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후. 카레니나의 비밀 기지.
후...
기타의 긴 여운과 함께 카레니나는 소형 무대에서 비틀거리며 내려왔다.
기타를 벽에 걸어 둔 카레니나는 조금 지친 듯 영상 시설 앞에 앉아 있는 지휘관의 옆으로 걸어갔다.
어때?
문제없다고? 첫 번째로 전체 리허설을 한 건데 문제없을 리가 없잖아. 잘 생각해 보고 피드백을 줬으면 좋겠어.
뭐가 문제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봐.
이번 주 내내 편곡하는 데 시간을 써서, 구체적인 무대 효과에 대해선 아직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이 많아.
크흠... 무슨 말이야?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해 줄래?
잠깐! 너 촬영까지 했어!?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음... 이런 걸 뭐 기념할 게 있다고. 편곡할 때 수없이 불렀잖아?
됐어. 복습한다고 생각할게. 틀어봐.
스크린 속에서 기타를 메고 무대에 선 카레니나는 반주에 맞춰 조용히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자기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던 카레니나의 얼굴은 처음의 진지함에서 조금 고민이 섞인 쑥스러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카레니나의 표정이 조금 이상한 것을 눈치챈 지휘관은 본능적으로 일시 정지 버튼을 눌렀다.
그만! 여기까지만 해!
영상이 절반 정도 재생됐을 때, 카레니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먼저 단말기의 일시 정지 버튼을 눌렀다.
한 가지만 확인할게. 이 영상 속에 있는 거 진짜 나야?
하... 하하하...
카레니나는 실성한 듯 소파에 주저앉아 다리를 웅크리고는 얼굴을 다리 사이에 묻었다.
죽고 싶어.
보아하니 괜찮지 않은 모양이었다.
정말? 정말 그렇게 생각해!?
비분한 듯 고개를 든 카레니나는 지휘관의 어깨를 잡더니 흔들기 시작했다.
내 눈을 봐. 가슴에 손을 얹고도 그렇게 말할 수 있겠어!?
말 돌리지 마!
지금 농담할 때야!?
음... 글쎄.
구조체는 포트를 통해 지식 데이터를 직접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학습할 수 있었다.
무대 경험이 없는 카레니나가 짧은 시간 내에 처음부터 공연을 배우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래서 지휘관은 예술 협회의 레오니에게 부탁해서 황금시대의 아이돌 공연에 관한 데이터 자료를 빌려왔다.
카레니나도 이 자료들을 참고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에 안무와 편곡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음 이탈이 나지 않았고 안무도 정해 놓아서 실수하지 않을 거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
맞아. 공식은 외웠지만, 그 뒤에 있는 원리를 모르는 느낌이야. 이러면 새로운 걸 창조할 수 없어.
그래서 자료 전송을 통해 지식을 배우는 걸 싫어해. 그런 식으로 얻은 것들은 마치 내 것이 아닌 것 같거든.
하지만 구체적으로 뭐가 부족한지는... 아아. 도저히 모르겠어.
예술 협회에도 창작이 되지 않아서 좌절하는 사람들이 많다던데, 그들의 심정을 좀 알 것 같아.
이대로 가다간 시간이 부족해질 거야. 난 1등 하고 싶단 말이야.
그럼, 당연하지. 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 1등 할 거라고 말했으면 그렇게 하는 거야. 1등 하지 못했다고 나중에 테디베어와 대원들이 날 비웃으면 어떡해?
참가 규칙을 확인한 지휘관은 이번 공연에 시상 부분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의욕이 넘치는 카레니나를 보며 굳이 이 시점에서 찬물을 끼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본질적으로 카레니나는 자신의 공연을 대충대충 하는 게 아닌 최상의 결과를 얻길 바랐다.
나도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야. 하지만 예술 협회 사람들은 낙원 축제 일로 요즘 바빠서 시간을 내줄 수 있는 이가 없을걸?
범위?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거야? 야. 뜸 들이지 말고 어서 말해 봐.
의자에서 일어나 카레니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지금? 진심이야?
카레니나는 지휘관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다소 놀라워했지만, 곧 지휘관의 의도를 파악했다.
그래도...
정비 부대의 원래 의도는 카레니나가 평소에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일을 마음껏 하면서 쉬게 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카레니나의 진지한 성격 때문에 카레니나는 오히려 마음을 계속 졸이고 있었다.
하아... 어쩔 수 없지.
쓴웃음을 지은 카레니나가 몸을 일으키며, 크게 기지개를 켰다.
맞아. 계속 여기에 있어봤자 방법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럼, 어쩔 수 없지. 같이 있어 줄게. 그러다가 영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하지만, 오후만이야. 대신 밤에 가사를 새로 생각해야 하니까 네 수면 시간을 좀 희생해야 할 거야. 괜찮지?
흥. 지금 후회해 봤자 늦었어. 가자.
그래. 늦기 전에 가자.
말을 마친 카레니나가 지휘관의 손목을 잡고 비밀 기지에서 나갔다.