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물속 깊이 가라앉는 듯하다가, 서서히 오랜 잠에서 깨어나듯 꿈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지휘관의 뺨을 누군가가 톡톡 두드렸는데, 따뜻한 촉감이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리게 해주었다.
희미하고 흐릿한 시야 속에 익숙한 모습이 지휘관 앞에 쭈그리고 앉아 지휘관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오, 깨어났네? 세상은 이미 퍼니싱에 파멸됐어.
위협적인 목소리에 놀라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목소리와는 달리 이곳은 보육 구역의 휴게실이었고, 지휘관은 잠깐 잠들었던 것뿐이었다.
그러나 주변의 익숙한 환경이 오히려 의식 속의 경계심을 자극했다.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될 이"가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정해. 그렇게 경계하지 마. 방금 한 말은 그냥 겁주려고 한 것뿐이야.
넌 임무 중에 잠깐 졸았고, 나 같은 적대자가 그 틈을 이용해 널 지켜본 것뿐이야.
은발의 승격자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지만, 그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기억이 스멀스멀 떠오른 인간은 지상에 온 뒤로의 일들을 되짚기 시작했다. 많은 일을 처리한 지휘관은 지친 몸으로 보육 구역으로 돌아와 바로 잠들었다.
내가 뭘 하려는 것 같아? 아니면, 오늘이 무슨 날인지 잊었나?
답하기도 전에 작고 차가운 철제 박스가 지휘관의 손에 쥐어졌다.
이제 알겠지?
맞아. 네 생일이라서 온 거야.
그제야 지휘관은 침대 옆 작은 테이블에 누군가 놓아둔 꽃다발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창밖의 빛도 평소 알람이 울릴 때의 눈부신 빛보다, 여명이 다가오는 새벽의 푸른빛에 더 가까웠다.
경비들이 발견하기 전에 몰래 들어와서 네 생일을 축하해 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어떻게 감사할지 생각했어?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
은은한 아침 햇빛을 등에 지고 침대 옆에 앉은 롤랑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
괜찮아. "축하"라는 건 본래 한쪽이 말만 하면 성립되는 거거든.
음... 왜냐고? 어쩌면 내 멋진 적수가 1년 동안 무사히 나와 대결해 줬다는 걸 기념하고 싶었던 거 아닐까?
박스는 열어보지 않을 거야?
걱정 마. 이상한 건 없어. 정말로 그냥 "선물"일 뿐이야.
지휘관은 롤랑의 시선 속에서 천천히 박스를 열었다. 안에는 투명한 사탕이 가득 들어 있었다.
적이 보낸 선물을 믿을 수 있겠어? 어쩌면 독을 뿌렸을지도 모르잖아?
안 믿어진다면 시약이라도 가져와서 테스트 해줄까?
오, 왜지?
롤랑이 티 나지 않게 눈썹을 올렸다.
그렇군.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이 의외로 감성적인 면이 있구나.
롤랑의 변함없던 미소가 이 순간에는 조금 더 의미심장하게 보였다.
어쨌든 "선물"은 전달했으니 어떻게 할지는 이제 네 자유야.
해가 곧 떠오를 거 같으니, 나도 슬슬 퇴장해야겠다.
롤랑은 침대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잘 있어. 내년이 있다면... 그때도 네게 축하 인사를 전할게.
은발의 남자가 문을 열자, 금빛 아침 햇살이 사이로 흘러들어왔다. 그는 역광 속에서 인간을 돌아보며 마지막으로 미소를 지었다.
생일 축하해. [player name].
올해 그레이 레이븐 소대와 함께한 생일 파티는 예상대로 시끌벅적하게 끝났다. 지휘관은 파티가 끝나고 혼자 휴게실로 돌아왔다.
공중 정원으로 돌아온 후, 행동 보고를 받은 과학 연구원들이 사탕을 가져가 검사했다. 결과는 롤랑의 말대로 그냥 사탕이었고, "선물"일 뿐이었다.
전자시계의 숫자가 자정에 가까워질 무렵, 책상 모서리에 놓인 작고 익숙한 네모난 박스가 눈에 들어왔다.
적어도 낮에는 여기에 없었다.
지휘관은 갑자기 일어나 박스를 조명 아래에 놓고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박스 위에는 예상대로 정교하게 만든 축하 카드가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승격자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생일 축하해. 전에 준 사탕은 다 먹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