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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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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와 함께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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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의 밤은 생각보다 밝았다.

달빛이 얇은 구름을 뚫고 지면을 비추려했고, 이때 쌓인 눈에 반사되면서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쌓인 바위들을 오르고, 울창한 숲을 지나 산 정상에 오르면, 혼잡하고 복잡했던 풍경이 어느 순간 탁 트인다.

가파른 지형이 평평해지면서, 시야를 가리는 물체도 사라지게 된다. 저 멀리 바라보니,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고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정상에 오른 보상으로 이런 느낌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

붉은 오토바이가 중앙에 위치해 있고, 그 옆에는 타오르는 모닥불이 있었다. 알파는 모닥불 옆에 앉아 장작을 던지고 있었고, 페르시안 고양이는 그녀의 다리 위에 몸을 웅크리고 모닥불 쪽으로 느릿하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모닥불을 두어 번 건드리자, 흔들리는 불빛이 알파의 옆얼굴을 비췄다. 그녀는 지휘관의 존재를 이미 알아차렸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여기까지 오다니, 정말 대담하군. 승격자의 함정이 아닐까 무섭지 않아?

적을 믿는다?

이게 공중 정원의 작전이었다면, 내가 먼저 당하는 일은 없을 거야.

지휘관은 알파의 가시 돋친 인사가 이제는 익숙해졌다.

질문이 바닷속에 가라앉은 돌이라도 된 듯 상대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냥 던져본 말이었기에, 알파가 이걸로 바뀔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모닥불 옆 눈에 반쯤 덮인 바위 몇 개가 눈에 들어온 지휘관은 그곳으로 걸어가 알파와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앉았다.

지휘관이 무단으로 다가온 것에 대해 알파는 반기지도, 거부하지도 않았다. 그냥 모닥불을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고, 그녀의 눈동자에 불빛이 비치고 있었다.

하얀 고양이가 오히려 더 열정적이었다. 고양이는 알파의 다리에서 지휘관의 품으로 다가가, 발톱으로 크로스백을 툭툭 치며 소리를 냈다.

지휘관과 알파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분위기는 차츰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 장작이 타 들어가는 소리, 숲 깊은 곳에서 울리는 알 수 없는 새들의 울음소리... 평소에는 간과하기 쉬운 소리들이 지금은 유난히 선명하게 들렸다.

이런 고요한 느낌은 흔치 않은 것이어서 싫지만은 않았다.

새로 모닥불에 던진 장작에서 소리가 나자, 알파는 고개를 들어 지휘관 쪽을 바라봤다. 그 눈빛과 표정은 예전과 변함이 없었다.

생일 축하해.

직설적이고 단순한 축하였다. 그리고 말투에는 특별한 감정이 섞여 있지는 않았지만 아주 진지했다.

욕심이 많군.

……

"생일 축하해."라는 말 외에 뭘 더 원해?

α

그냥 얘기해 보라는 거야.

케이크?

알파의 질문에 지휘관은 가방에서 작은 케이크를 꺼내 알파에게 건넸다.

알파는 지휘관 손에 있는 케이크를 몇 초간 바라보다가 건네받았다.

알파는 숟가락으로 케이크를 조금 떴다. 하지만 먹지는 않고, 그렇게 손에 든 채 생각에 잠긴 듯 조용히 바라보았다.

케이크를 건네는 순간, 품에 있던 고양이도 신나서 발로 가방 입구를 긁으며 기대 어린 눈빛을 보냈다.

지휘관은 속으로 "요 녀석..."이라고 말하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함께 가져온 고양이 간식을 꺼내 다리에 올렸다.

고양이는 호기심 어리게 냄새를 맡아본 뒤, 조금 맛보더니 이내 대만족하며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한편 알파도 오랜 시간 바라보던 케이크를 입에 넣었다.

지휘관은 보기 드문 장면을 본 느낌이었다.

……

하지만 알파는 한 입 맛본 후, 숟가락을 케이크 위에 둔 채 더 이상 먹지 않았다.

아니.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알파가 숟가락으로 케이크를 떠서 지휘관의 입에 밀어 넣었다.

케이크는 문제없어. 맛도 좋아.

남은 건 네가 먹어.

케이크는 다시 지휘관의 손에 건네졌고, 알파는 벼랑 끝에 서서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긴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잠시 후 알파는 몸을 돌려 지휘관을 다시 쳐다보았다.

전에 말했던 생일 소원이 생각나면 말해줘.

내가 그걸 이뤄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