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지금 휴게실에 아무도 없어.
여기에 선물을 두자.
카무는 주머니에서 선물 박스를 꺼냈다. 박스는 비뚤비뚤하게 리본으로 묶여 있었는데, 리본이라기보다 끈에 가까운 모양이었다.
쳇... 여긴 박스 둘 자리가 없네.
현관 쪽에 놓는 게 낫겠어.
카무는 선물 박스를 들고 현관으로 가려고 했다. 그때, 문밖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왔고, 그 발소리는 문 앞에서 멈췄다.
카무가 반응하기도 전에 문손잡이가 맑은 소리를 내며 돌아갔고 문이 열렸다.
몸이 굳어 선물 박스를 들고 있던 카무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아니.
카무의 눈빛이 "계속 말하면 다른 방법으로 네 입을 다물게 만들겠어."라고 전하는 듯했다.
그래. 이건 네 거야.
지휘관이 에둘러 말하자, 카무는 흔쾌히 허락했다.
조금 서툴게 포장된 꽃무늬 종이를 벗겨내자, 아주 깔끔하고 우아한 검은색 가죽 박스가 나타났다.
가죽 박스에는 불필요한 장식이 없었고, 가죽 자체의 온화하고 두툼한 질감이 선물한 자의 신중함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
지휘관이 박스를 여는 것을 본 카무는 고개를 내밀어 실시간 반응을 지켜보고 싶은 충동을 애써 눌렀다.
박스의 뚜껑을 열자, 그 안에 단순한 모양의 반지가 들어 있었다.
정교하고 복잡한 디자인을 지닌 일반적인 장식 반지와 달리, 이 반지는 아주 평범한 원형이었다. 그리고 검은 강철로 만들어진 반지의 표면은 빛나는 광택을 띠고 있었다.
반지에는 걸쇠가 달린 얇은 끈이 걸려 있었다. 목에 걸면 정확히 쇄골 근처에 닿을 만한 길이였다.
이건 내가 직접 만든 거야. 네가 지난번에 준 것처럼 그렇게 정교하지는 않아.
마음에 들다니 다행이네. 내가 몇 날 며칠 밤새워...
콜록. 별거 아니야. 마음에 들면 잘 간직해.
내 예전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흥, 나도 뭐가 생일 선물로 적합한지 조사해 보고 결정한 거야.
갑자기 반지를 선물로 준 이유를 물어보자, 카무의 표정은 순간 굳어졌다.
이유는... 예전 군대에서 쓰던 규격을 참조해 반지를 디자인했어.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 착용해도 이상하지 않을 거야.
그래. 이유가 하나 더 있어. 네게 잘 어울릴 것 같았어.
계속된 지휘관의 질문에, 카무는 오랫동안 참아왔던 숨을 토해내듯 솔직하게 고백했다.
지난번 네가 준 선물에 대한 답례로, 이 선물이 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
이러면 네 생일을 완벽하게 축하해 준 셈이지?
할 말 다 했어. 다른 질문 있어?
그게 무슨 말이야?
고개를 돌리며 말하는 카무의 목소리는 마치 모든 부드러운 감정을 녹여 넣은 것처럼 들렸다.
그는 지휘관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이리 줘. 내가 걸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