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뉘엇뉘엇 지자, 황혼이 바다 위를 붉게 물들이며 퍼져갔고, 파도는 바위에 부딪히고 있었다.
바닷물결은 잔잔했고, 멀리 있는 불빛이 수면에 비쳤다. 온 세상은 갈매기 울음소리만이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문자 메시지도, 함성도, 귀를 찢을 듯한 폭발음도 없는 이곳에서, 지휘관은 바위에 앉아 손에 든 낚싯대를 무심코 흔들며 고요한 하늘과 땅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낚싯대가 움직이는 것을 본 지휘관은 본능적으로 낚싯대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물고기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다 위로 끌려 올라왔다.
머리가 크고 평평했으며, 머리 위에 있는 육중한 돌기는 등불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입 가장자리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줄지어 있었고, 이빨의 끝은 안쪽을 향하고 있었다.
낚싯바늘에 걸린 이 전리품을 기억 속 백과사전에 의존해 살펴보니, 역시나 이건 아귀였다.
시험 삼아 불러봤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저 바위 옆 바닷물에서 조그마한 기포만 피어올랐다.
바닷바람이 지나가면서 기포의 위치만 달라질 뿐, 다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히익!
아... 그러지 마!
인어가 바다 위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놀란 눈동자에는 어렴풋한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그물이나 낚싯바늘에 머리카락이 걸리면, 몸에 상처가 나고 아프단 말이야.
날 속인 거야? 그럼, 내가 있는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거야?
그... 그럼, 왜 내가 근처에 있다고 생각한 거야?
?!
레스토랑 주방의 물탱크에서 이런 물고기를 봤었어. 그래서 다 이렇게 낚아 올린 건 줄 알았지.
그럼, 근처 얕은 바다에서 너에게 줄 물고기를 찾아볼게.
그... 그냥 네가 이곳에서 하루 종일 앉아 있었던 것 같은데, 수확이 별로 없는 듯해서.
라미아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말을 잘못해서 낚싯바늘에 걸릴까 두려운 듯, 고개를 들어 이쪽을 슬쩍 바라보았다.
알겠어. 사실, 너 같은 사람이라면 낚시 정도는 아주 쉽게 해낼 수 있을 거야.
한 마리도 잡지 않은 건 다른 목적이 있었다는 거네.
라미아의 예쁜 눈동자는 깨달음으로 가득 차 있었고, 농담 없이 진지한 어조는 낚시꾼의 허세를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음... 혼자서 바위에 앉아 있는 걸 봤어. 그리고 항상 너를 따라다니던 대원들도 보이지 않길래 바로 와 본 거야.
내... 내가 방해한 거야?
조금 옆으로 자리를 옮긴 지휘관은 작은 암초 위에 라미아를 위한 공간을 내어주었다.
정... 정말 괜찮아? 누가 보면... 아니... 그러니까... 난 괜찮은데...
그런데 너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승격자와 함께 있으면 의심받고, 심문받고, 그 후 배제될지도 모르고...
아니, 그렇진 않을 거야. 너는 수석이니까. 하지만... 아니, 지금 내가 뭘 말하고 있는 거지.
라미아가 다급하게 혼잣말을 하는 것을 보자 지휘관은 살짝 웃었다. 그러고는 머리에 있던 모자를 그녀에게 씌워 주며 라미아의 초조함을 진정시켰다.
그럼... 올라간다?
누구의 허락을 구하는지 알 수 없지만, 라미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지휘관 옆에 앉았다. 그리고 두 다리를 바다에 반쯤 담근 채 가끔 다리를 흔들어 예쁜 물보라를 일으켰다.
저기...
음...
고개를 돌린 라미아는 다리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무언가가 떠오른 듯 눈을 크게 떴다.
라미아는 두 다리를 물고기 꼬리로 바꾸고, 옆으로 살며시 이동해 낚싯대와 손 사이에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레스토랑에 들어갈 때 벽에 걸린 사진들을 자주 봤어. 어떤 전통으로 보이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물고기를 낚았을 때 사진을 찍는 것 같았어.
내 꼬리를... 전리품처럼... 찍어서... 가 그럼, 자랑거리가 생기잖아.
자신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듯, 라미아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러고는 고개를 턱이 쇄골에 닿을 정도로 숙였다.
저녁 노을 같기도 하고, 조용히 뒤에서 켜진 해양 조명 같은 붉은 빛이 인어 소녀의 얼굴을 물들였다. 손바닥 위의 물고기 꼬리가 주인이 어떤 충동을 억누르고 있다는 듯, 불안하게 떨리고 있었다.
지휘관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물고기 꼬리를 바다에 내려놓은 뒤, 라미아의 따뜻한 뺨을 가볍게 꼬집었다.
어? 언제...
라미아의 혼란스러운 질문은 갈매기의 울음소리에 묻혀, 황혼의 바닷바람 속으로 멀리 날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