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게 타오르는 벽난로 옆에 앉아 꿀이 들어간 베리 케이크를 맛보고 있었다. 달콤한 케이크가 배속에 들어가자 안락함이 안에서 밖으로 퍼져나가며, 몸이 따뜻해지더니 조금씩 졸음이 몰려왔다.
피곤해?
로제타가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자, 입안에 케이크가 가득 차 있는 지휘관은 고개를 저으며 이 졸음이 피로에서 오는 것이 아님을 몸짓으로 표현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 모두가 지휘관의 생일을 축하하고 싶어서 지휘관을 이곳까지 불러오게 됐네. 정말 미안해.
오늘은 지휘관의 생일이다. 숲을 지키는 자는 로제타에게 이 소식을 듣고는 적극적으로 지휘관에게 생일을 축하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휘관도 그들의 마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기에 로제타와 함께 숲을 지키는 자의 거주지로 향해 그들이 마련해준 생일 파티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 파티에서 지휘관은 숲을 지키는 자의 따뜻한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옆에 서 있는 로제타가 입을 뻐금거리며 무언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게 보였다.
나도 봤는데, 참가하고 싶더라.
하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어.
창밖을 바라보는 로제타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밖에서 흥겨운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하늘이 준 선물"을 가지고 있는 새로운 도시에선 구조체와 인간이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숲을 지키는 자의 상황이 이렇게 된 건, 모두 지휘관의 도움 덕분이야.
그래서 지휘관한테 정중하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어.
어쨌든, 난 꼭 지휘관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
그러니 꼭 받아줘.
맞아. 그러니 앉아 있어.
그대로 앉아 있어.
로제타는 말하면서 양손으로 지휘관의 얼굴을 살며시 감싼 뒤, 살짝 들어 올렸다가 천천히 몸을 낮추었다.
이마가 맞닿으면서 서로의 온기가 느껴졌고,
그곳을 통해 다리가 놓인 것처럼, 서로의 감정을 서투른 말이 아닌 접촉을 통해 직접적으로 전해졌다.
다음 요청은 조금 무례할 수도 있어. 지휘관...
널 안아도 될까?
로제타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웠기에 그 미세한 요청이 정확하게 지휘관의 귀에 들어왔다.
아니. 이건 감사와는 조금 다른...
지휘관이 앉아 있는 상태였기에, 로제타는 기사처럼 무릎 하나를 꿇고 자세를 낮추어 눈높이를 맞추었다.
서로의 접촉은 끊어지지 않았다. 긴밀하게 맞닿는 부분이 이마에서 얼굴 옆으로 그리고 마지막엔 상반신으로 이어졌다.
이마를 맞대는 것은 감사의 감정을 머리로 직접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라면, 꽉 끌어안는 것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중요한 감정을 상대방과 나누고자 하는 행위였다.
난 항상 운이 좋지 않은 편이었고, 불운한 일도 많이 겪었어.
하지만 그런 불운한 삶 속에서 행운이라 할 수 있는 일이 내게 생겼어.
오늘이 네 생일이잖아.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덕분에 내가 너와 만날 수 있었어.
그래서 난 오늘이 정말 멋진 날이라고 생각해.
빠각!
지휘관이 앉아 있던 의자에서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났다.
지휘관!
의자의 한쪽 다리가 너무 오래된 탓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부실했는지, 지금 이 순간 부러지고 말았다.
로제타는 빛나는 날개를 빠르게 펼쳐 몸을 공중에 띄운 뒤, 두 팔에 힘을 주어 지휘관을 꽉 껴안았다.
좋은 소식이라면, 로제타 덕분에 바닥에 넘어지지 않았다는 것이고,
나쁜 소식이라면, 로제타의 힘이 조금 과했던 데다, 그녀의 몸에 있는 갑옷 때문에 지금 느껴지는 통증이 바닥에 넘어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거라는 것이었다.
로제타는 바닥에 앉아 아픈 곳을 주무르고 있는 지휘관을 미안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미안. 지휘관.
내 운은 정말...
지휘관이 로제타의 말을 끊었다.
아니면 지금의 불운은 함께 있는 가장 큰 행운과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지.
로제타가 낮게 무언가를 속삭이는 듯했다. 다시 그녀를 봤을 때,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들고 있었다.
가장 큰 행운... 이렇게 생각하니 그렇게 우울해할 일은 아닌 것 같네.
정신 차리고, 가장 큰 행운을 잘 지켜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