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정원의 복도에 멈춰 서서, 한동안 앞으로 발을 내딛지 못했다.
주요한 이유는 바로 앞 분위기가 정말로 묘했기 때문이었다.
복도 중에 거대한 무장 로봇이 당당히 서 있었고, 포즈는 아주 위풍당당했다. 하지만...
온몸이 케이크와 같은 색상으로 칠해져 있었다.
어깨 부분에는 불타고 있는 촛불들이 장식돼 있었고,
조종석 앞에는 둥근 우주 헬멧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헬멧 위에는 커다란 생일 모자가 있었다.
굉장히 기괴하면서도 재미있는 느낌이 들었다.
헤헤, 시간을 대략 계산해 보니, 지금이 나나미가 등장하기에 최고의 순간이야!
뒤를 돌아보니, 허리에 두 손을 얹고 고개를 들고 있는 나나미가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지휘관, 준비됐어? 나나미가 이제 전력을 다해 지휘관에게 도전장을 내밀 거야!
싸우자는 게 아니야. 액션 게임에서도 꼭 전투로만 이겨야 하는 건 아니잖아.
음음, 이 도전이라 함은 말이지, 매년 한 번 있는 지휘관 생일 서프라이즈 대작전이야. 이 도전에서 이길 방법은 단 하나야.
바로 지휘관에게 엄청난 생일 서프라이즈를 선사하는 거야!
그러니 지휘관, 준비됐지?
나나미는 크게 외치며 왼발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오른손을 높게 들며 손끝을 위로 향하게 했다. 마치 안테나가 서 있는 것 같은 자세였다.
삐~삐~ 나나미가 모두의 전파를 받고 있어.
삐~삐~
삐~삐~
삐... 공중 정원의 신호가 왜 이렇게 나쁘지...
나나미는 신호가 잘 잡히는 곳을 찾으려는 듯, 한쪽 손과 발로 균형을 잡고, 몸은 똑바로 세운 채, 왼쪽으로 몇 번, 다시 오른쪽으로 몇 번 뛰었다.
나나미가 무엇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뭔가 대단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삐~삐~삐! 삐! 왔다! 지휘관, 전파를 받았어!
눈을 감고 집중하던 나나미가 갑자기 눈을 뜨고 왼발로 땅을 힘껏 내딛자, 몸이 튕기듯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그리고 공중에서 몇 바퀴를 돌면서 지휘관 머리 위를 넘어갔다.
그녀가 하강할 때, 뒤에서 준비하고 있던 파워는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엔진이 굉음을 내자, 추진기가 분사됐고, 앞으로 가속한 파워는 그녀를 운전석에 앉혔다.
지휘관이 일련의 동작에 감명을 표하기도 전에 파워는 가속해 지휘관 쪽으로 돌진해갔다. 그리고 아무런 반응할 새도 없이 지휘관은 조종석에 있는 나나미에게 끌려 올라갔다.
지... 휘... 관... 꽉... 잡... 아...
나나미의 목소리는 파워의 가속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휘관은 주변 풍경이 빠르게 뒤로 지나가는 흐릿한 풍경 속에서 파워가 자신을 태우고 공중 정원을 벗어나 우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간신히 분간할 수 있었다.
지휘관은 힘겹게 나나미의 귀에 대고 자신이 우주복을 입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나나미는 "걱정 마."라는 눈빛을 보냈다.
파워는 나나미와 지휘관을 태우고 공중 정원을 벗어나 우주로 나아갔다. 나나미가 사전에 관련 인원들에게 연락해 놓아서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이 됐다는 건 나중에 들을 수 있었다.
지휘관은 우주복을 입지 않았지만, 우주에서 특별히 불편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이는 몸이 갑자기 강화된 것이 아니라, 공중 정원을 떠나기 직전, 파워가 자신의 우주 비행사 헬멧을 열어 지휘관을 밀어 넣었기 때문이었다.
안은 산소가 충분했고, 온도도 적절했다. 문제가 있다면...
원래 한 명만 들어가야 하는 공간에 지휘관과 나나미를 억지로 밀어 넣다 보니, 둘은 샌드위치처럼 붙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내부를 좀 더 넓혀두는 걸 깜빡했네.
그래도 나나미는 유연하니까, 지휘관이 이쪽으로 더 와도 괜찮아. 안 부서져.
뒤로 가야 더 잘 보이거든.
지휘관, 봐봐.
지휘관 품에 있는 나나미가 손가락으로 헬멧의 유리면을 두드렸다. 그녀의 손끝을 따라가 보니...
별들이 보였다.
꿈결 같은 장면이면서, 너무나도 화려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생일은 일 년에 한 번뿐이고,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잖아. 그래서 나나미는 지휘관의 생일이 올 때마다 그 시간을 정말 소중히 여기고, 최고의 생일로 만들어 주고 싶어.
나나미가 손바닥을 펼쳐 헬멧 내부의 유리면에 누르자, 유리면 바깥에서 순수하고 맑은 하얀 빛이 별들 속에서 생성되었다. 과거의 광경에서 유래된 이 하얀 빛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천만 광년을 넘어 지휘관의 눈앞으로 다가왔다.
모두의 전파를 받았어.
이러한 흐르는 빛 속에서 지휘관은 과거를 보는 듯했다. 그렇게 올해 겪었던 크고 작은 일들과 익숙하든 낯설든 간에 접했던 모든 사람들을 보았다.
결국 그 흰 빛은 나나미의 손바닥에 모였고, 그녀는 벽면 너머로 그 빛을 붙잡았다가 다시 손을 폈다. 그러자 손바닥에 작은 칩이 나타났다.
나나미가 칩을 건넸다.
나나미의 안내에 따라 칩을 단말기에 삽입하자, 안에는 음성 파일이 들어있었다. 처음에는 여러 소리가 겹쳐서 잘 들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용은 간신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축하 메시지인 것 같았다. 그 안에는 익숙한 목소리와 로봇들의 인사 목소리가 있었고, 익숙한 듯 낯선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지휘관, 나나미가 예전에 생일이란 과거와 작별하는 거라는 해석을 들은 적이 있어. 난 그 말이 너무 슬펐어.
하지만 나나미가 금방 깨달은 건 이 말의 뒷부분이었어. 생일은 미래에 인사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걸 말이야.
나나미가 이해하는 건 생일을 함께 축하해 주는 친구들은 앞으로도 함께 길을 걸어가고 싶어하는 이들이야.
하지만 이번에 지휘관의 생일을 모두가 축하하지 못해 아쉬웠어.
그래서 나나미가 특별히 이 서프라이즈를 준비했어!
단말기에서 재생되던 음성이 잠시 중단되었다가 모든 축복의 음성이 동시에 울리기 시작했다.
지휘관...
생일 축하해!
……
나중에 지휘관은 나나미에게 그 전파가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봤다. 그러자 나나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그냥 재미로 한 거야. 나나미가 모두에게 "생일 축하해."라는 음성을 녹음해 달라고 부탁했어. 하지만 그대로 지휘관에게 전해주면 너무 성의 없어 보이잖아!
지휘관은 그 빛이 뭔지 궁금했을 거야? 음... 그건 파워의 화면을 이용해서 만든 특수 효과였고, 나나미는 상황에 맞춰 연기했을 뿐이야.
더 이상 묻지 마. 이건 마술처럼, 진실이 드러나면 그만큼 서프라이즈의 감동이 확 줄어들거든!
하지만 또 기회가 생기면, 나나미가 비슷한 "마술"을 더 많이 보여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