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지휘관님.
뒤를 돌아보니, 비앙카가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비앙카의 초대로 공중 정원의 상업 구역에 있는 작은 바에 오게 됐는데, 단말기의 내비게이션만으로는 찾기 힘든 그런 곳이었다.
영화관 입구에서 왼쪽으로 가다가 세 번째 골목에서 간판을 볼 수 있다고 남긴 비앙카의 정확한 정보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직사각형의 공간에는 바 카운터 하나만 겨우 들어갈 수 있었고, 모퉁이에는 첼로, 기타, 젬베 같은 대형 악기들이 놓여 있었다. 좁은 공간의 구석구석이 거리를 재서 디자인됐고, 세심하게 배치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생일 축하드려요.
비앙카는 여전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다른 쪽 손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내 바텐더에게 건네고 있었다.
제가 직접 만든 스파클링와인이에요. 몇 번의 휴가 동안 배운 결과물인데, 별로라도 지휘관님께서 양해해 주시길 바라요.
비앙카와 함께 샴페인 마개를 따는 바텐더를 봤다. 맑은 기포가 듣기 좋은 소리를 내며 올라왔다.
술잔이 부딪힌 뒤, 입안에 들어간 스파클링와인은 기포 속에서 상큼한 단맛을 퍼뜨렸다. 그 뒤를 따라 다른 과일 향이 입안을 누비기 시작했다.
몇 달 전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는 길에 버려진 포도원을 지나쳤는데, 그곳에서 자라고 있는 포도 몇 송이를 발견했어요.
그 후로 지상에서 아직 자라고 있는 과일들을 찾아 이 스파클링와인을 만들었어요.
"영화관 입구에서 왼쪽으로 가다가 세 번째 골목"이잖아요.
영화를 보고 나면 가끔 여기 와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술 협회의 음악가들이 가끔 공연하러 오거든요. 그들은 이 시대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들이겠죠.
우리에게 이런 자유는 멀게 느껴지지만, 그것이 오히려 제가 계속 싸울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해요.
가능하다면... 아, 그녀들이 왔네요.
레일라, 늘 하던 대로?
당연하지.
"레일라"라고 불리는 바텐더는 네 개의 잔과 위스키 한 병을 꺼냈다. 예술 협회의 멤버 세 명은 다양한 악기가 놓인 구석으로 간 뒤, 각자의 장비를 챙겼다.
간단한 음향 조정 후, 첼로가 먼저 켜졌다. 낮고 묵직한 음색을 시작으로 그녀들의 즉흥 연주가 시작됐다. 레일라는 바 카운터 아래에서 작은 피아노를 꺼냈다. 그제야 그 네 번째 컵은 레일라 자신의 몫이라는 걸 깨달았다.
재즈 음악이 시작되자 비앙카는 조금씩 다리를 흔들기 시작했고, 그녀의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지휘관님, 모든 일이 끝나면 전 그 포도원을 다시 재건해보고 싶어요.
술잔을 바라보던 비앙카가 다시 지휘관과 눈을 마주쳤다.
와이너리 주인이라는 신분은 당연히 저와 어울리지 않겠죠? 저는 거기에 학교를 세우고 싶어요.
그 시대의 아이들은... 우리와 완전히 다른 어린 시절을 가지게 될 거예요. 그리고 학교에는 반드시 정원을 만들 거예요. 그리고 교실도 좀 더 크게 할 거고요. 그리고...
비앙카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상에 빠진 그녀는 리듬에 따라 다리를 흔드는 걸 멈췄다.
그날이 오면 정식으로 지휘관님을 초대할게요.
다시 한 번 잔을 부딪쳤다. 알코올이 조금씩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고, 지휘관은 자신도 모르게 리듬에 맞춰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고 있었다.
제가 만든 학교에는 항상 지휘관님의 방이 있을 거예요.
음악이 피아노 독주로 마무리되면서, 지휘관과 비앙카의 잔은 이 순간 바닥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