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name], 내 비밀 기지 어때?
오셀럼호 열차 창고의 어느 칸, 소년은 자랑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엄지를 들어 올리며 자신의 뒤쪽 공간을 가리켰다.
아주 큰 공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꽤 널찍해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는 있을 정도였다. 수도와 전기도 모두 갖춰져 있었고, 작지만 푹신한 쿠션이 깔린 침대도 있었다. 심지어 한쪽 구석에는 여러 자료가 저장된 단말기도 갖춰져 있었다.
게다가 다양한 상자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는데, 각각의 상자 안에는 식량부터 도구까지 유용한 물자들이 들어 있었다. 여기 갇혀도 1년은 문제없을 것 같았다.
피난처라고 하면 불길한 느낌이 드니까, 비밀 기지라고 불러줘.
오늘은 지휘관의 생일이라 아딜레 상업 연맹이 축제를 열어 지휘관을 초대했다.
축제에서 많은 귀족들이 지휘관을 찾아와 인사를 나누었다. 하지만 지휘관은 그런 사교적인 자리가 익숙하지 않아서 여러모로 피곤한 상태였다.
이때, 창위가 어디선가 나타나 자밀라가 찾는다고 하며 지휘관을 축제에서 구해냈다. 축제에서 나온 뒤, 창위는 지휘관을 자밀라에게 데리고 가지 않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곳으로 데려왔다.
야! 왜 그렇게 멍하니 있어?
뭐, 이해는 돼. 오셀럼의 귀족들은 늙은 여우 같으니까. 그들과 이야기할 때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게 함정에 빠질지도 모르거든.
요즘 상인들은 정말 양심이 없어. 그러니까 [player name], 이런 사람들을 상대할 때 항상 조심해야 해.
좋았어. 한 가지 덧붙이자면, 난 그들과 달라. 그들은 너의 돈만 원하지만, 난 아니야. 난 이미 그런 하급 취미에서 벗어났거든.
에이, 날 그들과 엮지 마. 다 같은 상인인 건 맞지만, 돈만 원하는 그들과 달리, 난 그런 하급 취미에서 이미 벗어났다고.
내가 네 목숨을 가져서 뭐 하겠어. 네 목숨이 돈으로 바뀌는 것도 아닌데.
하하... 전에 몰랐는데, [player name], 너 정말 말 잘한다.
하하, 나중에 이런 말을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보면, 나와는 상관없다고 말해줘.
내가 널 왜 데려가겠어, 괜히 입만 더 늘어날 텐데.
생각해 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네. 그럼, 이렇게 하자. 이 정도 가격에 하루 세 끼 제공하면 어때? 귀가 솔깃하지 않아?
0을 더 붙이라고?
엥?! 아, 나는 아무 생각도 안 했어.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마!
그러고 보니, 방금 밖에서 많이 먹지 못하는 것 같던데...
듣기만 해도 입맛이 뚝 떨어지네.
내가 맛있는 거 만들어 줄게. 멀리서 온 손님을 빈속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지.
넌 저기 가서 잠깐 쉬고 있어. 단말기 안에 전자책도 있고, 이어폰으로 음악도 들을 수 있어. 내가 간만에 실력 좀 발휘해 볼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창위가 가리킨 침대에 앉자, 침대 끝 바로 정면에 단말기가 있었다. 단말기를 켜서 살펴보니, 대부분이 희곡과 관련된 것이었다. 창위는 혼자 있을 때 여기서 희곡을 자주 듣는 것 같았다.
희곡 파일철을 열고 무심코 뒤적이다가, 특별한 음원 하나를 발견했다.
"111"이라는 이름으로 저장되어 있는 음원이었는데, 다른 구룡 스타일의 이름들 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띄었다.
오늘이 자신의 생일이기도 한 지휘관은 호기심에 이어폰을 착용하고 음원을 재생해 보았다.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것은 희곡을 부르는 창위의 목소리였다. 다만, 예전에 지휘관에게 들려줬던 완벽한 소리와는 달리, 이 파일은 연습용 음원인지, 가끔씩 음이탈이 발생하기도 했다.
내용도 예전에 보여준 것과는 많이 달랐다. 창위가 직접 쓴 것이었는지, 그가 예전에 불러줬던 작품들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었다.
가끔 음이탈이 발생하고, 내용에도 확연한 차이가 있어서 뛰어난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상하게 들으면 들을수록 흥미로웠다. 그리고 어느새 여러 번 반복해서 듣고 있었다.
밥 다 됐으니까 와서... 뭐야! 잠깐! 네가 왜 이걸 듣고 있는 거야?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이어폰을 빼앗겼고, 단말기마저 강제로 꺼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창위가 드물게 당황한 표정으로 지휘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휘관이 멍하니 있는 걸 알아챈 건지, 창위는 깊게 두 번 숨을 들이마신 뒤, 곧 차분함을 되찾았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아직 차분해 보이지는 않았다.
오늘이 네 생일이라 한 곡 불러줄까 했었어. 그런데 내가 아는 곡들은 모두 어르신들 환갑잔치에서나 부를 만한 것들이라, 너한테 부르기엔 좀 안 맞는 것 같았어.
그래서 직접 곡을 써보려고 했는데, 곡 쓰는 게 부르는 것보다 더 어렵더라고. 창법도 맞추기 힘들고, 녹음해도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
네가 희곡 파일철을 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숨기지 않았던 건데, 그걸 또 찾아냈구나...
이건 보물이라고 할 수 없어.
복사하겠다고? 알겠어. 만 블랙카드 줘. 돈 주면 복사해 줄게.
진짜로 돈 내겠다고?!
됐어. 그냥 줄게. 돈은 필요 없어. 네 생일 선물이라고 치자. 이런 곡으로 선물 값을 아낄 수 있다니, 나쁘지 않네.
그렇게 과장해서 웃지 마. 마지막에 손해 보는 사람이 나인 것 같잖아.
이 곡을 너 말고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면 안 돼. 만약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면, 너한테 정신적 피해 보상을 청구할 거야.
약속한 거다?
자, 이제 밥 먹자. 여기 앉아. 생일의 주인공은 상석에 앉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