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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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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과 함께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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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의 편지

오래동안 소식 전하지 못해 정말 죄송해요.

지난번에 지휘관님께 드린 꽃가지를 창가에 심었다고 들었어요. 지금쯤이면 꽃이 피어서 지휘관님의 공간을 아름답게 채우고 있겠죠?

여기까지 쓰고 나서야 생각나네요. 지휘관님의 거처, "휴게실"이라고 하던가요?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직접 보고 싶네요.

아, 저도 모르게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사실 지휘관님의 생일이 오늘이라는 걸 포뢰에게 들었어요. 저도 이날을 기대하며 몇 가지 보여드리고 싶은 게 있었어요.

오늘 시간이 되신다면, 저녁 전에 이 장소로 잠시 오실 수 있을까요?

단말기를 들고 천천히 걸어가자, 단말기에 나타난 자신의 위치가 점점 목표 지점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지휘관은 함영의 초대를 받은 후, 좌표를 따라 이곳까지 오게 됐다.

이끼로 뒤덮인 거대한 바위를 돌아서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걸음을 멈추며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지휘관님, 오셨군요.

앞에 있던 함영이 몸을 돌렸다.

발소리를 듣고, 지휘관님인 걸 알았어요.

함영의 뒤로는 푸른 산골짜기가 펼쳐져 있었고, 저 멀리 절벽처럼 깎인 산 정상에서 폭포가 흘러내려 좁은 강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제가 예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구룡에는 아직 퍼니싱의 영향을 받지 않은 땅이 많아요. 사막, 우림, 산과 설원... 원래는 나중에 초대하려고 했는데...

생일은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지휘관님을 산골짜기로 초대하게 되었어요.

여기서 내려다보시면, 산골짜기 전경을 한눈에 보실 수 있어요. 마음에 드셨으면 합니다.

지휘관은 휴대용 가방에서 작은 사진 한 장을 꺼내 함영 앞에 내밀었다.

음? 이게 뭐죠?

사진 배경에는 휴게실 창가에 놓인 화분에 따스한 인공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화분 속 꽃은 이미 만개하여 겹겹이 쌓인 하얀 꽃잎들이 희미한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정말 아름답게 폈네요. 지휘관님께서 잘 보살펴 주신 것 같아요.

꽃이 핀 모습을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저에게 큰 의미가 있었어요.

함영은 사진을 받아 가슴에 살며시 대고, 말할 용기를 얻기 위해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런데... 지휘관님, 혹시 꽃이 언제 피었는지 아시나요?

그럼... 아마도 지휘관님께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실 때, 꽃들이 몰래 핀 것 같네요.

함영은 시선을 산골짜기로 옮겼다. 그 순간 바람이 불어 지면의 초목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제가 지휘관님을 저녁 전에 이곳으로 부른 것도 그것 때문이에요.

함영의 말이 끝난 순간...

눈앞에 펼쳐진 초록빛이 사라지고, 순백의 작은 꽃들이 조용히 산골짜기에서 떠오르며 저녁 바람에 실려 은은한 향기를 퍼뜨렸다. 그리고 순백의 꽃들은 인간의 시선 아래서 조금씩 바다처럼 넘실대는 물결을 이루었다.

함영은 인간의 손을 잡고 그 꽃바다로 걸어 들어갔다. 자세히 보니, 그것들은 창가의 꽃과 같은 종류였다.

존경, 순수, 충성심이 담긴 꽃이 인간과 로봇 앞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영혼은 조물주가 인간에게 준 가장 소중한 선물"이라고들 하죠. 지휘관님은 마음이 깊으신 분이기에, 어떤 선물도 지휘관님의 본래 마음만큼 귀중할 수는 없을 거예요.

그래서 지휘관님을 만난 뒤로 이 꽃밭을 가꾸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중요한 날에 지휘관님의 시선이 이곳에 오래 머무른다면 제 "마음"도 만족할 것 같아요.

즐거우셨다니 다행이네요. 사실 지휘관님께 드릴 선물이 하나 더 있어요. 손 좀 줘보시겠어요?

함영은 인간의 손목에 은빛 팔찌 하나를 채워주었다. 그 팔찌에는 정교하게 새겨진 쌍잎을 가진 꽃이 있었으며, 넓은 꽃바다나 꽃가지에 담긴 것과 같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다시 한번 생일을 축하드려요. 지휘관님.

"우리의 친밀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제 손목에 채워진 이 한 쌍의 팔찌로 표현할 수 있어요." 이건 구룡 사람들이 감정을 표현하는 증표예요. 지휘관님께서 잘 간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제 마음 또한 이 꽃가지처럼... 지휘관님의 창가에 남아 있을 거예요.

이제 다시 제 마음을 지휘관님께 드려요. 부디 영원히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