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전체에 꽃이 만개했고, 부드러운 바람이 불자 꽃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런 광경을 이 시대에 다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휘관은 세레나가 준 편지를 들고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지만, 오랜 시간을 지나도 약속한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침에 떠날 때 임시 임무 집합 통보를 받은 것 같은데, 세레나도 그중에 있을지도 몰랐다.
통신 앱을 열기 전 단말기에서 임시 임무 공고를 봤는데, 인원 명단에 세레나의 이름이 있었다.
공중 정원은 한 사람 때문에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의 특별한 날일지라도, 규칙은 여전히 적용됐다.
그 사실을 깨닫게 된 지휘관은 더 이상 초조하지 않았다. 그리고 꽃밭으로 들어갔다.
은은한 꽃향기가 공기 중에 퍼지면서 사람을 편안하면서도 나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지휘관님...
지휘관님?
사과는 제가 해야죠. 오랜 시간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
머리를 흔들며 세레나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났다. 그제야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임시 임무 장소가 반대 방향의 보육 구역이여서... 아!
손을 놓는 순간, 힘 조절이 잘못됐는지 세레나는 낮게 억눌린 신음을 내뱉었다.
그제야 세레나의 왼팔에 꽃과 잎사귀를 엮어 만든 화환이 묶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로 순환액이 조금 스며 나오는 것이 보였다.
아니요. 괜찮아요.
세레나는 몸을 돌려 다친 팔을 숨겼다.
약속했으니까요.
복귀하는 동안 단말기를 보며 계속 긴장했어요. 지휘관님이 약속을 어긴 저를 비난하며 돌아간다는 메시지가 올까 봐 조마조마했거든요.
하지만 계속 연락이 없었죠. 그 자체로도 초조했어요. 혹시 계속 기다리고 계신 건 아닌지, 화내고 계신 건 아닌지 걱정이 됐거든요.
그러다가 지휘관님께서 아무 말도 없이 가셨을까 봐 두려웠어요.
세레나는 미안함 때문인지 부끄러움 때문인지 살짝 눈을 피했다.
그래서 꽃바다 속에 잠든 지휘관님의 모습을 봤을 때, 매우 안심이 됐어요.
지휘관님께서 저를 기다리고 계셨고, 제 초대를 받아들여 떠나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저를 버리지 않으시고 계속 여기 계셨어요.
그래서 활이 현에 올려지는 순간처럼 모든 긴장이 눈 녹듯 사라졌어요.
세레나는 두 손을 포개어 깍지 꼈다.
제발... 저를 떠나지 마세요. 지휘관님. 조금만 더 제멋대로 하게 해주세요.
돌아오는 길 내내, 지휘관님께 이 특별한 날 함께 춤을 추자고 청하고 싶었어요.
세레나의 부드러운 초대가 바람과 꽃의 연주에 녹아들자, 마치 무대 위 배경 음악처럼 들렸다.
몸이 저절로 소녀의 동작에 끌려갔다.
지휘관님... 지휘관님...
포옹하는 순간, 눈을 감은 세레나의 입술이 지휘관의 귓가에 닿았다. 그리고 아주 미세한 숨결이 지휘관의 피부를 부드럽게 스쳤다.
거리가 멀어지자, 소녀는 눈을 떴다. 물처럼 맑은 눈빛이 지휘관의 마음을 흔들었고, 그녀가 말하지 않은 질문을 즉시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지휘관님, 저의 부드러운 부름이 들리시나요?
지휘관님... 지휘관님...
제 목소리를 좋아해 주실 거죠?
지휘관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세레나는 대답을 들은 듯 다시 눈을 감고,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바람과 꽃이 보이지 않는 끈처럼 세레나와 지휘관을 단단히 연결해 준 것 같았다. 그들의 스텝은 엇갈렸고, 그림자는 얽혀 서로 쫓고 쫓기며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달빛이 떨어질 때까지도 멈출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