 엄청나게 긴장했었거든. 그런데 나중에는 점점 익숙해졌어.

집에 돌아가는 길을 정말 못 찾겠으면, 여기 남아도 돼. 너 한 명 더 있다고 우리 집이 굶어 죽을 정도로 가난하지는 않으니까.

상대는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라미아는 그걸 쑥스럽다고 생각했다.

너는...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네 모습을 보면, 평소 자신을 많이 억누르는 것처럼 보여.

그리고 지금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잖아. 그냥 세계가 너한테 긴 휴가를 준 거라 생각하고, 좀 쉬는 건 어때?

그래. 귀찮은 일은 그냥 잊어버리는 거야. 고통받으려고 사는 게 아니잖아. 항상 찡그리다 보면 금방 늙어버린다고.

라미아는 힘차게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고 상대가 멍한 눈빛을 보내자, 고개를 기울여 살짝 웃었다.

너 방금 나한테 이렇게 사는 게 좋냐고 물었었지? 여기서 며칠 더 지내다 보면 그 대답을 알 수 있을 거야. 너한테 여러 가지 재미있는 것들을 보여줄게~

라미아는 원하는 대답을 들었다는 듯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암초에서 뛰어내린 뒤, 물을 밟으며 해안가로 돌아갔다.

가자. 늦었어. 그러니 조금만 더 줍고 돌아가자.

돌아왔을 땐,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고, 그 둘을 맞이한 것은 독특한 밤의 축제였다.

열정적인 마을 사람들이 밤바다를 밝히며, 낮에 잡은 물고기를 아낌없이 내놓았다. 사람들은 모닥불 주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오늘의 수확을 축하하면서 바다의 선물에 감사했다.

둘은 모닥불 한쪽, 사람들에게서 적당히 떨어진 곳에 앉았다.

아쉽네. 내 요리 솜씨를 보여줄 겸 직접 저녁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하지만 공짜로 한 끼 얻어먹고, 내가 해야 할 것도 없으니, 손해는 아니야. 괜찮아.

마을 사람들이 건네는 구이를 먹으며 라미아는 기분 좋게 기지개를 켰다.

하품을 하려는 찰나, 익숙한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

아, 찾았네요! 왜 이렇게 한적한 데 앉아 있어요? 그리고 어울려서 놀지 않으세요? 저쪽이 더 시끌벅적하잖아요.

피곤해서 그냥 보면서 쉬고 싶어. 나한테 두 가지 이상의 동작을 요구하지 마.

가짜로 신음을 낸 라미아는 손에 들고 있던 꼬치를 던진 뒤, 모래사장에 몸을 늘어뜨렸다.

쳇, 정말 게으르시네요. [player name] 님은요? 같이 안 놀 거예요?

그럼, 다른 특기 없으세요? 노래도 괜찮아요.

하하하, 농담이죠? 낚시가 무슨 특기예요. 여기 사람들은 대부분 어부라 그런 건 특기가 아니에요.

와와와?!

이 말에 해당은 감탄했고, 라미아도 살짝 고개를 돌리며 입을 벌렸다.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미묘한 의미가 담긴 눈빛이었다.

?

그래도 낚시는 특기로 칠 수 없어요. 당장 보여줄 수도 없잖아요. 노래라도 불러주세요. 오늘 같은 축제의 밤을 즐겨 봐요. 네? 네?

어?! 제가요?

알았어요. 그럼, 라미아 언니가 가르쳐준 노래를 불러볼게요.

해당은 옷깃을 정리하고는 모닥불 옆으로 가서 목을 가다듬었다.

따~ 따따~ 따따~

따따따따따따따~

소녀는 집중하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잘 모르겠어. 그리고... 가사가 있었던 거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아.

라미아는 해당을 바라보며, 함께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따~ 따따~ 따따~

인간도 잠시 침묵했다가 그녀들의 노래에 합류했다. 하지만, 이 모호한 흥얼거림과 달리, 인간은 가사를 또렷하게 불렀다.

어? 어떻게... 이 노래를... 너도 들어본 적 있어?

그럼, 뒷부분을 가르쳐줄 수 있어? 방금 너 따라서 몇 마디 부르긴 했는데, 그다음이 기억나지 않아.

인간은 라미아를 바라보며, 입을 움직이면서 하려던 말을 망설이는 듯했다.

그러다 한참 후에 한 단어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